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4’, 이진아 ‘반칙’ 릴리M ‘변칙’
입력 2015. 03.30. 10:05:49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29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이하 ‘K팝스타4’)에서 릴리M이 탈락하고 정승환 케이티김 이진아가 TOP3에 진출했다.

이날 경연한 4명중 그 어느 누구에게 1등 점수를 줘도 될 만큼 각자의 개성과 실력은 출중했다. 그건 지금까지 경연을 거쳐 오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인정한 결과다.

그런데 박윤하 에스더김 그레이스신 등 쟁쟁한 실력파들을 걸러낸 현재의 진용은 왠지 허전해 보인다. 지난 시즌보다 더 화려해 보이던 이번 시즌이었고, 그래서 심사위원들의 기싸움 역시 팽팽했는데 우승자를 가리는 문턱까지 다다른 ‘K팝스타4’는 2% 부족한 느낌이 짙다.

릴리M의 탈락은 이미 예고된 ‘합의’로 풀이된다. 사실 14살의 그녀는 이미 서너 회 전에 탈락시켰어도 됐다. 어차피 그녀의 성적과 상관없이 YG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가 치열하게 영입경쟁을 펼칠 것이고, 길지 않은 ‘숙성기간’을 거쳐 그녀를 가수 겸 배우로 데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성공 역시 예약돼 있기 때문이다.

‘K팝스타’의 정체성이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이 이끄는 3사가 새로운 K팝스타고 키울 재목을 발굴해내는 것이기에 사실 등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경연을 거치면서 ‘될 성 부른 떡잎’을 골라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릴리M의 탈락은 어느 정도 제작진과 심사위원간의 합의 혹은 최소한의 교감이 통한 결과다. 미래를 충분히 계산한 변칙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진아가 이 자리까지 올라선 것은 분명히 반칙이다. 세 심사위원 중 유난히 음악성에 민감한 박진영이 최초로 그녀에게 100점을 준 게 그 증거다.

가창력으로만 따진다면 이진아는 진작 탈락했어야 했다.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낸 경력이 이 프로그램의 참가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첫 번째 경연부터 들려준 그녀의 뛰어난 작편곡 능력과 강한 개성 그리고 현란한 키보드 연주 실력은 나머지 아마추어들과의 경연이 무의미했다.

마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프로야구 1년차 투수를 투입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중반까지만 해도 이진아의 힘은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이 전부인 듯했다. 하지만 기성곡으로 갈아탄 이후 그녀의 숨겨진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들려준 산울림의 ‘회상’은 왜 그녀가 아마추어들과 경연하면 안 되는지 보여준 결정적인 증거였다.

단순비교만으로 그녀의 가창실력은 이설아보다도 못하다. 하지만 ‘회상’의 가사와 작곡자의 의도를 충분히 읽고 감정에 실어 표현해내는 그녀의 소화력과 개성의 표현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대중은 ‘명량’에 흥분하고 감동하듯 ‘국제시장’에도 눈물짓는다.

팝계에는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 같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대형가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자작곡으로 표현해내는 에릭 클랩튼이나 밥 딜런 같은 뮤지션도 있다. 팬들이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가창력이 대형폭탄 같은 파괴력을 지녀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깊은 울림을 지닌 강한 개성으로 자기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그들의 평가에 대한 기준을 가창력이 아닌, 음악성에 둔다. 동시대를 풍미한 조안 바에즈도 마찬가지다. 재니스 조플린에 비교해 가창력은 형편없었지만 그녀가 뛰어난 뮤지션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진아를 이 자리까지 올려 세운 것은 반칙이다.

그건 이날 경연에서 1등한 정승환이 지난해 9월 방송된 케이블TV Mnet 대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6’에서 슈퍼위크까지 진출해 김정훈 박필규와 초코칩이라는 팀을 결성하고 경연무대에서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를 부른 뒤 심사위원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탈락한 사실로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지난해의 정승환과 이번의 그는 많이 다르긴 하다. 게다가 자신의 개성이 묻힐 수 있는 트리오였다. 합창은 조금 부족한 가수에게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강자의 가창력과 색깔이 묻힐 수 있기도 하다.

더불어 그가 지난해의 아픔을 감정의 승화로 이어가는 과정을 거쳐 거듭났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K팝스타’는 그게 한계고 그게 정확한 현재의 위치다. ‘슈퍼스타K6’의 심사위원 윤종신 이승철 백지영 김범수보다 ‘K팝스타4’의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이 제작자로서의 능력이 뛰어나기에 ‘슈퍼스타K6’의 심사위원들과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또 바꿔 보면 ‘슈퍼스타K6’가 버린 카드도 ‘K팝스타4’는 훌륭한 상품으로 갈고 닦을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 S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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