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사, 추억 들추기 어디까지?” 남주들의 패션, 보이런던 & 야~
- 입력 2013. 12.04. 10:47:29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깔롱쟁이 ‘재형’이 “이거 모르나? 야!”라고 나정을 향해 말하는 모습에서 브랜드 이름이 클로즈업된다.
현재 1020세대들의 기억에는 희미한 노래와 패션브랜드가 등장한다. 상업방송에서 결코 상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러한 장치들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1994년 추억의 그 지점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빙그레&해태의 로고 티셔츠’ 1994 패션코드, ‘보이런던, 야’
응사에 미친 듯이 등장하는 보이런던(BOY LONDON), 야(YAH)는 90년 중반 1723세대들의 대중적인 패션코드였다. 지금은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브랜드 이름이 가슴 한복판에 큼지막하게 프린트된 로고 티셔츠들이 인기를 끌었고 엄청난 물량이 판매됐다.
응사의 기막힌 설정은 보이런던이나 야 로고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해태, 빙그레, 재형 등 지방출신 캐릭터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보이런던은 다소 하드록 콘셉트였다면, 야는 테크노 진으로 분명히 다른 노선을 걸었지만, 매출을 위해 로고 티셔츠 판매에만 열을 올렸던 당시 진캐주얼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그려냈다.
사실 1994년 당시 좀 잘나가는 친구들은 로컬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로라이즈 데님팬츠로 선풍을 일으킨 닉스에 열광했다. ‘여피족’을 타깃으로 내세운 닉스는 ‘스타일리시 & 섹시’ 코드로 캐주얼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패션시장이 경색되자 자금압박 등을 이유로 보이런던, 야를 전개하던 보성어패럴에 인수·합병돼 브랜드 파워가 퇴색됐지만 진캐주얼에서 닉스를 빼놓고는 당시 유행을 설명할 수 없다.
‘칠봉이의 폴로셔츠’ 1994 강남 아이콘, 폴로
반면, 극 중 서울 토박이이자 강남출신 칠봉이는 로고 티셔츠를 입지 않는다. 폴로나 일반 티셔츠를 깔끔하게 입는데 여름에는 짧은 소매 티셔츠 두 개를 레이어드해 접어 입는 당시 강남 스타일링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다소 브랜드 파워가 밀리고 있지만 ‘폴로’는 강남패션의 상징이었으며, 폴로가 유행시킨 폴로셔츠는 대중들에게 소구되며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폴로셔츠를 주력 아이템으로 판매했다.
서초동에서 10대를 보내고 90년대 초반 대학생이었던 40대 초반 한 남성은 “당시에는 흰 티셔츠 위에 폴로셔츠를 입고 소매를 살짝 걷어 입는 게 유행이었다. 소매 길이가 상당히 중요했는데 걷어서 팔 근육이 절묘하게 표현되는 그 지점을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라며 당시 유행을 설명했다. 덧붙여 “사실 고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폴로 브랜드만 입었는데 그게 제일 무난해서 그랬던 것 같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20년 후, 지금 그들은?
보이런던과 야를 전개하던 보성어패럴은 두 브랜드 외에도 닉스를 전개하던 태승트레이딩을 인수해 진캐주얼 시장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했다. 또한, 벤처기업 형태로 자회사들을 만들어 다양한 감성의 브랜드들을 연이어 런칭하며 진캐주얼에서 여성, 남성복으로 시장을 확장해 패션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보성어패럴은 지금까지 남아있지만, 예전의 그 위세는 아니다. 진캐주얼 시장 자체가 축소됐고, 현재 캐주얼 시장은 당시 보성과 태승의 양대 산맥 밑에서 조금씩 파이를 키워가던 업체들이 장악했다.
폴로 역시 폴로랄프로렌은 트래디셔널 브랜드의 거목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한때 6~7개 라인으로까지 확장된 기세에는 훨씬 못 미치며 강남 아이콘으로서 입지도 많이 약화됐다.
유일하게 보이런던은 지드레곤에 의해 유명세를 타며 이슈가 돼 응사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보이런던 관계자는 “B1A4와의 인연으로 응사에 협찬을 하게 됐다”라며 “응사에 노출된 이후 신생브랜드인줄 알던 10, 20대들이 이전부터 있던 브랜드라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라며 응사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돌고 도는 유행 주기에서 1994년 패션의 흐름을 명확하게 브랜드로 드러내는 방식이 협찬으로 얼룩진 최근 드라마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그 안에 공감할만한 스토리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 거부감 없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응답하라1994' 화면 캡처, tv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