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4’ 케이티김과 그레이스신에 대한 평가
- 입력 2015. 03.16. 11:08:17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관객은 반전을 좋아한다. 자신이 뻔히 짐작할 수 있고 자신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토리라면 돈이나 노력을 들여 일부러 보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전’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그건 연출이 아니라 일종의 사기극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이하 ‘K팝스타4’)는 톱10 선발까진 드라마와 반전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줬다.
시청자는 심사위원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 만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쉽사리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고, 결과는 심사위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반전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기에 시청자의 재미는 배가됐다.
하지만 그 반전은 시청자의 허를 찌르되 억지스러우면 재미와 공감을 주지 못한다. 처음 생방송으로 시작된 지난 15일의 톱6 결정전이 그랬다.
이날 무대에 선 8팀 중 절반 이상은 지금 당장 음반을 취입하고 무대에 세워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실력자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고 결과가 센스있는 시청자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그냥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해 재미가 확 떨어졌다.
첫 라운드는 샘 스미스의 ‘Lay me down’을 선곡한 에스더 김과 브루노 마스의 ‘Grenade’를 선곡한 릴리M의 경연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에스더 김의 손을 박진영과 유희열이 들어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음악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양현석이 릴리M을 선택한 것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릴리M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매 방송마다 양현석은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며 노골적으로 YG엔터테인먼트 영입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릴리M은 누가 봐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실력과 가능성을 겸비한 차세대 스타임이 확실하지만 이날 노래에서 드러났듯 도입부의 호흡불안과 전체적인 감정표현의 미숙은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에스더 김보다 상당 수 아래였다.
정승환과 박윤하의 대결은 박빙이 될 듯한 예상을 깨고 3대 0 박윤하의 완벽한 승리였다. 신승훈 성시경 김범수를 이을 차세대 발라드의 왕자라는 평가를 받은 정승환은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선택하고 록에 도전했지만 선곡은 패착이었다. 그의 가창력은 여전했지만 소화력은 떨어졌다. 윤도현이 자주 외치는 ‘록 스피릿’은 발라드의 감성과는 확실히 달랐다. 게다가 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인 애절함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이 바래갔다.
‘You light up my life’로 전 세계 팬들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업’시켜준 데비 분을 연상케 하는 박윤하의 맑은 음색과 고운 고음이 블루스의 영역을 살짝 건너가자 그녀의 매력과 실력은 순식간에 수단계 뛰어올랐으니 정승환이 이기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세 번째 라운드는 이날 방송의 백미였다. 태양의 ‘나만 바라봐’를 선곡한 그레이스 신과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을 선곡한 케이티 김의 대결이었다. 그레이스 신은 간주 부분에서 두왑 애드리브를 펼칠 때 진성과 가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브릿지에선 약간 허스키한 톤으로 바꾸는 테크닉을 펼치는 여유까지 보였다. 게다가 저음처리도 고음만큼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재지한 느낌으로 그루브가 충만한 편곡으로 꾸민 ‘인디언 인형처럼’을 블루지하게 여유를 더해 표현한 케이팀 김을 만난 게 불운이었다. 심사위원 전원일치의 케이티 김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탈락자 중 시청자의 투표와 심사위원의 회의로 구제된 두 명이 정승환과 릴리M이란 결과는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시청자들이 정승환을 선택한 것은 존중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부여한 점은 시청자를 충분히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 신이 아닌, 릴리M을 구제한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양현석의 사심이 강하게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불만제기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건 릴리M이 톱6에 들어갈 실력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레이스 신이 톱6에 끼지 못할 깜냥이 아니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케이티 김이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레이스 신은 이번 시즌4의 블루스의 여왕이었다. 최소한 톱3에 들 만한 실력이었고 지금 당장 무대에 세워도 손색없을 ‘즉시전력’ 감이었다.
릴리M를 절대평가하자면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K팝스타’라는 성격에 비춰 객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그레이스 신과 상대평가를 했을 때 과연 그녀가 그레이스 신보다 뛰어날까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부호가 붙는다.
4인조 그룹 스파클링걸스와 싱어 송라이터 이진아의 대결에서 유희열과 양현석의 선택을 받은 이진아가 승리한 것 역시 생각과 고민을 숙제로 안겨 준 결과였다.
이진아는 이번에도 자작곡 ‘치어리더쏭’을 들고 나왔다. 역시 재즈와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뼈대에 뉴에이지 기타와 퓨전재즈 베이스로 포장해 그녀만의 동화적인 몽환적 색채로 포장된 곡이었다.
매번 이진아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런데 대중음악은 전문가보다는 대중이 좋아하고 편하게 즐기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는 제작자다운 이데올로기를 견지했던 양현석이 이진아의 손을 들어준 반면 ‘음악 전문가’ 박진영은 스파클링 걸스를 선택했다. 그 이유야 당사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알겠지만 양현석이 자신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음악성을 카무플라주하려는 의도로 이진아의 손을 들어줬거나, 슈프림스 신봉자인 박진영이 화려한 리듬앤블루스를 구사한 스파클링 걸스에 더욱 감동했다는 짐작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마추어 오디션이다. 이진아는 이미 프로다. 그녀가 음반을 한 장 냈으며 결코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매번 심사위원을 감동시키며 심지어 ‘이건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심사평을 유발할 정도면 그녀는 진작 경연에서 제외됐어야 했다. 이건 유희열의 책임이다. 그가 앞장서 강력하게 주장해 그녀를 탈락이 아닌, ‘명예졸업’ 시킨 뒤 안테나에서 음반 제작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건 뮤지션에 대한 예의도, 이 아마추어 경연을 즐기고자 하는 시청자에 대한 배려도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여자 출연자 전원에게 짧은 치마를 입혔다. 카메라도 앙각으로 잡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프로그램이 ‘병맛’으로 변해가는 대표적인 예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