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송병준 김민주 이혼, 나이차와 성격차
- 입력 2015. 03.12. 10:35:42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스케이트 선수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한 김동성의 이혼소송 소식에 이어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 송병준(55) 대표와 배우 김민주(36)가 결혼 5년 만인 지난해 말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연예계의 이혼사유는 하나같이 ‘성격차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그런 이유를 흔하게 든다.
더 놀라운 것은 “송 대표가 김민주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고, 한 사람의 아내로 머물기보다는 배우로서 재능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다”는 송병준 측의 이혼의 또 다른 이유에 대한 설명.
김동성 역시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이혼소송의 배경으로 성격차이를 든 바 있다.
송 대표는 1990년대 초중반 발라드와 재즈를 넘나드는 컴퓨터음악가로서 촉망받았다. 상업적인 타협과는 거리가 먼 듯했던 그는 영화 광고 드라마 등을 오가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 2000년 초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해 ‘꽃보다 남자’ ‘장난스러운 키스’ ‘버디버디’ ‘예쁜 남자’ ‘내일도 칸타빌레’ 등 작품성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김민주는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해 영화 ‘동감’ ‘비스티 보이즈’, 드라마 ‘4월의 키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하얀 거탑’ ‘산너머 남촌에는’ ‘정도전’ 등에 출연했다.
5년전 두 사람의 결혼 당시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김민주가 유명스타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송 대표가 유명인이었고 두 사람의 나이차이가 19살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혼의 사유가 성격차이일까? 아니면 왜 하나같이 입을 모아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고 하는 것일까?
부부사이는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아주 특수한 관계다. 친구보다 가깝지만 친구에 비해 서로 속이고 가리는 게 많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아깝지 않게 돈을 줄 순 없지만 부부는 또 다르다.
부부는 피를 나눈 부모형제보다 더 가깝지만 역시 속을 완벽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부부의 가장 큰 특징은 둘이 함께 살 땐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반려자이지만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원수가 된다.
요즘 방송되는 한 피로회복제 광고는 부부가 한밤에 거실에서 핑크빛 무드를 조성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가족끼리 왜 이래’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웬만큼 결혼생활을 하고 나면 ‘가족끼린 그러는 게 아냐’라고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이유를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적지 않은 중년의 기혼자들을 비웃는 듯하다.
사실 이혼의 사유에 성격차이가 그렇게 많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맞선보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서둘러 결혼하는 시대도 아닌, 충분히 연애하고 서로에 대해 파악하는 요즘 같은 연애풍토에서 ‘그런 성격인 줄 몰랐다’ ‘나랑 성격이 심하게 안 맞는다’는 이유는 핑계이거나 위장일 따름이다.
예전에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도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연애보다는 맞선이나 중매에 의해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은 그 노부부들이 과연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 시대를 산 아내들은 젊었을 땐 남편의 성적 파트너로서 소임을 다했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엄마와 주부로서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림살이에 온몸을 희생했다. 그러는 와중에 남편의 외도를 봤을 수도 있고,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을 꾹 참고 인내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벙어리와 귀머거리로 사는 동안 어느덧 자식들은 다 커서 독립한 뒤 자기 가족하고만 놀고 자신을 찾아주는 시간과 횟수가 한 손으로 셀 정도고 남편은 어느덧 무능한 노인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제 엄마는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뒤늦게나마 찾고 싶은 것이다. 아니면 남편이 뭘 잘못했든지. 그것도 아니면 뒤늦게나마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든지.
그러니 최소한 성격차이는 아니다.
요즘 결혼을 잘 안 하고 이혼을 많이 하는 이유 중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경제문제다. 남편의 무능 혹은 자신의 양에 차지 않는 남편의 능력에 대한 아내의 실망과 반발이다.
그룹에이트의 최근 5년간 성적은 그리 눈부시지 못하다. 2010년 방송된 MBC ‘장난스러운 키스’가 한때 8%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줄곧 4%대의 시청률에 머물렀고 ‘버디버디’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외면당하는 바람에 케이블TV tvN을 통해 방송됐다.
2011년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방송된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는 2%가 넘는 시청률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KBS2 미니시리즈로 2013년 말과 이듬해 가을 각각 시작된 ‘예쁜 남자’와 ‘내일도 칸타빌레’가 3~4%의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TV tvN ‘가족의 비밀’이 2%대의 시청률로 그 플랫폼에선 나쁘지 않은 기록이긴 하지만 몇 년 새의 부진은 타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에도 연락하며 서로의 작품을 의논할 정도로 비슷한 길을 가는 동지로서의 우정을 나눈다는 공식발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상상이 가는 그림이다. 하지만 송 대표가 김민주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고, 한 사람의 아내로 머물기보다는 배우로서 재능을 펼치기를 바랐다는 이별의 이유가 다수의 수긍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결혼 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김민주의 배우활동을 후원하고 격려했어야 했다. 아니면 연애만 하든가.
그래서 송 대표의 ‘재능론’조차 시청자들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민주는 최근 KBS1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의 윤항기 편에 출연해 윤항기의 아내 역을 연기했는데 아직까진 배우로서 그리 재능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배우로서 가능성이 풍부했다면 벌써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이 접촉했을 것이다. 유부녀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김남주 김성령 김희애 등 결혼과 출산 이후에 오히려 더욱 화려한 전성기를 맞는 여배우들은 많다. 김민주는 데뷔한 지 16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지명도나 연기력이 그 세월과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자 다수의 누리꾼이 안 됐다며 위로의 뜻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은 ‘나이차이는 극복했지만 성격차이는 그러지 못했네’라는 의견을 적기도 했다. 사람은 모두 성격이 다르다. 한 배에서 나온 일란성 쌍둥이조차 똑같은 성격은 아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성격차이는 존재한 것이고 그게 이유가 되기에는 사람들의 성격이 원론적으로 매우 다르다.
독일 출신의 영국 심리학자 한스 아이젱크는 성실성 동조성 신경성 개방성 외향성 등으로 분류한 ‘성격의 5요인’ 이론을 내놓고 인간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 5요인은 또 다시 30개의 세부적인 하위요인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인간의 성격이 다양하고 예민하고 세밀하며 복잡다단하단 얘기다. 이걸 어떻게 맞춘단 말인가?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