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대다, 1년” 방향타 없는 ‘패션표류기’ [2013 패션10대뉴스①]
입력 2013. 12.24. 11:22:10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올 한 해 패션시장도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2~3년간의 공정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수수료는 큰 변동 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고, SPA 시장의 급성장도 올해 들어서는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는 다소 부산스러운 듯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진도 후퇴도 없이, 폭풍 전야처럼 불안한 침묵이 짙게 깔려있다.
PART 1. 패션, 그 위험한 매력 “기업에게 패션은 냉정한 현실”
1. 삼성의 결단 “대기업에게 패션이란?”
9월 23일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양한다는 내용을 공시하면서 패션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이 들썩였다.
이후 12월 2일 제일모직 패션사업부가 공식적으로 삼성에버랜드로 넘겨짐과 동시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 발령나면서 부정적 여론은 일단 잠잠해졌다.
삼성에버랜드, LG패션, 코오롱패션 대기업 3사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M&A로 몸집을 불린 SK네트웍스, 현대홈쇼핑까지 가세해 대기업이 빠진 내수패션시장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패션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을 명분으로 삼성에버랜드 이양을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패션계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사업부문의 결단력 있는 정리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제일모직 산하의 패션사업부가 패션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삼성에버랜드 체제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 롯데 vs 신세계, 아웃렛 전쟁 “마지막 미소는 누가?”
지난 2011년 롯데가 파주 프리미엄아웃렛을 오픈하면서 아웃렛 시장 선점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맞불 작전이 본격 점화됐다.
롯데와 신세계가 아웃렛 상권을 두고 벌이는 격전은 올 한 해만 두 차례 치러졌다.
지난 8월 기장에 신세계 프리미엄아웃렛을 오픈, 롯데 김해 프리미엄아웃렛과 대치 상황이 됐다. 그러나 실제 기장과 김해의 거리를 고려할 때 본격적인 전쟁은 동북산 관광단지에 완공예정이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부산 2호점이 오픈하는 201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은 신세계 프리미엄아웃렛 부산점과 자동차로 5분 거리여서 부산 지역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대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월 13일 롯데 이천 프리미엄아웃렛이 오픈하면서 롯데와 신세계가 프리미엄아웃렛의 시발점이 된 이천지역에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아웃렛 전쟁은 신세계가 상권을 개척하고 롯데가 후발로 들어가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공격하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롯데는 이천과 부산에서는 관광 콘텐츠 조성을 내세우고 있는데, 패션계는 그만큼 백화점들에게 아웃렛 사업이 절박하고 중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3. SPA의 무리수 “딱 가격만큼의 값어치”
SPA를 빼놓고 최근 몇 년간 한국 패션시장의 흐름을 논할 수 없다. 에잇세컨즈와 톱텐이 론칭하면서 로컬 SPA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측되기도 했으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표류하고 있는 SPA 시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디자인을 마음 놓고 구매할 수 있는 SPA의 초저가 전략에 열광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가격에 상응하는 품질과 복제된 디자인이 난무하면서 SPA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커졌다.
히트텍, 캐시미어 등으로 혁신을 일으켰던 유니클로에 소비자들은 더는 열광하지 않으며,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한 콜라보 라인 출시 때마다 매장 앞에 긴 행렬이 이어졌던 H&M 매장에는 최근들어 꽤 자주 디자이너 콜라보 라인 악성 재고가 걸려있다. 에잇세컨즈 역시 한국형 스타일링 제안이라는 디테일한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
SPA의 현재 매출은 그동안 확장해온 유통에 의한 자연 상승치으로 이 실적을 성장 전조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패션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뉴시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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