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 ‘열정페이’ 논란의 중심, 오너 디자이너들의 호소 ‘마녀의 항변’
- 입력 2015. 01.21. 10:35:54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패션위크 2015 S/S는 오너 디자이너브랜드에 만연한 근로자 저임금을 수면 위로 드러내며 컬렉션보다 더한 화제를 낳았다.
일명 ‘열정페이’ 논란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젊은이들의 꿈과 미래를 담보로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감수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오너 디자이너들을 향한 질타로 이어지는 등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패션계에서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특정 디자이너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확대 해석되는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한 패션 마케팅 전문가는 “패션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패션시장이 호황이었던 시기는 90년대 중반을 전후로 한 4~5년에 불과했죠. 97년 외환위기가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면서 패션계는 쑥대밭이 됐습니다. 특히 오너 디자이너브랜드들의 타격이 컸습니다. 그 시기 청담동이 무너지고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생사가 불투명해졌습니다”라며 “최근 몇 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며 패션계의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이번 ‘열정페이’ 논란에서 오너 디자이너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보다는 특정 디자이너를 향한 공격과 오너 디자이너 전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여론몰이에 좀 더 냉정한 시간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한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매출에 큰 이득이 없습니다. 워낙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여타 패션기업과 달리 말 그대로 팔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작비, 유통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한숨이 나올 정도”라며 “반면 해외 수주전시회에 참가해 주문을 받는 것이 더 수익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자리 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실 집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데 엄마한테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했습니다”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젊은 신진 디자이너 상당수는 판매사원을 포함해 직원이 5명이 넘지 않을 뿐 아니라 몇몇은 부부나 친구 등 2명이 파트너십으로 디자인은 물론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다 책임지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열정페이 논란을 통해 유명 디자이너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소위 유명세를 치르는 몇몇 디자이너들 역시 충분치 않는 매장 수익을 홈쇼핑을 통해 충당해왔으나, 최근 이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한 디자이너는 “솔직히 일반 기업 디자이너들은 돈과 명예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죠. 물론 일정 수준 지위에 오르기까지 감내해야 할 것이 많지만 오너 디자이너브랜드 상황과 비교가 안 됩니다”라며 “그런데 저 역시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디자이너 스튜디오에 입사할 때는 열악한 근무조건을 어느 정도 각오하기 때문에 뭔가 강한 동기부여만 된다면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있죠. 대다수 오너 디자이너들이 직원들의 감성을 잘 다독였다면 ‘열정페이’ 논란이 지금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라고 말했다.
열정페이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악용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패션계는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이제야 물꼬를 트기 시작한 전도유망한 오너 디자이너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온스타일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