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일본을 취하고 한국을 버린 한류 뷰티 [2013 중저가화장품 스캔들③]
- 입력 2013. 12.06. 13:11:21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한류 열풍과 더불어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류 연예인들의 인기와 함께 ‘한국 여자들의 피부가 좋다’고 소문이 났을 뿐더러 최근 급부상한 국내 중저가 화장품들이 제품 종류, 디자인, 가격 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가로수길에는 중저가 화장품 매장들이 대부분 들어와 있으며, 이곳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은 이 곳에서 대규모 쇼핑을 즐기곤 한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홍보 담당자 A씨는 “명동에서 관광객 한 명당 구매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종류별로 하나씩 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장을 휩쓸어 간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호텔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해 방을 아예 이 화장품 브랜드의 콘셉트와 제품들로 꾸며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K 뷰티(Korea Beauty) 인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들에서 관광객 인기에 너무 몰입해 본연의 장점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가로수길을 쇼핑하던 윤씨(30)는 “가로수길 미샤 매장에 들어가보면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온통 중국어에 고가 라인의 화장품 패키지는 중국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는 듯 붉은색, 금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고 이질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쇼핑객도 위와 같은 화려한 패키지의 고가 라인 화장품에 대해 “한국 소비자의 니즈와 완전히 동떨어진 패키지와 가격의 이러한 제품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사지 않을 것 같다. 그 제품 쪽은 당연히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경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아기자기한 일본보다는 모던하고, 화려하고 다소 올드하던 중국보다는 감성적이고 심플했던 한국 화장품. 특유의 정체성을 잃고 눈 앞의 이익을 좇기 위해 중국, 일본 관광객들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한 한국의 뷰티 제품들이 계속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라주쿠, 오모테산도에서 만난 한류 뷰티 스토어들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는 반가운 브랜드인 미샤 매장을 만날 수 있다. 국내 브랜드가 패션 거리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잠시 쇼핑객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거리에 특성에도 불구하고 미샤 매장은 일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오랜 시간 지켜봐도 한국 관광객들이 반가운 마음에 잠시 들를 뿐 한류, K 뷰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 했다. 지나는 쇼핑객들은 ‘한국 브랜드인지 몰랐다’, ‘특별한 개성이 있거나 외국 브랜드라는 이국적인 느낌도 들지 않아 들어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오모테산도의 투쿨포스쿨 매장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부터 국내 화장품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사업적으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에는 큰 진전이 없다. 여기에는 해외 고객들을 위해 한국 화장품의 정체성을 소홀히 한 것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인들이 원하지 않는 한국 화장품은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결국 외면받는다는 것을 브랜드들이 인지하고, 더욱 진정성있는 K 뷰티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