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음증 vs 마스터베이션, 섹스의 사회적 금기와 유죄의 역사 [섹스무죄④]
- 입력 2014. 10.10. 10:09:12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관음증과 마스터베이션은 은밀함을 전제로 한 행위이며, 은밀함이 전제돼있지 않으면 쾌락이 극적으로 반감되기도 한다.
‘아트 & 섹스’의 첫 번째 테마 ‘sex + guilty pleasure’는 은밀함의 영역으로서 섹스와 그에 따른 죄의식. 죄의식에서 오는 쾌락을 다룸으로써 암묵적으로 제재를 가해온 한국 사회의 성의식을 고발하고 있다.이번 전시에 참가한 작가 최경태는 80년대 당시 불온 물로 분류돼 ‘여고생시리즈’가 전량 소각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이후 다시 그린 것으로 작가 작품이 들어선 방으로 들어선 순간 어둠 속 거울에서 나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서늘함과 낯섦이 엄습한다.
이번 전시된 작품 모두 처음 맞닥뜨린 순간에는 흠칫하지만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본능을 억압해 왔는지 직시하게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성 본능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과 배출하는 것에는 적절한 수위 조절이 요구된다. 이번 전시에서 화두로 제시한 ‘관음증’과 ‘마스터베이션’을 여론의 법정에 세운다면 ‘guilty or not guilty’의 판결이 가능할까.
2014년, 현재 시점에서 관음증이란?
관음증은 사적인 영역에서 시작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다중, 다중과 다중의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성에 눈을 뜨던 청소년 시절 포르노 사진이 담긴 음란 잡지로 시작해 포르노 비디오로 은밀한 욕구를 충족시키던 당시에 관음증은 극히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하면서 관음증은 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지금은 지하철에서 남몰래 흘끗거리던 수준에서 벗어나 ‘몰카’로 촬영하고, 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인권유린의 수준으로 변질됐다.
이흥덕 작가는 “욕구와 같은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는데 정보 매체의 발달로 ‘정보의 관음증’이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각적인 요소가 중시되고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관음증의 기저에 깔린 불변의 요소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감춤의 미학은 사라졌습니다. 감췄을 때 상상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찾기 힘듭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관음증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최근의 관음증이 스토킹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등 범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행위들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는 “상상이라는 범주에서는 관음증을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극히 개인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관음증과 그를 통해서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의 범주가 타인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사적 영역에 머물러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것이 직접적인 접촉이나 위해로 이어져 상대가 피해라고 인지하기 시작한다면 그 지점부터는 상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죠”라며 관음증과 죄의식의 상관관계가 맺어지는 ‘선(線)’에 대해 언급했다.
본능으로서 관음증은 일견 대량소비시대를 움직이는 요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관음증은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수난사를 겪어왔고 지금은 변질된 관음증이 사회 병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관음증이 애틋함의 미학, 감춤의 미학, 은밀함의 미학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성 개방시대에 ‘여성의 섹스, 그리고 마스터베이션’이란?
마스터베이션은 관음증에 비해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관음증이 범죄의 영역으로 확장된다면 마스터베이션은 정서적 문제로 취급된다.
타인과의 교감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스터베이션은 법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죄의식의 측면에서는 관음증보다 더 큰 심리적 위축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은 쾌락을 수반하는 죄의식으로서 기능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미정 작가는 “유교를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서 섹스와 죄의식을 분리하기는 쉽지 않죠. 주변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의 성 억압’이라는 화두가 가당키나 하냐’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뻘쭘’하죠”라며 젊은 여성작가로서 ‘여자의 섹스’와 ‘여자의 마스터베이션’이라는 화두로 작품을 하면서 부딪치는 장벽을 언급했다.
그는 “섹스와 정치는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유신정권, 군사정권에서는 맞서야 할 적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 정치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음에도 ‘적’이 드러나지 않아 여론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섹스 역시 마찬가지죠. 표면적인 성 개방으로 인해 섹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노출시키는 작업에 이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5, 60년대 생 작가들의 작품은 ‘전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20년이 넘는 간극을 두고 있는 작가들 역시 전투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노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성의 표현을 금기시했던 시기에 작품 활동을 한 작가와 성이 개방된 시대에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근본적으로 유사한 정서를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세대를 가로지르는 섹스를 거부하는 사회적 이념에 대해 언급했다.
여자의 주체적 섹스로서 마스터베이션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논쟁의 대상이다.
이미정 작가의 작품이 노골적으로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을 옹호하는 듯하지만, 작품을 감싸는 미적 요소에서 그런 사회적 논리를 거스를 수 없는 여성으로서 딜레마가 읽혀진다. 이런 관객으로서 느낌이 성 개방시대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의 실체가 아닐까.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