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이효리 대신 현아일까, 가인일까?
입력 2015. 03.13. 14:07:36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애플’과 ‘파라다이스 로스트’가 담긴 네 번째 솔로 미니음반을 들고 나온 가인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자격일 땐 내가네트워크 소속이고, 솔로가수로서는 에이팝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둔 독특한 형태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그녀의 의도는 이번 신곡에서 어느 정도 들어맞는 형국이다.

원래부터 짙은 아이라인 메이크업을 앞세운 ‘섹시’ 컨셉트로 자신을 표현한 가인은 이번에 ‘극단의 섹시 컨셉트’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뱀틀임’이란 신조어를 낳은 ‘파라다이스 로스트’의 안무는 노출의 ‘애플’ 컨셉트보다 피지컬 자체는 덜 야하지만 그 움직임의 물결이 초절정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섹시 컨셉트로 일관해온 포미닛의 현아가 얼마 전 솔로활동 때 보여준 ‘빨개요’나 최근 포미닛의 멤버로 보여준 ‘미쳐’와 비교된다. 더불어 이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이효리의 바통을 둘 중의 누가 이어받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한다.

1998년 핑클이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이효리는 화제의 외곽에 머물렀다. 리드보컬인 옥주현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부딪치는 가운데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성유리에게 관심이 집중됐으며 트렌드를 거부하는 일부 개성주의자들은 귀여운 이진에 주목했다. 이효리는 예쁘긴 한데 멤버 중 제일 연장자이고 가수로서의 비중이 크지 않아 팀의 ‘미장센’ 정도의 기능밖에 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팀 해체 후 솔로로 나서서였다. 그리고 그녀는 단숨에 대한민국 가요계 극강의 섹시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잘 달릴수록 정비해야 한다고 이효리는 절정의 인기로 과속질주할 때 표절로 하루아침에 스스로의 기능을 ‘폐차’하고 고속도로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결혼 후 제주도에서의 전원생활에서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끼는 가운데 ‘소셜테이너’로서 나름대로 뜻 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나이가 서른일곱이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걸그룹이 귀여움과 요염함의 이중적 캐릭터를 교묘하게 혼합해 남성 팬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현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포스트 이효리’는 현아일까, 가인일까?

그녀들이 모두 가수라는 점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는 가인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들의 가창력이 만만치 않고 그 범주에 가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가인은 단연 앞선다. ‘애플’은 지나친 노출과 흐느적거리는 퍼포먼스로 인해 가벼운 댄스음악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눈을 감고 들어보면 셔플 스윙 등 재즈가 넘실댄다. 재즈가 일반적인 댄스음악에 비해 우월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무게감과 완성도 그리고 연주자의 임프로비제이션이나 ‘인 더 그루브’에서 단연 앞서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파라다이스 로스트’ 역시 마찬가지. ‘뱀틀임’이라는 신조어로 격하될 만큼 이 음악이 도나 서머의 ‘Love to love you baby’ 수준은 아니다.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록뮤지컬을 보고 듣는 듯한 구성으로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 이 정도면 가인의 한판승이다.

하지만 승부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가인과 현아는 누가 뭐래도 퍼포먼스가 중요한 섹시 여가수다.

‘빨개요’에서 그랬듯 ‘미쳐’에서의 현아의 표정연기는 압권이다. 마치 화난 듯 짜증난 듯 도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녀의 해석력과 소화력은 가인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또한 가인이 키치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면 현아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크로스오버로 관능과 애교 사이를 적당하게 줄타기 한다.

사실 가인과 현아는 ‘잘생긴’ 이효리의 외모와는 다른 성격의 매력을 뿜어낸다. 그런데 이효리에게도 과한 잇몸이라는 콤플렉스가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개성으로 자랑하듯 가인의 외꺼풀 눈과 현아의 부담될 정도로 심한 데코레이션은 남들에겐 없는 그녀들만의 장점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담 가인과 현아의 대결은 아직까진 ‘장군 멍군’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직은 이효리의 높이까지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종합적인 성적으로 봤을 때 핑클이 초기 걸그룹의 초석을 다진 공로자고 옥주현의 가창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포미닛이나 브라운아이드걸스 자체의 실력이나 음악성이 핑클을 앞서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 가인과 현아가 걸어가야 할 길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멀고 높다. 전체적인 색깔을 놓고 봤을 때 외모와 퍼포먼스가 강한 현아가 이효리에 더 가깝지만 음악적으론 가인이다. 그런데 가인은 음악만으로 승부를 거는 게 아니라 전형적인 미인이 아님에도 관능미로 크게 어필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승부다. 결국 어떤 프로듀서가 얼마나 그녀들의 몸에 딱 들어맞는 곡을 맞춰주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승부가 갈릴 것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가인 '파라다이스 로스트' MV 캡처,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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