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의상논란, 왜?” 영웅을 향한 대중의 집착
입력 2013. 12.10. 17:35:50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의 패션담론] 김연아가 어제(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협찬사들의 로고와 회사명을 가슴 가득 품고 나왔다. 국민 영웅 김연아를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만든 기업에 대한 그 어떤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는 대중이 그가 ‘2013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에서 입은 의상을 제작한 디자이너를 향해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연아가 부상 이후 첫 대회에 입고 나온 대회 의상이 ‘부적절한 색깔’ 논란에 휘말리며, 해당 의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안규미는 블로그를 폐쇄했으며,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차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연아가 이 대회에서 선보인 새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서 입고 나온 의상은 여린 듯 고급스러운 실크 느낌을 그대로 살린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드레스로, 노란빛이 도는 올리브그린의 컬러가 리허설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대중은 김연아 의상에 대해 ‘단무지 같다’, ‘김연아의 장점을 모두 가리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의상이다’라며 일갈하고 있다.
실상 이전 쇼트프로그램 의상의 경우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스토리에 맞는 강한 디자인과 선명한 컬러 톤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이번 의상은 유연한 선의 중심을 이루는 디자인으로 다소 임팩트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에 담긴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표현하는데 적합했다는 것이 패션계의 평가이다. 단지, 컬러 톤이 좀 애매했지만, 그것 역시 프로다운 감성으로 잘 소화해 ‘연아가 입어서 예뻤다’고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중은 김연아가 선택한 이 컬러에 반기를 들고 있을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지역 문화의 특수성에서 오는 거부감이다. 대중이 ‘단무지 같다’라고 한 표현은 한국의 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단무지는 분식점을 상징하는 반찬으로 고급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이다. 그런 싸구려 반찬을 상징하는 컬러를 김연아가 입고 나온 데 대한 대중의 분노가 작용한 것이다.
또한, 황인종으로 대변되는 동양인의 오랜 옐로우 콤플렉스와도 관련이 있다. 선명하고 농도가 짙은 옐로우 톤은 깜찍함과 여성성의 상징이지만 여기에 그린이나 갈색톤 등 다른 색이 더해지면 동양인의 단점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맹목적 거부감 기재가 작동한다.
둘째, 영웅 통제 욕구에서 오는 거부감이다. 대중의 반응은 의상에 대해 피력할 수 있는 견해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 같은 과도한 공격은 자신이 만든 영웅을 공격하는 사회적 위해물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중은 단아한 외모와 달리 단호한 말투와 행동에서 영웅으로 성장할만한 자질을 발견했고 그를 영웅으로 추대했다. 영웅으로 추대한 순간 대중은 김연아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했다.
과거 왕들이 자신의 판단이나 생각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김연아 역시 대중이 만든 공리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대중은 김연아에게 기업모델로 활동하면서 영웅으로서 가치를 높이는 것은 허용했지만, 그에게서 대중이 만들어 놓은 아이스링크 밖을 벗어날 권리는 박탈해 버린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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