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4’ 박윤하 에스더김 탈락의 아쉬움
입력 2015. 03.23. 10:10:2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22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 탑4 결정전에서 에스더김과 박윤하가 탈락하고 케이티김 릴리M 정승환 이진아가 다음 생방송으로 진출했다.

이 프로그램 애시청자라면 굳이 음악적인 지식이 해박하지 않더라도 지난 회 탑6 결정전에서 탈락한 그레이스신과 스파클링걸스이 포함된 탑8만으로 이번 시즌의 최고 실력자들이 가려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스파클링걸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레이스신의 탈락은 아쉬움과 더불어 의아함을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6명의 경연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케이티김이 1등이라는 생각은 심사위원의 평가에 시청자들의 중론이 모아지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릴리M 정승환 이진아의 탑4 진출과 더불어 에스더김과 박윤하의 탈락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중구난방으로 흐트러진 게 그 증거다. 더불어 시청자들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세 심사위원은 음악적 취향이나 전문지식이 사뭇 다르다. 두 사람은 뮤지션 겸 제작자이지만 한 사람은 그냥 사업가다. 그래서 ‘재목’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판단 역시 다른 곳을 바라본다.

박진영은 개성과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심사위원이다. 남의 노래일지라도 그게 가창자의 것인 양 느껴질 만큼의 소화력으로 강한 개성을 살려 곡의 가사에 담긴 뜻을 충분한 감정에 담아 부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다음은 정석에 기초한 호흡과 발성으로 평소처럼 말하듯 노래 부르는 데 주안점을 둔다.

박진영이 말로는 편곡에 대한 해석을 많이 하면서도 정작 그 점에 심사의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다면 유희열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박진영이 세련미를 중요시 한다면 유희열은 클래시컬한 관점에서 심사한다. 유희열에 대한 보다 더 강렬한 심사의 기준을 표현하자면 그는 정석과 음악성에 기초하는 심사위원이다.

양현석은 철저하게 자신의 기획사 YG로 데려와 데뷔시켰을 때 돈을 벌 수 있을까, 없을까에 평가기준을 세워놓고 있다. 음악성을 파고들기 보다는 음색과 창법이 얼마나 많은 대중을 홀릴 수 있을지, 끼는 얼마나 다분한지가 그의 심사기준이다.

음악적 성향도 달라 박진영이 복고적인 소울이나 리듬앤블루스를 선호한다면 양현석은 힙합이나 현대적인 블루아이드소울 쪽이다. 이들과 달리 유희열은 음악적 색깔에 대해 비교적 넓게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당연히 요즘 유행하는 현대적 R&B 클래시컬한 발라드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그는 데이브 그루신과 래리 로즌이 1976년 설립한 컨템퍼러리재즈, 크로스오버재즈, 재즈록퓨전 전문 레이블 GRP 성향의 음악도 매우 좋아한다. 이 레이블에는 그루신을 비롯해 리 리트너, 칙 코리아, 다이앤 슈어, 얼 크루, 스파이로 자이라, 알 자로 등 당대 최고의 퓨젼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그러니 그가 이진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게 당연하고 음악적 편식이 심한 박진영이 가창력이 뒤떨어지는 이진아에게 후한 점수를 주며 음악적 지식이 부족한 양현석이 이진아를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진아는 여기까지였다. 그녀를 탑6에 올린 게 선배 뮤지션으로서 후배 뮤지션의 뛰어난 음악성에 보내는 경의에 기준한 예의표시의 한계였다. 이미 박진영이 이진아에 대해 ‘이건 반칙이야’라고 심사했을 때 이진아는 이 경쟁에서 제외시켰어야 옳았다. 프로가, 그것도 GRP에서 음반을 내도 될 정도의 작편곡과 프로듀싱 실력을 가진 이진아가 아마추어 경연대회에서 14살의 릴리M과 경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심사위원은 케이티김 릴리M 정승환 순으로 1~3위의 점수를 매겼고 시청자들이 40%의 지분을 행사해 이진아를 마지막 탑4에 올리면서 자연스레 박윤하와 에스더김은 탈락했다. 이건 그동안 심사위원들이 쏟아낸 이진아에 대한 극찬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된 최면효과가 낳은 결과다. 지적인 허영심에 대한 잔상이다.

제작진이 이번 심사 방식을 심사위원 60%, 시청자 40%의 지분으로 나눠 파이널 4위를 정하게 만든 방식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프로그램 제작방식이야 제작사 고유의 몫이니까. 더불어 심사위원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취향 역시 필자의 권한 밖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정체성의 기준을 지키고 그 노선 안에서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함은 지상파TV 오락프로그램의 필수적인 책임이라는 기준 하에서 릴리M과 정승환의 진출과 에스더김과 박윤하의 탈락은 앞뒤가 잘 안 맞는 느낌이라는 지적은 가능하다.

이날 릴리M의 노래는 지금까지의 경연 중 최고였다. 심사위원들이 이미 오래 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의 이설아를 탈락시킨 게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라면 이진아를 진작 탈락시켰어야 맞다. 더불어 이제 14살의 릴리M도 제작진과 심사위원들이 미리 ‘짜고’ 탈락시킨 뒤 YG나 JYP에 들여보내 ‘내일의 K팝스타’로 조련하는 게 맞았다. 그녀를 탑4에 올리는 것이나 우승을 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그녀에게 수년 뒤 가수 배우 등 연예인으로서의 길은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승환을 올려 보냈다면 박윤하도 올려 보냈어야 했고 케이티김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면 에스더김에게도 더 기회를 줘야 했다.

특히 박윤하는 지금까지 ‘K팝스타’의 네 시즌 동안 가장 강한 개성을 보였기에 더욱 아쉽다. 요즘 R&B가 대세라는 것은 ‘K팝스타’의 네 시즌 참가자들의 성향이 입증한다. 그래서 박윤하의 희소가치는 매우 높다. 현시점에서 기성가수를 봐도 잔재주나 대단한 테크닉 없이 맑고 투명하게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 가수는 박윤하 밖에 없다. 저마다 유로댄스 아니면 힙합과 R&B인 K팝 장르에서 이렇게 유니크한 가수를 키워 세계시장에 내보내는 것은 의미가 굉장히 크다.

반면에 어린 나이에 예쁘고 끼 넘치며 노래까지 잘하는 릴리M 같은 가수는 많다.

‘K팝스타4’를 3단계로 분류한다면 지금이 끝부분이다. 1, 2단계까지 이 프로그램은 나름의 반전과 감동이 넘쳤고 꽤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심사위원들의 과하지만 솔직한 표현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진아의 음악이 이제 식상한 것처럼 심사위원들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연기나 심사평이 가슴에 와 닿지 않고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도대체 어느 지향점을 향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첫맛은 달고 상큼했으나 뒷맛이 쓴 이유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제공=카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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