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이것만은 제발” 군림하지 않는 ‘소비자’가 진정한 왕 [2014 신년희망이슈②]
- 입력 2014. 01.01. 10:12:4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소비 앞에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는 왕도는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군림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한해 소비자는 ‘왕’이라는 이유로, 유통과 가맹본부는 ‘갑’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유난히 블랙컨슈머 관련 이슈가 많았던 2013년이 가고 2014, 청마해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만큼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기보다는 시장의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소비의 道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4. “블루컨슈머, 新소비자 출현” 상생의 미덕을 아는 그들
지난 한해 블랙컨슈머가 온 사회를 긴장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블랙컨슈머 관련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가 하면, 백화점들은 블랙컨슈머 매뉴얼을 작성해 응대 방법을 교육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백화점 샵매니저들은 블랙컨슈머들 가운데 의외로 ‘사모님’으로 분류되는 중상층 이상 고객이 많다고 말한다. KBS 개그콘서트 ‘정여사'는 사실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있는 놈이 더 한다’는 말 그대로 가진 자들의 과도한 특권의식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기도 한다. 또한, 홈쇼핑과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면구매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반품을 일삼는 블랙컨슈머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매장 입구에서 아랫사람 부리듯 “이거 포장해놔”하며 총총히 사라지는가 하면, 몇 번을 입었을 법한 잔뜩 구겨지고 뜯어진 옷을 들고 와 반품해달라고 따지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처럼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홈쇼핑에서는 아예 방송을 통해 “입어보고,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해도 된다”면서 공개적으로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 블랙컨슈머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실상 소비자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최소한 교육용 매뉴얼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해 블랙컨슈머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는 소비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요구를 당연하게 하는 행태는 사라지고 블루컨슈머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팔고 사는 행위에서 파는 자의 설움을 거두고 사는 자의 혜택을 더한다면, 위축되는 내수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5. 가면 벗은 ‘미스테리 쇼퍼’, “감정노동자를 해방시키다”
2013년은 판매사원, 서비스직, 유통 관련 종사들의 아픔이 낱낱이 드러난 한해였다. 감정노동자로 정의되는 이들은 대량소비시대에 왕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소비자들과 고용주라는 권력을 가진 기업에게 지배당하면서 감정을 박탈당한 자본주의 사회의 신 노예계층이다.
감정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은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기업이 파견한, 소비자라는 가면을 쓴 ‘미스테리 쇼퍼’들이다.
한때 모 백화점에서는 미스테리 쇼퍼에 의한 평가점수를 토대로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판매사원들을 매장에서 퇴출하기도 했다. 이후 이 사안이 문제가 되면서 제도가 폐지됐지만, 지난해 한 백화점에서 미스테리 쇼퍼에 의해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 직원이 자살한 사건으로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이 반박하고 나서서 정확하게 사실 여부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미스테리 쇼퍼 제도가 아직 백화점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화점 구두 매장의 한 판매사원은 “어쩌다 한번 그랬는데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정말 억울하다. 미스테리 쇼퍼가 어느 선에서는 긍정적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시를 위한 감시가 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미스테리 쇼퍼의 감시 효과에 의지하기보다는 백화점의 서비스 교육 체계를 강화하거나 정당한 보상체계 등을 통해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