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환경, 탈출구는 있나? [패션업계 노동현실②]
입력 2014. 11.06. 10:00:35
[시크뉴스 곽윤 인턴기자] 패션 업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내부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져 왔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은 한 목소리로 모아지지 못하고 있다.
패션계의 무급 인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때마다 많은 매체들은 예술 산업 특유의 도제식 문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했다. 도제식 문화에서 신입 디자이너는 임금의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고용인이 아닌 ‘제자’로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이 도제 시스템에서만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패션노조의 입장이다. 패션 노조 한 관계자는 시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위 말하는 패션계의 도제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도제식 교육이라면 장인이 기술을 전수해야 하지만 사실상 패션 업계에서는 아무나 장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도 당장 사업자등록만 하면 인턴채용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많다”라고 전했다.

◆ 최저임금법과 무급인턴이 공존하는 법의 사각지대
노조 측은 패션 업계의 부당한 관행이 되풀이 되는 이유로 노동관련 법규의 허점을 꼽았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부당임금과 몸매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인은 모든 근로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521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유급 인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단 입사 후 3개월까지는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직원과의 협의 하에 최저임금의 90%까지 지불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회사들이 근로기준법을 악용해 법망을 손쉽게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고용인을 ‘교육생’ 혹은 ‘자원봉사자’로 분류하면 최저 임금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교육생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명확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며 교육생이라는 사실이 사전에 공지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감시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을 받기는커녕 ‘잡일’만 하다 왔다”라는 불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이 목적이 아닌 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온 무급 인턴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고용시장에서 무급 인턴과 유급 인턴의 경계는 점점 애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업계의 내부 고발자들은 많은 신입 디자이너들이 유급 인턴으로 인정받지 못할 만큼의 돈을 받으면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근로에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브라질, 인턴 보호제도 마련에 박차
이처럼 인턴제도가 사업주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관련법에 명시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 2008년 ‘인턴십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참여 학생이 정규 교육과정에 있어야 하며 학생과 학교, 인턴십 기관이 인턴 약정서를 체결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국 뉴욕 시에서는 올해 6월부터 무급인턴도 근로·인권 관련법에 따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방송국의 무급 인턴이 성추행을 당해 소송을 냈으나 노동자가 아닌 무급 인턴이라는 이유로 패소한 사건이 큰 공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학교 차원에서 인턴을 보호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뉴욕대는 회사가 교내 취업 웹 사이트를 통해 채용 공고를 올릴 시 무급 인턴에 대한 노동부의 6가지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자격요건을 내걸었다. 교내 취업 웹 사이트에서 무급 인턴 공고를 삭제하자는 청원 운동을 주도한 크리스티나 이스날디는 “청원 이후 500개에 불과했던 유급 인턴십이 4000개로 늘어났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최민희 의원이 무급 인턴을 근로자로 적용받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현재 계류 중인 상태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무급인턴들을 법 적용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무급 인턴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현재 해외에서의 인턴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곽윤 인턴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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