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 다국적 시대’ 중국산에 영국 리버티 한복까지 “글로벌해진 설빔, 조상님께 고함”
- 입력 2014. 01.31. 16:00:40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한복 세계화에 대한 정부 움직임이 한복의 ‘다국적 시대’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명절 반짝 특수 겨냥해 중국에서 생산한 3, 4만 원대의 초저가 아동 한복이 동대문,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 설에는 꽃, 페이즐리 패턴 등으로 유명한 영국 리버티社 원단으로 만든 아동 한복이 50만 원대가 넘는 고가에 판매되는 등 유럽풍 한복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일명 리버티 한복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꽃무늬 아동 한복은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리버티와 유사한 원단을 사용한 리버티 스타일 한복은 10만 원대 후반에서 높게는 3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생산돼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대량으로 거래되는 저가 아동복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적 불명의 한복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한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제대로 갖춰 입으려면 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맞춤이 일반화된 순수 국내 제작 한복과 달리 중국산 한복은 '한복 SPA 제품‘으로 불릴 정도로 당연시되는 분위기이다.
대중의 무덤덤한 반응과 달리 중국산 저가 원단이 국내 부티크 형태의 맞춤 한복 디자인 매장에도 유통되고 있는 것이 알려져 있어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해 한복 업계는 가뜩이나 한복 수요가 감소하는데 더해 시장의 유통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국산 고급 원단을 상징하는 리버티 한복은 ‘한복 정체성 논란’이 더해져 여론의 갑론을박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일명 ‘리버티 한복’은 유러피안 로맨틱 트래디셔널 룩을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운 느낌이 살아있다. 특히 리버티 한복 대부분이 아동복으로 거래돼 최근 명품 아동복 수요 확장과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이 패션계의 시각이다.
저고리 밑에 데님팬츠를 입혀도 손색없을 디자인이 한복이라기보다 원피스에 가까운 모습이다.
한복 업계는 해외 고가가 수입원단으로 제작된 한복이 이슈를 모으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수입원단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전통 한복’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한복이 거래되는 것은 합당한 순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한복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한국 옷도 영국 옷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한복을 입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한 한복 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노출을 강조한 디자인에 커튼지같은 원단을 휘감고 나왔던 것도 참고 보기 힘들었다”며 “더구나 영국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브랜드화 된 꽃무늬 패턴을 한복에 적용한 것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리버티 한복의 출현과 인기는 대중들이 한복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과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일 수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리버티 한복이 아이의 사랑스러운 느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복이 일상복이 아닌 명절 설빔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통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국적불명의 한복을 입히는 것은 가벼이 넘길 사안은 아니다.
한복이 해외로 뻗어 나가기도 전에 국내에서 여러 나라의 문화가 뒤섞이는 현 상황이 한복 세계화로 가는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세계화를 빙자한 전통의 소멸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SBS뉴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