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패션거리 삼청동 “한복에서 서핑룩까지” [골목살이①]
입력 2014. 06.04. 17:05:20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관과 오락시설을 갖춘 대형 쇼핑몰이 도심 B급 상권까지 장악하면서 더는 거리를 걸으며 여유 있게 쇼핑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대형 빌딩이 밀집된 광화문과 종로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아직 사람 냄새가 남아있는 삼청동이 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돈 냄새 풍기는 생경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주인의 고집이 묻어나는 매장이 쇼퍼홀릭들의 발길을 붙든다.
안국역에서 시작돼 삼청각으로 이어지는 삼청동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걷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한때는 카페 특구로 불릴 정도로 카페와 레스토랑만이 즐비했으나, 카페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유니크한 패션숍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국역에서 윤보선 가옥으로 올라가다 보면 패션숍 ‘로이알(roial)’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낡은 매장에 약간 손만 봇 듯 특별할 것 없는 인테리어지만, 구제품이 전시돼있을 법한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핑을 콘셉트로 한 이 매장은 매장명과 동일한 ‘로이알(roial)’외에 ‘T.C.S.S’ 등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서핑 콘셉트의 브랜드 제품들이 전시돼있다. 100%면에 염색과 워싱 처리를 한 빈티지한 색감의 티셔츠는 물론 서퍼들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 소품들이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지친 쇼퍼홀릭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정독도서관을 지나 삼청동 파출소로 이어지는 골목을 빠져나가면 자동차 도로 한 켠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길지 않은 골목 끝에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세컨드브랜드 숍 ‘차이킴’이 자리 잡고 있다.
‘차이킴’은 승마 시 입은 전통 한복을 변형한 원피스 형태의 코트와 스커트로 브랜드 콘셉트를 표현했다. 이 아이템은 한복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음에도 티셔츠나 청바지와 레이어드가 가능한 디자인으로 젊은 쇼퍼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매장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 콘셉트를 담고 있다.
서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로이알’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주인장이다. 남편은 로이알과 T.C.S.S 외에 모글리(MOWGLI), 어펜즈(AFENDS), 방크스(BANKS) 등 총 5개의 호주와 미국 브랜드의 마스터 라이센스권을 가진 오너이고, 아내는 이런 남편을 도와 매장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적 색채가 짙은 거리에 서핑 콘셉트의 패션숍을 낸 결단성은 부부의 이 같은 독특한 문화적 배경에 연유하는 듯하다.
차이킴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은 전통한복에서 대중화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끌어내 과거와 현대의 문화적 접점을 찾아냈다. 이로써 삼청동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청동이 커피를 마시거나 구두나 사기 위해 갔던 곳이라고 생각했다면, 스니커즈를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삼청동에 숨겨진 패션숍들을 찾아 나서 보자.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매경닷컴 MK패션 DB, 차이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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