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 야구 안에 인생이 '야구에 대한 영화 아냐' [시네리뷰]
입력 2015. 03.18. 11:06:40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김성근 감독 같은 스승이 또 있을까. 그는 가히 ‘야구의 신’이라 불릴 만하다. 야구를 잘해서, 잘 가르쳐서도 그렇지만 선수를 끔찍이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다음달 2일 개봉되는 ‘파울볼’은 ‘야구의 신’ 김성근과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실화를 다룬다. 지난 2011년 9월에 창단된 고양 원더스는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이자 프로야구 진출의 꿈을 키우는 모든 이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부여했던 비상업적 목적의 기부구단이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창단부터,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고 해체되는 절망적인 순간까지, 온갖 시련에도 야구라는 꿈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 김 감독과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1093일간의 도전을 담았다.

이 영화는 단지 야구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야구란 말이야…’라며 야구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고양 원더스라는 한국 최초 독립구단을 통해 대한민국 야구 환경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그 속에 기쁨 슬픔 감동이 있고 우리의 인생이 있다.

베일을 벗은 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낙오된 자는 실패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싸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생각보다 높은 장벽에 부딪혀 눈물을 흘려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물론 결국 포기하는 이들도 나온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포기할지언즉 해볼 때까지 해봤다는 후련함에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허나 고양 원더스가 창단되기 전에는 이런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연간 약 800~900명의 야구 실업자가 나오지만 재기를 위한 발판조차 마련되지 않았기에 낙오된 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야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도 공감할 것이다.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 외에 길이 없다면 이것이 얼마나 막막하고 절망스러운 일일지. 그런 점에서 고양 원더스와 김정근 감독은 ‘구원자’다.

김 감독은 한결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제자리에서 선수들 곁을 지킨다. 틈을 내어 밥을 먹을 때도 선수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의 정신도 항상 선수들을 향해 있다. 그가 한국 야구계의 독보적인 감독이자 존경받는 스승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수비훈련을 위해 하루에도 500~1000개의 배팅볼을 직접 쳐주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앞서 김 감독이 언론 배급 시사회 현장에서 “세 자녀보다 선수들을 걱정할 때가 더 많다. 선수들을 24시간 걱정해 줘야하고 거짓 없이 순수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가짐”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지옥의 훈련’이라 불릴 만큼 혹독하게 훈련시키지만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하염없이 너그럽다. 선수를 프로구단에 보낼 때는 ‘시집보내는 날’이라며 기뻐하고 선수들이 감사의 마음을 가득 적은 야구공을 볼 때는 ‘이게 날 붙잡는다’며 자신이 프로구단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를 말한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야구 신인 선발에서 지명 받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되는 등 좌절한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선사했던 꿈의 구단이다. 창단 당시 김 감독은 물론 최향남 김수경 등 프로야구 스타급 출신 선수들과 전직 대리운전 기사, 헬스 트레이너 등 독특한 이력의 선수 구성으로 ‘외인구단’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1일 갑작스런 구단 해체 발표 소식을 접하게 되고 창단 3년 만에 고양 원더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구단 해체 소식을 듣고 선수들 옆에서 함께 힘들어한 두 사람이 있다. 3년 전 처음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하면서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할 거라곤 꿈에도 몰랐던 두 사람, 조정래 김보경 감독이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야 했기에 다른 구단주와 관련된 이야기나 전반적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고민하게 됐다. 이들은 “영화계도 야구계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있었고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며 “어떻게 소외되느냐 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고 영화를 만들며 고심한 부분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들은 충격적인 해체소식을 접하고도 계속 남아 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게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 ‘길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당초의 생각과 달리 중간에 구단이 해체되자 당황했던 이들은 선수들의 모습에서 끝이 아니라는 희망을 발견했고 마침내 감독과 선수들의 희생과 열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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