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아이유, ‘별그대’ 작가 만나 ‘포스트 전지현’ 될까?
입력 2015. 03.02. 13:35:4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가수 아이유가 내달 새로 시작될 예정인 KBS2 금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의 여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로듀사’는 방송사 예능국 안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룬다. 당연히 유명 연예스타부터 예능 PD가 주인공이고 아이유에게 건너간 배역은 여주인공이다. 여주인공은 13세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0년차를 맞는 유명 연예스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아 얼음공주라 불리는 그녀는 이유 없는 친절을 경계하고 깊은 정을 주지 않으려하는 포커페이스라 전한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집필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인기 드라마 작가로 자리잡은 박지은이 집필한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박 작가는 지난 2009년 ‘내조의 여왕’으로 히트제조기로 올라선 후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펜을 들었다 하면 곧바로 화제와 히트로 직결되는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연출자가 ‘개그콘서트’ ‘1박2일’ CP였던 서수민 PD라는 게 불안감을 주긴 하지만 드라마는 작가의 펜에서 시작돼 연기자의 캐릭터로 승부를 본다는 점에서 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해석이 가능하기에 작가만으로 기대감은 충만하다.

게다가 코믹 연기력과 흥행의 보증수표 차태현이 예능국 10년차 PD 역을 확정했고 김수현이 예능국 신입 PD 역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웬만한 시청자라면 구미가 당길 법한 포장이다.

지난해 ‘별그대’는 예전에 중화권 영화계를 휩쓸었음에도 한류열풍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던 전지현을 뒤늦게 단숨에 최고의 한류스타로 만들었으며 한국 내 인기로 만족해야했던 김수현을 우물 밖으로 끌어내 중화권에서 가장 인기 높은 외국 남자스타로 견인했다. 과연 아이유는 박 작가의 필력에 힘입어 ‘포스트 전지현’이 될 수 있을까?

2008년 16살의 어린 나이에 싱글 ‘미아’로 데뷔한 아이유는 아이돌그룹 틈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가창력과 스타성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솔로 여가수로 성장해갔다. 2011년 청소년 드라마 ‘드림 하이’의 주연을 꿰차며 성공적인 아이돌의 길을 가는 듯했지만 드라마의 흥행참패로 일단 그녀의 배우 첫걸음은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슬럼프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KBS2 ‘최고다 이순신’의 타이틀롤을 맡아 두 번째 작품 만에 흥행탤런트로 우뚝 섰다. 이 드라마는 최종 시청률 30.1%를 기록할 정도로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과연 아이유는 배우로서 가수만큼의 가능성과 실력을 갖췄고 흥행력까지 겸비한 것일까? ‘프로듀사’ 출연이 확정이라는 전제 하에 남자 주인공인 차태현과 비교해보자.

1995년 KBS가 공개채용한 슈퍼탤런트 1기로 입사한 차태현은 그해 ‘젊은이의 양지’에서 조연을 맡아 신인임에도 돋보이는 개성과 가능성으로 제작진과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배용준이 주연한 ‘파파’와 ‘첫사랑’에서 연속해서 인상 깊은 조연을 맡으며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후 KBS를 떠나 독립한 그는 1997년 MBC 캠퍼스 드라마 ‘레디 고’에서 원빈과 나란히 남자 주인공을 맡으며 자신의 전성기의 서막을 올렸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드디어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석권하며 연기력으로 코미디와 멜로를 동시에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젊은 배우로 자리매김해 오늘에 이르렀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의 인기를 바탕으로 데뷔앨범까지 발표하며 가요계 진출에 어느 정도 성공을 보이긴 했으나 2년 뒤 발표한 2집을 끝으로 그의 공식적인 가수활동은 마감됐다.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의 가수로서의 일시적인 외도는 개그 소재로 자주 쓰이곤 한다. 이휘재처럼.

조용필과 김범룡은 스타덤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하지만 한 번의 ‘외도’로 끝낸 후 가수활동에만 전념해왔다. 그들은 자신이 전영록이 아닌 걸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최고다 이순신’의 여주인공이었고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꽤 인기를 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드라마가 주인공 한 명에 의해 시청률이 좌지우지 될까? 그게 아니란 것은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이 더 잘 안다. 현재 주말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MBC ‘전설의 마녀’의 인기가 결코 한지혜 한 명 덕은 아니다.

한지혜의 전작인 KBS2 ‘태양은 가득히’는 2.7%라는 참담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전에 출연한 MBC 주말극 ‘금 나와라 뚝딱!’은 22.3%의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 수 있다. KBS와 MBC의 주말드라마는 이변이 없는 한 시청률이 높다. 그 이유는 막장의 요소에 가족애라는 눈물과 감동의 코드가 단골양념이자 메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왕가네 식구들’ ‘참 좋은 시절’ ‘가족끼리 왜 이래’ 그리고 ‘파랑새의 집’까지 KBS2의 주말 드라마가 실패 없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것이 그 증거다. 물론 그 범주 안에는 ‘최고다 이순신’도 포함돼 있다.

가수로서의 아이유는 훌륭하다. 데뷔 당시에도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치 소화력 가창력 표현력 등이 뛰어났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잠재력이 점점 올라오는 가운데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다 이순신’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가수 아이유와는 기본부터 달라도 한참 달랐다.

연출자로서의 기본이 사실감의 최면능력에 있다면 연기자의 기본은 대사다. 지금이 후시녹음의 더빙을 하는 시대도 아닌데 아이유의 발음과 목소리 톤 그리고 발성과 호흡은 최소한의 기본이 안 돼있다. 시청자들이 ‘최고다 이순신’을 보면서 몰입한 배우와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유의 주변사람들이었다.

대중이 믿건 안 믿건 연예 관계자 사이에는 ‘가수의 얼굴과 목소리’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에 대한 구분이 존재한다. ‘그 얼굴은 배우 할 얼굴이 아냐’가 있다면 ‘그 목소리는 가수 할 목소리가 아냐’라는 보이지 않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이 꼭 전형적인 미인이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연출자와 제작자가 미녀를 선호하는 것을 보면 대중 역시 잘 생기고 예쁜 주인공을 원한다는 것은 맞다. 김희선부터 전지현을 거쳐 김태희에 이르기까지 전성기의 그녀들이 캐스팅 0순위였던 것은 연기력보다는 미모, 티켓파워보다는 스타성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들이 당대 최고의 미모가 아닌, 그 연기력만으로 주연에 캐스팅될 수 있었을까?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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