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스다운’ 포화시대, 산채로 털 뽑히는 거위 [비인간적 패션현장①]
- 입력 2013. 12.10. 08:40:09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최근 거위 솜털과 깃털이 들어간 구스다운 제품이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도 경쟁적으로 구스다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에 관련 브랜드들은 톱스타를 비싼 가격으로 영입, TV CF,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대적으로 구스다운 제품 노출에 열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렇다보니 백화점 내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올 한 해, 아웃도어 제품만큼은 고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이처럼 구스다운 제품이 인기인 이유는 거위의 가슴에서 배에 걸친 두터운 층의 부분적인 털 위주로 생산돼, 가볍고 보온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스다운 제품이 어떤 비윤리적인 방식을 거쳐 생산되는지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심지어 해당 제조업, 브랜드의 관계자들은 “당연히 죽은 거위, 오리의 털을 뽑은 줄 알았다”며 생산 과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기 바빠 보인다.
실상 유럽의 모든 나라, 미국, 일본 등 세계 시장의 새털 중 80%가 산채로 뽑힌 털이다. 매년 수 천 톤에 달하는 새털 생산이 거위, 오리가 살아있는 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통 한 거위에서 3~4번 정도 털을 뽑은 뒤 도살하며, 도살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머리털을 모두 뽑아버리는 수준의 고통을 평생 이겨낼 거위는 없다.
문제는 관련 법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생산자들은 걸리면 발빼자는 식의 비윤리적인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1년 거위털 점퍼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방영한 KBS 한 방송에 따르면, 산채로 거위털을 뽑는 해당 거래업체들조차 “만약 수입처가 아주 좋은 제품을 원하고, 살아있는 채로 뽑힌 털이라는 것을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길 원한다면 당연히 그 사실을 계약서에 적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입처와 중간유통 관계자들은 “새털만 받고서는 산 채로 뽑힌 털인지 도살된 채로 뽑힌 털인지 알 수 없다.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털의 질을 분석하거나 거위털 제품 생산의 첫 단계부터 최종단계까지 모니터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보니 앞서 2012년, 수년간 산 채로 털을 뽑거나 사료를 강제로 주입하는 등 학대 받은 거위의 털을 쓰지 않는다며 윤리적 제품 생산을 표방해 온 노스페이스도 실제로는 푸아그라를 만들려고 비정상적으로 기른 거위의 털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노스페이스 측은 “식품업계가 농장주에게 강제 사료주입을 유도하는 면이 있다. 푸아그라용 거위가 아닌 다른 공급원을 찾도록 협력업체와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털 상품의 시장과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새털 시장에 대한 공급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넘치는 소비를 충족시키려면 도살당한 동물로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고가의 구스다운 제품에 열광하는 지금, 업계와 사회 전반에 도덕적인 생산 방식 제고가 필요한 것은 물론 소비자가 앞장서 윤리적인 소비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PETA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