- 소리없이 강하다, 작고 간판없는 일본의 미용실 [라이브 도쿄 하라주쿠]
- 입력 2013. 12.02. 15:54:55
- [도쿄=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 가장 의외로 여겨지는 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헤어숍을 꼽는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발전한 헤어 트렌드와 살롱 문화, 그리고 도쿄 영 스타일의 대표 거리인 하라주쿠의 접점은 국내에서 본 적 없는 으리으리한 헤어숍을 연상시키는데, 실제 하라주쿠 거리에서는 큰 간판을 내건 대규모 헤어숍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골목 속 자투리 공간에 눈에 띄지 않게 자리잡고 심지어 그럴싸한 간판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국내 헤어숍이 동네 살롱에서 점점 큰 규모를 자랑하며 빌딩화되고 프랜차이즈화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단 세 손님만이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미용실
가장 이색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숍들이 자리한 위치다. 우리나라의 큰 거리는 물론 동네에서도 미용실 위치로는 부적격이라 여기는 골목의 가장 구석진 공간이나 계단을 내려가지 않으면 쉽게 보이지 않는 반지하층 등에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숍들은 대부분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3~5곳 정도밖에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평일 낮 시간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었다. 몇 계단 내려가야 있는 시술 공간이 셋 뿐인 한 살롱에는 나이가 지긋한 디자이너 한 명만이 헤어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헤어 살롱 맞아? 간판 없는 부티크
심지어 간판 내걸기를 거부하고 벽면에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내부가 보이는 틈을 통해 겨우 미용실임을 확인해야 하는 곳들도 있다.
가까이 다가가 창으로 안을 들여다 보기 전까지는 부티크인지, 스파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외관을 하고 있으며, 간판은 아예 없거나 눈에 띄지 않게 걸어놨다. 인테리어도 화려함보다는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으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조금도 없었다.
간판, 브랜드 네임, 마케팅이 강조되는 한국의 살롱과 매우 다른 이러한 구조에 대해 일본의 한 살롱 관계자는 ‘예약제’와 ‘뿌리깊은 살롱 문화’가 이유라고 말했다.
일본의 살롱들은 대부분 아무리 작고 외진 곳에 있어도 단골 고객 위주의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것. 철저하게 예약제가 지켜지다 보니 큰 규모나 눈에 띄는 간판, 이목을 끄는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다고.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면 디자이너도 편하고 시간에 좇기거나 고객에 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고객들도 온전히 자신만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규모적으로는 작아 보여도 선진된 헤어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 헤어 문화가 중요하게 자리잡은 뷰티 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헤어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거대 프랜차이즈, 청담동의 럭셔리 살롱 문화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발전하는 세태 속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일본의 살롱 문화를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