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이민정과 한효주의 딜레마 ‘하늘이 무너질 땐?’
- 입력 2015. 02.27. 17:36:44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사면초가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과 이병헌과 같은 소속사의 한효주가 곤경에 처해있다.
이민정은 이병헌의 부도덕한 행위 때문에, 한효주는 공군 장교인 남동생이 한 사병의 자살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각각 데뷔 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는데 이들의 돌파구는 언제 어떻게 생길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이민정으로선 표정관리가 애매모호하다. 이병헌처럼 허리를 굽히고 사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당하게 어깨를 쭉 펼 수도 없다. 여배우답게 환한 미소를 짓는 것도 금물이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만삭이다. 집도 마침 서울 한복판이 아닌 경기도 광주 한적한 곳의 단독주택이다. 집이 넓어 먹을 것만 충분하다면 두문불출 태교에 전념하며 신생아를 출산한 뒤 그대로 산후조리를 하면 된다. 어차피 1~2년간 작품활동은 불가능하다.
지금 그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출산준비와 신생아의 육아 그리고 이병헌에 대한 내조다.
이병헌의 행위가 어떻건 간에 이민정으로선 남편이자 태어날 자신의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용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그녀가 아내와 엄마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남편의 기사회생이 먼저다. 그런 기준 하에 그녀는 현재 아주 잘 하고 있다. 어차피 임신한 몸으로 공식활동을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입 다물고 묵묵하게 이병헌의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그녀의 임무수행은 훌륭하다.
이병헌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를 그녀가 달래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여자 이민정이 성실하고 현명하게 살았고, 여배우 이민정이 대중을 위무해줬다는 평가를 받을 필요는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의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출산이라는 고귀한 행복을 자양분 삼아 연기력을 일취월장시킬 필요가 절실하다.
여배우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이병헌의 아내라는 자리에도 올랐지만 사실 그녀는 연기파 대배우는 아니고 그런 만큼 내세울 만한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소속사의 손예진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흥행퀸이 됐으며 문채원은 인상 깊은 드라마 ‘착한 남자’를 남겼다.
이민정의 최근작 ‘앙큼한 돌싱녀’는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는 아니다. 김남주가 김승우와의 결혼과 출산 이후 처녀 때보다 더 활발하고 성공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것을 정조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대중은 그녀를 ‘이병헌의 아내’가 아닌 제 2의 ‘내조의 여왕’으로 볼 것이다.
차원은 다르지만 한효주 역시 처신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군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그녀의 동생이 한 병사의 자살에 연관이 없음을 판정받긴 했지만 사회 분위기는 좀 다르다. 국민 다수의 군대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고작 중위 계급으로 한 부대의 인권유린 상황을 막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긴 하지만 반대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증거도 없고, 나쁜 상황에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한효주의 가장 큰 딜레마는 사과하느냐, 마느냐다. 속사정이야 어떻건 ‘무조건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자숙하겠다’라고 공개사과 하면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앞뒤정황상 쉽지 않다. 사과는 곧 동생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조용히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화제의 작품에 출연해 반전을 노린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아무리 한국사람이 ‘냄비근성’이라고 하지만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지금의 디지털 공간은 그런 유야무야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결국 정면돌파가 답이다. 결과야 어쨌건 지난 26일 이병헌이 입국장에 몰린 언론을 통해 허리굽혀 국민들에게 사과했듯 한효주는 한 번은 ‘여론재판’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연예인으로서 살겠다는 생각이라면.
병역기피 의혹이 짙었던 MC몽도 컴백했다. 아무리 그가 재판을 통해 ‘발치가 병역기피 목적이 아니었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고의적으로 입영을 연기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대중의 분노를 극대치로 올렸음에도 컴백곡으로 당당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한효주는 병역을 기피한 것도, 나이 어린 후배를 대상으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죄가 없다. 그녀의 동생은 의심은 가지만 역시 죄는 없다고 판명 받았다.
평소 군에 가겠다고 떠벌이다가 막상 입대가 코앞에 다가오자 얍삽하게 미국적을 선택한 유승준도 중국영화에 출연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행복추구권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한효주가 대중 앞에 나서 심판을 받고 정면돌파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다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계기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은 훌륭한 작품과 그 작품 속에서 확연하게 달라진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배우 한효주로 귀결돼야 마땅하다.
사실 ‘쎄시봉’의 흥행참패는 한효주 탓이 아니다. 성공한 영화라면 으레 삽입곡이 화제가 되기 마련이고 음악영화라면 필수건만 전형적인 음악영화 ‘쎄시봉’을 통해 재조명되는 1970년대의 포크곡이 없는 게 그 증거다.
그럼에도 한효주는 정통멜로 ‘반창꼬’에서 망가지는 캐릭터까지 불사하며 연기열정을 불태웠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직 그녀의 연기의 깊이와 진정성이 대중을 감동시킬 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증거다.
김남주는 김승우와의 결혼 당시 몇 가지 삐딱한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작품으로 극복하고 처녀시절보다 더 잘 나가는 배우가 됐다. 과거의 의혹의 눈초리는 연기 하나로 일축했다.
지금 한효주에게 필요한 것은 억울함의 토로나 우회의 잔꾀보다는 정직함과 정공법이고, 이민정은 인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