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작가 ‘억눌린 마스터베이션’, 진보된 사회의 이중성 [섹스무죄③]
입력 2014. 10.10. 10:03:49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1986년 개봉한 영화 ‘나인하프위크’는 그림을 보던 킴 베이싱어가 자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995년 ‘중경삼림’에서 남자가 없는 아파트에 들어간 여자는 그의 침대에서 자위를 한다. 2003년 문소리는 바람난 가족에서 남편과의 섹스가 끝나고 자위로 충족하지 못한 여운을 채운다.
이 세 영화는 거의 10년의 간극을 두고 개봉했지만 영화의 흥행이나 관심에 비해 여자의 자위를 삽입한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이는 여자의 자위가 남성중심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기득권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자의 마스터베이션이 오랜 세월 남성중심으로 질서 잡혀온 사회의 남성적인 순결을 위협하는 존재일까.
‘sex + guilty pleasure’展에 참여한 20대의 젊은 작가 이미정은 딜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 거부당하는 성을 표현했다. 27세 미혼 여성이자 시각예술작가로서 섹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그는 “억압”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학부 3학년 때부터 딜도를 소재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모범생이었는데 작품을 통해 억압된 것을 배출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연세 많으신 교수님 앞에 딜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보여주는데서 일종의 대리만족도 느꼈던 것 같아요”라며 암묵적 억압에 반항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 학부 때의 기억에 대해 말했다.
“유교적 철학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게 섹스는 죄책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작품을 하면서 항상 관심을 가졌던 것은 한국 사회의 가치프레임입니다. 개인에게, 여자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가치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정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라며 한국 사회의 억압된 성 의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이미정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이와 유사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계원예술대학교 유진상 교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인 것으로서의 성(性)이 지니는 이중성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모든 규칙의 핵심을 이룬다. 그것은 긴장을 유발하고 금지를 생산하며 위선과 다양한 핑계거리들, 우회의 방법들을 발견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이미정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적극적인 소비의 대상으로써 여성들의 마스터베이션을 노골적인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마스터베이션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할 때마다 ‘섹슈얼리티 마스터베이션’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전시 참여를 의뢰받으면서 자위방을 상상하며 이전 작품을 재구성했습니다. 섹스토이를 모티브로 한 조각물, 롤스크린, 푯말 모두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배치했습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정 작가의 작품은 노골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요소가 주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시각예술작가로서 미학적인 측면에 신경을 씁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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