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 케이티김 연출 반전극
입력 2015. 03.02. 16:45:23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이쯤 되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반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디 아더스’에 살짝 견줘도 될 법하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다.

‘절름발이가 카이저 소제였대’(‘유주얼 서스펙트’)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다니!’(‘식스 센스’)

‘사람이 귀신이고, 귀신이 사람’(‘디 아더스’)

스포일러를 공개하는 것은 제작자와 미관람 관객들에 대한 대단한 결례지만 이미 오래된 영화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니 감히 적어본다. ‘K팝스타4’의 케이티 김은 케빈 스페이시였고 브루스 윌리스였으며 니콜 키드먼이었다. 지난 ‘탑 텐’ 진출 경연에서 꼴찌로 탈락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그녀는 생방송 진출자를 가리는 지난 1일의 경연에서 고민이 필요 없는 만장일치의 B조 1위로 가볍게 안착했다.

‘K팝스타4’가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각도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요인은 이번 시즌 경연자들의 수준이 꽤 높다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매번 예측이 빗나가는 반전드라마를 쓴다는 데 있다.

방송 초기 반전의 주인공은 정승환과 이진아였다. 대기실에서건 무대 위에서건 시종일관 자신 없는 표정과 몸동작으로 주눅들어있던 두 사람은 입을 열자마자 장내에 얼음물을 끼얹었으며 새로운 스타, 기존의 아이돌과 차별화된 뮤지션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모든 참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쟁자로서 남녀를 대표하는 요주의 인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봐도 매회 안정적인 승리가 예견된 그들은 그러나 2~3번의 경연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을 실망시켰다. 첫 회 돌풍을 일으킨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경력의 이설아의 중도탈락 역시 이변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생방송 출연자를 가리기 위한 첫 대결인 B조의 경연은 전체가 반전이었다.

지난 경연에서 이소라의 ‘제발’을 예상을 깨고 ‘못’ 불렀던 정승환은 김광석의 ‘그날들’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극찬을 받았고, 이효리의 ‘텐 미닛’을 선곡한 그레이스 신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리듬앤블루스의 여왕 자리를 조심스레 예약하는 긍정적인 무대를 꾸몄다.

그리고 등장한 ‘꼴찌’ 케이티 김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은 밝았지만 눈과 입술은 어두웠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청소년들이 열광한 god의 댄스곡 ‘니가 있어야 할 곳’은 소울과 리듬앤블루스 그리고 재즈까지 뒤섞은 케이티 김의 탁월한 재해석력과 윤활유가 듬뿍 뿌려진 애드리브에 힘입어 명곡으로 재탄생했다. 비슷한 포맷의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매번 1등하는 박정현이 부럽지 않은 열창이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재즈&리듬앤블루스 여제 사라 본에 필적할 만한 감성으로 조지 거쉰의 명곡 'Summer time'을 재해석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재니스 조플린에 견주는 찬사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리고 차례로 무대에 오른 14살의 릴리 엠, 23살의 박윤하 역시 가장 훌륭한 노래와 무대로 열성을 다했지만 재대결 군으로 떨어졌다.

심사위원과 제작진의 긴 회의와 심사위원들의 장황한 설명이 이날의 심사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케 했다. 그만큼 이날의 경연은 심사위원들의 예상을 철저하게 빗나갔고, 그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줬다.

심사위원들의 결정대로 누가 봐도 1, 2위는 케이티 김과 그레이스 신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각별한 공명으로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로 기교 없이 가장 순수하게 노래하는 박윤하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는 정승환과 릴리 엠. 심사위원은 정승환을 3등으로 꼽았지만 릴리 엠의 손을 들어줬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희열이 단골로 쓰는 ‘여기까지’라는 표현이 아주 적확한 순간이었다.

릴리 엠은 어차피 등수에 상관없이 YG나 JYP에 스카웃될 것이다. 안테나라고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녀의 부모가 고른다면 SM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녀에게 ‘K팝스타4’의 우승상금 3억 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각 기획사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는 게 포인트다. 게다가 이제 14살이다.

하지만 20살의 정승환은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왜냐면 그는 이번 방송이 끝나는 대로 바로 데뷔앨범 준비에 들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릴리 엠은 지금 당장 데뷔시켜도 손색없을 실력을 갖췄지만 자신이 가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모든 끼를 발휘해 롱런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더 많이 갈고 닦으며 더 큰 무시무시한 실력으로 노래 연기 예능 등 다방면에서 부족함 없이 활약할 완벽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에 비교해 현재로서의 정승환은 오로지 발라드 하나로 승부해야 한다.

박윤하가 재대결을 통과할지 그렇지 못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지만 그녀 역시 안테나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17살이다. 한국 가요계에 그녀처럼 맑고 곱게 노래하는 여가수는 희귀하다. 희소가치로 그녀 역시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K팝스타4’는 대형가수로 가기 위한 첫 계단일 따름이다.

‘K팝스타4’는 먼저 스파클링걸스로도 반전드라마를 썼다. 중간의 컬래버레이션 경연 때 실력파들의 선택을 못 받아 버려진 ‘루저’에 불과했던 에린 미란다, 황윤주, 최진실, 최주원 등 4명의 소녀들은 자기들만의 색깔로 핸디캡을 극복하고 마치 슈프림스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반전을 주도했다.

A조에서는 서예안 에스더김 지존 이진아 스파클링걸스가 겨룬다. 지금까진 이진아가 이 조에서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다. 아니, 이미 그녀는 이 경연대회의 수준을 넘어선 프로 중에서도 아주 유니크한 뮤지션으로 인정받았기에 대결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녀는 승패 여부에 상관 없이 현 소속사에서 새로 앨범을 내든가 아니면 유희열의 안테나로 가든가 하면 탄탄대로다.

관건은 어설픈 서예안의 풋풋한 매력, 지존의 음악성, 에스더 김의 케이티 김 같은 반전, 그리고 스파클링걸스의 땀의 결과가 어떤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지 그 각본 없는 연출이다. ‘애들이 가수 되겠다고 겁 없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생이 읽혀지고 그래서 재미있는 이유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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