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우결’ 공승연, ‘신의 한 수? 심한 악수?’
입력 2015. 03.02. 15:06:5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MBC 가상부부체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에서 남궁민 홍진영 홍종현 유라 등이 빠지고 그 자리에 슈퍼주니어-M의 헨리, 씨엔블루의 이종현, 쥬얼리 출신의 예원, 그리고 신인 배우 공승연이 들어온다.

이들은 기존 커플들의 첫 만남과 달리 네 남녀가 각각 일대일 데이트를 통해 직접 가상 아내와 남편을 선택하게 되고, 남녀 출연자의 선택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새 커플로 합류할 수 있다. 현재 네 남녀 모두 선택을 앞두고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데이트를 즐기며 한껏 들뜬 모습으로 촬영 중이라고 한다.

이들의 첫 투입은 오는 14일 방송된다. 과연 ‘우결’은 새 멤버의 투입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그동안 그림자처럼 뒤따라온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우결’은 참으로 희한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KBS2 ‘착하지 않은 여자’ SBS ‘오 마이 베이비’에 한참 뒤진 꼴찌다. 그럼에도 화제성에선 이들 프로그램에 떨어지지 않는다. 2일 오후 현재 지금까지 전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공승연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내달리는 것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 ‘관심’은 호감은 아닌 듯하다. 왜냐면 시청률이 시원찮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폐지 요구도 간과할 수 없다. 공승연에게 이렇게 관심이 높은 것은 ‘기대’가 아니라 ‘한 번 지켜보겠다’는 ‘감시’의 의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헨리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존재감을 입증했기에 나쁘지 않은 카드다. 예원 역시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강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걸그룹의 멤버가 아닌, 독립된 예능인으로서의 성장을 타진해봄직한 인물이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헨리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반전의 매력을 뽐냈다.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친근함 때문에 별 기대를 안 했다가 한국의 정서와 전혀 다른 엉뚱한 기준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외국의 군대에 적응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에서 시쳇말로 ‘빵’ 터졌다.

그리고 하나하나 이겨나가면서 자신이 먹고 살아야 할 한국의 특수한 조직 내에서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성장기는 입대 때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멋진 여행가방을 끌고 소풍가는 모습을 보였던 철부지 시절에 비해 상전벽해의 감동스토리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종현은 이미 KBS2 ‘신사의 품격’에서 배우로서의 ‘품격’을 검증받은 바 있다. 씨엔블루 멤버로선 어떨지 몰라도 배우로서는 그다지 훌륭한 카드는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우결’ 투입은 리트머스 시험지다. 배우로서 안정된 남궁민이나 한참 뻗어나가는 중인 송재림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불안하다.

공승연은 의외의 깜짝 카드지만 그래서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다.

1993년생인 공승연은 지난 2012년 여성용품 CF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케이블TV tvN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에 출연했다.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서봄(고아성)의 언니 서누리를 연기하고 있다. 또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에프엑스, 레드벨벳 멤버들과 연습생 생활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이력이 과연 ‘우결’이라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될 만큼 대단했는지, 그리고 그 경력이 과연 ‘우결’의 새 멤버로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다. 물론 익히 보고 들어온 얼굴과 이름에게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것보단 가능성이 훨씬 더 열려있지만 그 활짝 열린 문으로 반드시 거센 파도나 급물살이 밀려드는 것은 아니다. 투자의 기본은 뻔한 결과일지라도 모험보단 안정이다.

‘우결’ 제작진은 물론 MBC 고위층은 아직도 시청자의 속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예전부터 있어온 멤버들의 열애 혹은 열애설로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화났는지, 그 화의 근원지는 어디인지에 대해서 시대착오적인 생각 혹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김소은은 잔류시키고 나름대로 30대의 사실적인 부부상을 보여준 남궁민-홍진영 커플은 내리게 한 뒤 공승연을 승차시킨 것은 다수의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나가수3’에 이수 린 스윗소로우 등 한 기획사의 3팀을 투입시키려 억지를 부렸던 것이 오버랩 된다.

현재 ‘우결’의 시청률은 4.8%다. 지난해 4개월여 만에 전격 폐지한 ‘사남일녀’ 역시 4%의 시청률이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어서 ‘착하면서 재미있고, 감동적이면서 기대되는’ 예능으로 극찬을 받았지만 MBC는 가차 없이 날려버렸다.

물론 ‘우결’의 제작비는 ‘사남일녀’보다 적을 것이다. 광고 및 협찬도 더 쉬울 것이다. 저비용 고효율이란 천박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이 시대에 나쁘진 않지만 공영방송에서 휘둘러야 할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결’은 포맷부터 출연진까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주 방송의 잦은 ‘뽀뽀’는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 가상의 현실화란 집단최면 효과라는 해석 외에는 안 보여 자연스럽지 않고 억지스럽게 다가온다.

이번 새 멤버 투입에서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각 멤버들의 미팅을 통한 선택이란 새로운 포맷을 도입했지만 어차피 그들의 ‘데이트’와 ‘부부생활’은 가상이므로 별다른 의미가 부각되진 않는다. 지난 2008년 론칭 때만 하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신선했다. ‘프리 섹스’ 시대에 유명 연예인들의 ‘밀당’과 신혼생활은 잃어버린 꿈과 낭만을 되찾아주고, ‘3포세대’에게 희망과 동화를 선사했다.

하지만 조권과 가인의 부부가 만들어낸 ‘착시효과’가 가져온 최고의 화제성을 계기로 이 프로그램의 동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권과 가인 혹은 그들의 소속사는 현명했다. 화제를 만들곤 잽싸게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했다.

클래식카는 낭만은 있지만 노화된 엔진 탓에 안정된 주행을 보장하지 못한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공승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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