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청춘이여” 응사가 들춰낸 ‘90년대 X세대 패션, 그리고 일상’
입력 2013. 12.30. 11:25:3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의 패션담론] tvN '응답하라 1994'는 잊혀가고 있는 기억을 끌어내 현재 생생하게 살아있는 추억으로 탈바꿈시켰다.
서태지로 인해 촉발된 힙합의 대중화, 유니섹스캐주얼의 폭발적 인기에서 삐삐로 소통했던 시절 아지트였던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는 카페에 이르기까지 90년대 초반의 패션과 일상을 낱낱이 들춰냈다.

해태, 철없던 그 시절 ‘X세대’ 패션역사의 산증인
순천 최초 오렌지족임을 주장하던 해태는 당시 20대 초반의 패션 변화를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
대학 1학년 새내기 때는 보이런던, 겟유즈드 등 로고 티셔츠에 루즈한 데님팬츠로 세미 힙합 스타일을 고수했다. 군대에서 제대한 1997년에 입고 나온 부담스러우리만큼 몸에 밀착되는 티셔츠, ‘292523=스톰’은 송승헌, 소지섭, 김하늘을 스타덤에 올린 브랜드로 90년대 가장 ‘힙’한 캐주얼의 상징이었다. 특히 땅에 끌리는 헐렁한 힙합 팬츠가 유행한 시절이기도 했는데 해태가 신발을 신으면서 압정으로 신발 굽 뒤쪽에 바지를 고정하는 모습은 당시 1, 20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했을 법한 장면이었다.
이어 마지막 회 2002년에는 이지 캐주얼의 상징과도 같은 ‘마루’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이지 캐주얼은 외환위기 이후 불우한 시대를 보내야 했던 20대들의 상징적 패션으로 상징된다. 베이지 컬러를 메인으로 다소 칙칙한 색조의 면 티셔츠와 면 팬츠의 튀지않는 실용적 패션이 주를 이뤘다.
90년대 패션은 유니섹스 시대였다. 유니섹스 캐주얼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서는 성경의 표현을 인용해 사회적 암울을 암시하는 징후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니섹스 캐주얼은 이념이 대학생활을 좌우하던 이데올로기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시점에 출현해 치열한 경쟁 사회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정, 와일드&러블리 ‘톰보이’ 패션의 정석
반올림에서 보여준 생기 넘치는 10대 소녀의 모습에 20대 청춘의 갈등이 더해져 고아라는 응사를 통해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됐다.
고아라는 극 중에서 톰보이 룩으로 20대 공대녀들의 스타일을 있는 공감 넘치게 재현했다. ‘브렌따노’ 같은 당시에도 저가로 분류된 브랜드의 티셔츠에 일자 데님팬츠로 지극히 평범한 20대들의 서투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특히 쓰레기와 첫 키스신 장면에서 입고 나온 숫자 로고 티셔츠에 팬츠와 베스트를 모두 데님으로 맞춘 스타일은 톰보이 패션의 정석으로 순수한 나정이의 모습을 더욱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이후 쓰레기를 향한 짝사랑이 커지면서부터 살짝 퍼지는 미니스커트에 밝고 생기 넘치는 컬러의 티셔츠나 스웨터를 입고 니삭스와 굽이 낮은 구두나 운동화로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여성복 특성상 브랜드명이 부각되지 않지만, 나정이의 여성스러운 룩은 당시 ‘베네통’ ‘이엔씨’, ‘나이스크랍’, ‘톰보이’ 등 밝고 경쾌한 색감과 소녀다움에 충실한 여성 영 캐릭터캐주얼의 전형적인 스타일이기도 하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헤어스타일이다. 부스스한 짧은 퍼머로 대학 새내기들의 서투른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는가 하면, 쓰레기와 사랑을 키워가는 중에는 당시 모든 여성의 워너비였던 짧은 기장의 바깥 뻗침 맥라이언 헤어스타일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IT와 함께 성장한 X세대, 삐삐에서 태블릿까지
90년대 초반 삐삐는 10대를 비롯해 국민들의 필수 소통 수단이었다. 당시에는 전화기가 있는 테이블이 있던 카페가 ‘핫’한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삼천포와 윤진이가 데이트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카페는 20대들의 아지트였던 당시 카페 분위기를 잘 묘사했다.
95,6년대는 무기에 가까운 크기의 모토로라 핸드폰이 사업가과 직장인들의 손에 들려져 있었고, 97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방영될 당시에는 삼성, LG와 함께 독특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던 소니 핸드폰이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마지막 회, 삼천포와 윤진이가 함께 음악을 듣는 택시 속 장면에 깔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라는 나레이션은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가슴 벅찬 여운을 남겼다.
응사는 40대들에게는 ‘청춘’의 추억으로, 1020세대에게는 ‘첫사랑’의 달달함으로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끌어냈다. 응사와 함께 가을, 겨울 보낸 모든 이들에게 소통이라는 단어가 더는 낮설고 거북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응답하라, 우리들의 청춘이여”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응답하라 1994'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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