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양털 산업` [비인간적 패션현장⑪]
입력 2014. 01.01. 15:18:57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다수의 소비자들이 비교적 친환경적으로 생산된다고 믿고 있는 울 소재 역시 비윤리적인 산업 과정이 따른다. 게다가 울 소재가 양모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약 1억 마리 양 중 50%가 호주에서 자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사육되고 있는 양은 양모를 얻기 위해 길러지는 메리노라는 품종으로, 보다 많은 울을 생산하기 위해 부자연스럽게 양의 가죽을 확장시키곤 한다.
가죽을 늘리는 이 과정에서 피부가 주름지다보니, 오줌이나 수분이 흡수된 주름 깊숙이 파리가 알을 낳아 구더기가 번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구더기 발생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양의 살점을 고의적으로 도려내는 ‘뮬레이싱’ 과정이 따른다는 점이다.
뮬레이싱은 양의 다리를 금속 봉에 집어넣은 채 꼬리와 항문 주변의 가죽을 벗겨내는 작업으로, 여타의 마취나 진통제도 없이 진행된다. 게다가 피투성이가 된 상처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한 도리어 상처 부위에 구더기가 번식할 수도 있다. 양털을 생산하기도 전, 이 과정에서 다수의 양들이 죽고 만다.
또 털을 깎는 과정에서도 양들의 불필요한 희생이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풍성하게 자란 털을 깎아주는 것이 양에게도 득일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실상 양은 필요한 만큼의 털만 길러오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짧게 털 깎인 양은 나체의 인간보다도 훨씬 추위에 약해진다.
게다가 ‘동물사랑실천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농장 사육자는 시간이 아닌 털의 양으로 임금을 받다보니 무작위로 털을 깎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육자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빠르게 털을 깎는 것은 물론 양의 몸에 구멍을 내거나 피부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또 발버둥치는 양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위나 주먹으로 피가 날 때까지 때려가며 털 깎기를 이어가는 사육자들도 많으며, 이로 인해 얼굴의 반이 잘려나간 양들도 있다는 것이 울 산업의 숨겨진 현실이다.
양들이 나이가 들기 시작해도 문제다. 농장 측은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양의 치아가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전동분쇄기나 칼로 치아줄기를 깎아낸다. 물론 털의 생산이 떨어질 정도로 양이 노화되면 농장에서의 이용가치는 사라진다. 이에 호주에서는 매년 650만 마리의 살아있는 양을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유통해 죽이며, 영국에서도 매년 80만 마리에 가까운 양을 해외로 보내 도살한다.
실상 호주의 강력한 친환경적 이미지로 인해, 호주에서 사육되는 양들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며, 풍성한 털의 일부를 제공하는 대상 정도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 시점에도 호주의 양털 채취 과정이 관광 품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따라서 울 산업에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울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소비자도 간과하고 있던 사이 겨울 의류 어딘가 무수히 스며들어 있던 울 소재가 양들의 어떤 불필요한 희생을 초래하는지, 목도리 하나를 사더라도 소재를 확인하고 식물성 대체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PET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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