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로스트-무한도전 속 ‘감정노동자’, 강요된 웃음이 초래하는 비극적 현실
입력 2014. 12.08. 12:20:16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 한 해 갑을 분쟁과 함께 ‘소비자는 왕이다’는 명분 아래 감정 폭력에 시달리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전히 서비스직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가해자로서 대중은 기억 속에 자신들이 행한 폭력을 지워버리고 있다.
이는 2012년을 시작으로 2013년 한명숙 의원, 2014년 이인영 의원 등 감정노동 관련 총 9개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현 상황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하다.
7일 방영된 OCN ‘닥터 프로스트’는 성추행을 한 고객과 그에게 항의하던 백화점 판매사원의 죽음을 다뤄 웃음을 강요당한 이들의 처참한 비극을 그렸다. 성추행당한 동료를 대신해 고객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판매직원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고객과 트러블이 일던 당시 직원의 잘못이라며 웃음을 잃지 않은 얼굴로 사과하던 매니저가 가해자인 고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극 중에서 매니저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으로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자신의 감정 조절 능력을 상실한 서비스직 노동자로 내내 감정없는 웃음을 유지한다. 송창의(프로스트 역)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가슴은 좌절감을 갖고 있으면서 웃고 있는 것”이라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6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극한 알바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홈쇼핑 콜센터 텔레마케터로 일을 시작한 이후 연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던 정준하가 “감사합니다”라는 고객의 말에 울컥하는 장면에서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말 내내 정준하가 검색어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감정노동자의 애환보다는 미생을 패러디한 영상과 정준하의 좌충우돌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한 해는 감정노동자들의 처절한 현실이 공론화됐다. 판매 사원의 얼굴에 영수증을 찢어 던지는가 하면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가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례가 연일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외에도 녹색소비자연대는 서울시와 함께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전국협의회’를 구성해 인권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데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내용 자체는 여야가 충돌할 사안은 아닌데 노동부 쪽에서 저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부처 간 견해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을 다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 남성은 경비원이 결국 ‘노비’라며 자신들을 ‘주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현대사회에서 감정노동직에 종사하는 것이 결국 어떤 핍박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동반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패션가에서 샵마스터는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높은 연봉에도 이들은 수많은 억측과 추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서비스직종의 비중이 높아진다. 서비스직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OCN '닥터프로스트',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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