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도 감정이?” 소비미덕시대 ‘소비자vs판매자`, 갑을 논란 [2013 신드롬열풍③]
입력 2013. 12.21. 13:05:5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CCTV를 뚫어지게 노려보다 CCTV가 설치된 곳 바로 밑에서 얼굴을 파묻고 삶은 달걀을 한입에 집어넣는다. MBC ‘미스코리아’ 첫 회에 나온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로 살아가는 1997년 여자 오지영의 가슴 미어지는 일상이다.
이뿐 아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 탄 직장 상사가 오지영을 향해 방귀를 뀌었다며,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방귀를 뀔 자격이 없음을 설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올 한 해 거대자본을 배경으로 한 기업과 그 그림자 안에 있는 개입사업자 간의 갑을 격돌이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이 같은 자본논리가 도출한 갑을 논란에서 한발 빠져 있는 소비자가 슈퍼 갑으로 돌변해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다는 감출 수 없는 현실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 한 해이기도 했다.
감정노동자 신드롬
지난 7월 NC백화점 주얼리 매장 판매사원 자살로 소비미덕시대 왕으로 군림해온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폭력 수위가 얼마나 높아져 왔는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백화점 측은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문제시 된 미스테리 쇼퍼 등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매사원의 자살에 백화점 근무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뿐 아니다. 한 매체를 통해 한 수입화장품 판매사원의 고충이 알려진 바 있다. 화장품 견본이 동나자 한 고객이 종이를 찢어 자신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는 것이다. 이때 주변에 여러 사람이 보고 있었으며, 판매사원과 고객이라는 위치를 떠나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판매사원들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냉정하다. 판매직을 선택한 만큼 자신의 직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무조건적인 수용만을 강요한다.
감정노동자 인권 문제와 관련해 고객은 왕이기 때문에 참고 응대하는 방법만을 주입시키는 백화점 판매사원 교육 매뉴얼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주인공 그웬플랜은 대중으로부터 강요된 웃음을 가진 인간의 처절한 자아 찾기를 실감 나게 그렸다. 올해 영화로도 개봉된 이 작품은 감정노동자의 잇따른 자살 사태와 맞물려 대중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치유되기 힘든 절망감으로 괴로워하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판매사원을 비롯해 소비자들과 직접 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직업병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던 지난 10월 직장인 9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장인의 41%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결과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감정노동자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 모두가 겪는 고질병임을 알렸다.
이전에는 낯선 단어였던 감정노동자,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등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타인의 아픔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처절한 현실이 부메랑처럼 더 큰 아픔이 되돌아오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2013년 12월 현재는 불황 속에서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만이 확실한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C '미스코 화면 캡처, 영화 '웃는남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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