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는 말 “이거 브랜드예요” vs 뜨는 말 “직접 디자인했어요” [패션톡⑤]
- 입력 2014. 07.21. 13:02:38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과거 거리매장이나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판매 사원들이 그럴듯한 제품을 들고 와 “이거 브랜드예요”라며 구매를 권유하는 일이 흔했다.
“정말, 브랜드 맞아요?”라며 마치 흑 속의 진주를 발견한 듯 소비자들이 탄성을 지르는 것은 시장 제품과 다른 품격이 그 제품에 배어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보세매장으로 불렸던 일부 숍들은 수출로 제작된 제품이나 개별적으로 들여온 수입브랜드와 이런저런 경로로 확보한 로컬브랜드들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며 ‘브랜드’라는 명분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했다.그런데 지금은 백화점이 아닌 거리 매장에서도 더는 브랜드 제품임을 강조하는 판매 유도의 말을 듣기 어렵다.
하물며 재래시장에서조차 이전처럼 ‘브랜드 이름’을 제품 앞에 걸어 판매하던 관행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는 짝퉁 단속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아웃도어를 제외한 여성복과 캐주얼 등은 브랜드 유무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타, 밀리오레나 거리 사입매장 등에서 쇼핑하다 보면 오히려 “저희가 자체 제작한 상품이에요”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고, 소비자들은 ‘자체 제작’이라는 말에 더 솔깃해한다.
이처럼 소위 비 브랜드들의 자체 제작 제품은 재래시장 기반 제품들의 합리적 가격에 브랜드들의 독보적인 콘셉트와 비견될만한 디자인이라는 의미가 어우러져 소비자들에게 더 강하게 호소력을 가지게 됐다.
이는 수많은 오너 디자이너들이 동대문 도소매상가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된 현상으로, 과거 시장 디자이너들을 경시하던 풍조가 사라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브랜드라는 말이 더는 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한 패션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 이를 통해 브랜드의 패러다임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