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김준호와 ‘코코 사태’, 법이냐 도덕이냐?
- 입력 2015. 03.09. 17:27:47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코코엔터테인먼트 사태’와 김준호에 대한 평가가 천변만화하고 있다. 이제 ‘코코 사태’는 투자자와 김준호, 그리고 김우종 대표의 아내와 김준호의 두 섹션의 진실게임으로 펼쳐지는 양상이다.
얼마 전 코코엔터의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유재형 씨는 김준호 코코엔터 CCO, 김대희 코코엔터 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그동안 줄곧 김 대표의 공금횡령으로 인해 코코 사태가 발생했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해온 김준호는 지난달 4일 SBS 연예정보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코코엔터 폐업논란과 관련된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는 과정에서 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대표의 부인이 자신에게 협박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대표 부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는 것”이라며 문자내용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본인 살겠다고 김우종 씨를 매스컴 통해 다시 한 번 죽이려 한다면 저 또한 다 같이 죽겠다는 걸로 알고. 그럼 우리는 정말로 다 같이 죽게 될 것입니다. 김준호 씨, 부탁드립니다. 코코를 만들어 지난 3년간 동고동락하고 지내왔던 시간을 돌이켜보시고 어렵더라도 잘 정리되는 방향으로 진행시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의 부인의 문자메시지는 김준호의 ‘피해자 주장’을 더욱 굳혀줬다. 왜냐면 ‘차 포 다 떼고’ “우리는 다 같이 죽게 될 것”이라는 선정적인 문구가 살벌한 협박의 뉘앙스를 짙게 풍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 미디어오늘이 그동안 김 대표의 부인이 김준호에게 보낸 문자 전문을 공개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는 유 대표대행의 고소와 맞물려 김준호 등을 불리한 쪽으로 몰아갈 태세다.
그녀의 “우종 씨가 너무 힘들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극단적인 결정(횡령 및 도주)을 하게 되었는지(중략) 우종 씨가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시 자포자기해서 극단적인 일을 벌이지나 않을까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살 수가 없네요.(중략) 제가 돌이켜 보니 지난 3년 간 비즈니스를 떠나서 부인인 저보다 준호 씨를 더 아껴주고 더 배려해 주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문자에 근거해 김 대표의 김준호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정은 상당했다고 짐작할 수 있고, 그의 행동의 배경이 자의가 아닌 주변의 잘못된 흐름에 의한 최악의 상황 탓이라는 추측 역시 가능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녀는 “우종 씨의 김준호 씨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배려는 아마 준호 씨도 잘 아시고 인정하실 겁니다.(중략) 저로서는 더 이상 김우종 씨를 가해자로만 둘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적어도 김준호 씨한테만은 아닌 것 같네요. 얼마 전 (김 대표로부터)만취상태로 연락이 와서 절대로 혼자 죽지 않는다며 김준호 씨가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본다고 했답니다.(중략) 다른 사람들이 다 김우종을 욕해도 김준호 씨는 그러시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우종 씨가 회사를 경영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이 아닌 건 준호 씨가 더 잘 알거라 생각됩니다.(중략) 만약 김우종 씨에 대한 기사가 단 한 줄이라도 나가거나 김준호 씨만 빠져나가는 기사가 나와 우종 씨를 자극하거나 혹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면 저도 지난 3년을 치열하게 오픈하겠습니다. 세상 끝날 때까지 제 원망을 풀어낼 겁니다.(중략) 김준호 씨도 힘든 상황이겠지만 본인 살겠다고 김우종 씨를 매스컴 통해 다시 한 번 죽이시려 한다면 저 또한 다 같이 죽겠다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정말로 다 같이 죽게 될 것입니다. 김준호 씨 부탁드립니다. 처음 코코를 만들어 지난 3년간 동고동락하고 지내왔던 시간을 돌이켜보시고 어렵더라도 잘 정리되는 방향으로 진행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글이나 말이라는 게 기승전결이란 게 있기 마련이고 의외로 논리정연하게 말과 글을 푸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일정 부분만 놓고 보면 본래의 의미나 취지가 퇴색하거나 변질되기 마련이다.
‘죽고 싶다’ ‘죽겠네’라는 말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언어습관에 깊고 넓게 박혀있다. ‘배고파 죽겠네’라는 흔한 말을 ‘배고파’를 빼고 들으면 진짜 죽을 지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혹시라도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한 김준호나, 그를 취재한 제작진이나, 그리고 이를 인용보도한 언론의 목적과 속성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져 여론을 형성하진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김 대표의 부인의 문자메시지는 수차례 장황하게 김준호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김준호는 왜 ‘차 포’ 다 떼고 문제의 그 내용만 공개했는지, 아니면 그는 전문을 공개했지만 ‘한밤의 TV연예’는 그 부분만 화면에 띠웠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시청자와 국민 앞에서의 양심을 재점검해봐야 마땅하다.
물론 김 대표의 부인의 메시지가 전부 옳고, 토로한 억울함의 내용이 사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코코 사태’는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앞으로의 진실공방 게임을 통해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며 누가 진실과 거짓을 말했는지 가려질 것이다.
여기서 대중의 잣대가 중요하다. 분명히 코코엔터의 김 대표에 대한 횡령혐의 소송과 유 대표대행의 김준호와 김대희에 대한 소송은 법정이 가려줄 것이다.
그러므로 대중이 해야 할 ‘판결’은 법의 잣대가 아닌 ‘도덕’의 잣대다. 법정이야 경제활동을 바라보는 법이 정한 기준에 근거해 머리로 판단을 내릴 터지만 대중은 과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인간적인 사업가를 경제사범으로 만들고, 비인간적으로 법망을 피해 이득을 챙기는 일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감시를 통해 가슴으로 판결해야 한다.
만약 김준호가 법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무결점이었고 괜한 오해와 질시 그리고 왜곡으로 선의를 인정받지 못했던 편파적 시각이 있었다면 대중은 무한한 애정으로 그 손해를 철저하게 보상해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법보다 준엄하고 추상같은 대중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 역시 마땅하다.
왜냐면 대중은 불법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안아주다 못해 대중 앞에 고개를 조아린 뒤에도 쉴 새 없이 잘못을 시인하는 그를 열렬하게 성원해줬고 후배들은 그를 영웅으로 신격화시켰으며 이를 대중은 의심 없이 받아들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코코 사태’의 심각성은 김준호를 비롯한 개그맨들이나 대중이 체감하는 것 이상인 점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미 ‘구멍가게’ 수준을 넘어서 ‘대기업’의 수준에 올랐다. 기업은 투명한 경영으로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수익을 분배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열어주고 나중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기능까지 수행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여기에 더해 한류문화사업의 선봉장으로서의 긍정적 기능까지 풀어나가야 한다. 단순한 수익창출을 넘어서 한국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야 하는데 개그분야의 기획사들은 배우나 가수의 기획사 혹은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 비해 아직 그 직능이 뒤져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 굴지의 개그전문 대형기획사라는 코코엔터가 설립 3년 만에 이런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은 기업의 윤리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꽤 심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누가 뭐래도 김준호가 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팩트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