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디자이너들은 왜 팝업스토어만?” 백화점과 디자이너의 ‘공생’
- 입력 2014. 02.15. 14:25:1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의 패션담론] 패션계는 신진 디자이너 전성시대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 론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수용할만한 유통시장은 충분치 않아 디자이너와 유통의 대등한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백화점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팝업스토어 형식을 빌린 이벤트성 매장 운영이 이어지고 있어 이어지고 있다.롯데백화점은 이달 연이어 신진디자이너브랜드 제품 판매가 진행된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는 중소기업청과 협업에 의해 이뤄지는 여성 신진디자이너 제품 특별판매전(14~18일)이, 본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여하는 신진디자이너 팝업스토어(21~27일)가 이어진다.
이뿐 아니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소속 신진 디자이너들을 모아 두타, 피트인 등 동대문쇼핑몰과 백화점에서 비정기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가 고객들에게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디자이너들에게는 본격적인 유통 시작 전 마켓테스트라는 본질적 의미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백화점, 평 효율 낮은 디자이너 브랜드 거부
백화점은 신진디자이너든 디자이너든 간에 기업화돼 있지 않은 브랜드를 유치할 경우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특정 시즌에 집중적으로 팔아야 하는 코트, 점퍼 등 특정 아이템을 다량 생산할 수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부담만 될 뿐이다. 또한, 최근 디자이너브랜드들은 편집매장 구조에 익숙해져 있어서 품목이나 디자인을 제한적으로 출시해 그나마 소량다품종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디자이너들의 동대문을 근거지로 성장해오다 보니 5~6평 정도의 좁은 매장에 적합하게 최적화돼있어 독립 브랜드로서 성장 자체를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따라서 백화점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몇 개 아이템만을 전개하는 신진디자이너들에게 팝업스토어 이상의 배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자이너, 수수료 높은 백화점 전혀 생각 없어
디자이너들은 과거 백화점에 입점이 유일한 판매 통로였다면,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동대문만 해도 두타와 피트인이 대결구도를 형성해 디자이너들이 매장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또한, 여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나 편집매장 수가 늘면서 완사입이든 수수료 형식이든 매장 운영 부담 없이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하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따라서 이전처럼 백화점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고, 오히려 백화점 입점 제의가 들어와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진 한 디자이너는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브랜드로 인정받으면서 백화점에 입점해봤지만, 스스로 매장을 철수했다. 수수료를 감당하면서 매장을 끌고 가기에는 백화점 밖에서 열린 기회를 누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생각에 공감을 표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는 것이 최근 패션시장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팝업스토어는 왜?
신진디자이너 팝업스토어는 백화점이 이벤트홀로 남겨둔 공간을 가장 명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한, 디자이너들 역시 백화점 팝업스토어만큼 가장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케팅은 없다.
한때 신진디자이너 팝업스토어로 인해 백화점에 패션계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동대문 시장의 저가 제품을 디자이너브랜드로 포장해 판매한다는 것이었는데 신진디자이너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부정적인 시선은 걷히고 있다.
현재 남은 과제는 백화점과 신진디자이너의 공생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컨템포러리 콘셉트를 표방하는 편집매장 ‘신세계 앤 코’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에 대한 우려와 달리 안정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바이에토르’는 해외브랜드뿐 아니라 국내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전개해 백화점 편집매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이러한 매장이 경기가 호전된 이후 기업형 브랜드 매장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 전 지점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장 수가 늘어나 오더 물량이 증가하면 해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더는 판매조차 해보지 않고 도태 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