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덕 작가 ‘애틋한 관음증’, 엿보기의 미학적 탐색 [섹스무죄②]
입력 2014. 10.10. 09:59:48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배용준의 노골적 성행위 묘사로 화제가 된 영화 ‘스캔들’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일본 ‘욘사마팬’들은 배용준이 왜 그런 영화를 찍었는지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통해 마치 배용준의 성적 사생활을 염탐하는 듯 쾌감을 맞본 관객들은 극장을 나오는 순간 배우를 질타하면서 자신들이 은밀히 맛본 쾌락에 대한 죄책감을 해소했다.
관음증은 극히 사적 행위로 상대와의 교감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적인 영역에서 벗어난 어느 정도의 자율적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내면의 규율에 따른 죄책감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sex + guilty pleasure’展에 참여한 작가 이흥덕은 스스로에게 본능적으로 죄의 올가미를 씌우는 관음증에 대해 ‘애틋함’의 미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지하철, 차 등 오픈됐음에도 동시에 극히 개인적 영역이 될 수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행위에서 일어나는 ‘엿보기’ 욕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작품에 담아냈다.
여자 옆에서 발기된 남성과 그를 훔쳐보는 여자의 이중성, 카섹스를 하면서 선글라스를 쓴 채 창밖을 바라보는 과시욕이 내포된 듯 남녀의 묘한 심리 등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묘사하면서도 은밀한 내면의 심리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이 작품들은 90년대 중반 즈음의 작품들입니다. 당시는 사회의 부조리와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사회에 대한 풍자’가 미술에서 중요한 흐름을 형성할 때였죠. 그중 성문화 요소에 관심을 갖고 성의 관점에서 작업한 작품입니다”라며 “90년대에는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훔쳐 보기, 즉 정보의 관음증과 함께 관음증의 성적 요소가 부각됐습니다”라고 성적 뉘앙스가 강해진 당시의 관음증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에 함께 한 50년대 생의 타 작가들과 달리 간접화법으로 섹스를 접근한 데 대해 그는 “신윤복, 김홍도와 같은 조선시대 화가들의 풍부한 유머와 정서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당시는 민중미술이 화제가 됐었지만 그보다는 조선시대의 풍자적이고 위트있는 맥을 이어간다는데 의미를 뒀습니다”라며 작품을 접근한 관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애틋한 관음증’이 주는 상상의 확장과 그를 통해 맞볼 수 있는 쾌락에 대해 언급했다.
성의 노출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대해 그는 “스마트폰이 없는 당시에는 상대가 약속 장소에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때 연락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했죠”라며 “관음증 역시 ‘애틋’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죠”라며 애틋함의 정서가 사라진데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20년 전의 작품임에도 마치 현재 작업한 것처럼 선과 색채에서 유행을 앞서가는 감성이 살아있는 그의 작품은 원로작가 작품으로 분류하기에는 조금은 멋쩍은 감이 있다.
동일한 소재로 현재 시점에서 작업을 한다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할지 묻는 질문에 그는 “애틋한 정서들의 요소를 찾아내서 오늘날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지 않을까요”라며 '애틋한 관음증'의 탐색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 아마도 예술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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