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도 못 넘는 한국 패션계, “뚱보는 골반 깎고 올 것” [패션업계 노동현실⑦]
입력 2015. 01.22. 15:37:24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샤넬의 칼 라거펠트,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안나 수이 같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뚱뚱하고 키가 작고 너무 말랐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취업 못 한다”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측이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패션계 신체차별 고발’ 기자회견에서 외친 말이다.
최근 패션계를 뒤흔든 디자이너 이상봉의 열정페이 논란에 이어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상당수 대기업이 디자이너 채용 시 특정 신체 사이즈까지 요구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알바노조 측은 “대한민국 패션계는 정말 창피하고,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라며, “디자이너를 뽑는데 신체 사이즈를 요구 하다니 지나가던 소가 넘어지겠다.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진 신체차별 구인 광고 업체만 해도 총 57개가 넘는다. 이 중 코오롱, 이랜드, 신세계 인터내셔널, 한섬, 신원, 세정, LF 등 잘 나가는 대기업도 상당수 있으며, 시급 1~2만 원 수준의 피팅 모델을 고용하는 대신 신입 디자이너에게 모델 업무까지 요구하려는 패션계의 억지스러운 관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패션디자이너 지망생은 “면접을 최소 20군데는 본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옷만 입어보고 몸매 평가만 받은 곳이 더 많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 지망생 역시 “면접관들이 골반 뼈 좀 깎고 와라. 살이 그렇게 쪄서 되겠냐는 등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신입 디자이너들은 부당한 임금으로 인한 노동 권익은 물론 인권까지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탄탄한 스펙, 포트폴리오를 갖춰도 키 164cm 이상 55 사이즈의 날씬한 몸매가 아니면 디자인실 문턱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패션노조 측은 “임금 개선이 되더라도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한국 패션계 청년 성장이 불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시급 1~2만 원, 월 300만 원 정도의 피팅 모델 유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신입 디자이너에게 모델 업무까지 전가하고 있는 패션계의 고질적 악습이 해당 업체들의 억 소리 나는 스타 광고와 대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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