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이라는 명분 아래 소모되는 청바지, 아쉬움에 대하여 [청바지展④]
- 입력 2014. 10.31. 14:16:35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청바지는 산업사회의 산증인이자, 대량소비시대의 상징이다. 지금은 청바지가 젊음, 자유와 반항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처절한 역사를 품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청바지'전은 패션으로 소모되면서 점차 의미가 얄팍해지는 청바지가 얼마나 두터운 격정의 세월을 겪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패셔니스타들은 청바지를 외면한 지 오래다. 완벽한 보디를 과시하는 도구로서 지위가 상실되고 있는 지금의 청바지 상품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청바지는 통이 넓은 와이드 실루엣으로 히피처럼 사회적 성향 표현의 대체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팬티가 보일 정도로 흘러내리듯 입는 오버사이즈와 동일시된 힙합처럼 유사한 음악적 성향 아래 뭉치는 집단의식을 보여주는 등의 사회적 상징으로서 역할을 더는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청바지를 전시 소재로 택한 것이 때늦은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건욱은 “청바지를 패션사 관점에서 조명하는 전시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그런 접근은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그보다는 청바지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바지를 자유나 반항 등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만들어진 상징”이라며 이 같은 고정된 시각을 비켜가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섹시함’ 역시 청바지를 단선적 구도 아래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음을 언급했다.
청바지전은 이러한 점에서 청바지를 ‘날 것’ 그대로 접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를 가진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한 산업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노동자 계급은 작업복으로 청바지를 입고 노동을 하며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 자손들은 아버지 세대의 청바지를 입고 히피에 빠져들고 로큰롤에 심취하면서 자본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청바지는 아직도 잔존하는 자본주의적 계급사회 속에서 평등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면서 노동도 자유도 아닌 모호한 지점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청바지'전은 거창한 사회의식을 내걸고 있진 않지만 “음악처럼 청바지도 과거와 같은 순수성이 없다”고 말한 양희은과 비슷한 속내를 공유하는 이들의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채워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