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이병헌 ‘득남’으로 돌파구 찾을까?
- 입력 2015. 03.31. 13:12:58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31일 오전 이병헌 이민정 부부가 첫아들을 봤다. 이민정이 지난주 금요일 귀국한 이병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이른 아침 서울의 한 병원에서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현재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병헌과 이민정은 1년여 간의 열애 끝에 2013년 8월 결혼했으며 지난 1월 임신 소식을 알렸다.
이병헌이 그동안 벌 만큼 벌어놨으니 이 가족이 평생 호의호식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등 따시고 배부르다’고 마냥 행복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젊다. 돈벌이를 떠나 일을 해야 생체리듬이 활기차게 돌아간다.
이병헌은 자신을 협박한 두 명의 젊은 여성에게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고,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두 여성을 풀어줬다. 깊은 속내를 떠나 어쨌든 50억 원을 내놓으라고 자신을 협박해 괴로움을 안긴 여성들에게 복수 대신 자비를 선사했고 뒤늦게 아들까지 얻었으니 이젠 뭔가 서서히 전환점을 맞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볼 만도 하다.
과연 법적으론 피해자이면서도 도덕적으로는 파렴치범이 돼 여론재판을 통해 나락으로 떨어진 ‘영화배우’ 이병헌은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뒤늦게 얻은 복동이가 그 디딤돌이 돼 줄 것인가?
지난해 이병헌에게 ‘협박녀 스캔들’이 발생함으로써 그와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과 그와 조승우가 투톱으로 나선 ‘내부자들’이 ‘개봉보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협녀’는 지난 2013년 크랭크인됐으니 사실상 지난해 개봉됐어야 마땅했고, ‘내부자들’ 역시 지금쯤 개봉일이 잡혀있는 게 순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아직도 개봉날짜는 미정이다. 오는 7월로 미리 개봉을 못 박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조연에 불과하고 원조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다시 주연을 맡고 주조연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앞장서기 때문에 한국 외의 다른 나라 관객들 입장에선 이병헌이란 이름에 아무런 감흥을 못 느낀다.
하지만 한국 관객은 다르다. 이 세 편의 이병헌 출연 영화 소개란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이병헌 때문에 안 보겠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할리우드 상업영화고 슈왈제네거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재미있다면 보겠다’는 의견이 꽤 많다.
두 영화의 배급사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를 보고 난 관객의 반응에 따라 마케팅 방법을 마련하고 개봉시기를 정하겠다는 눈치가 다분하다.
‘협녀’는 고려 무신시대를 배경으로 민란에 연루된 주인공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복수를 다룬다. 이병헌이 남자주인공이고,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전도연이 여주인공이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내부자들을 통해 날카롭게 해부하는 범죄드라마로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작품의 완성도에 따른 선택의 눈이 까다로운 조승우가 출연하는 만큼 관객에게 주는 신뢰도는 상당한데 그것을 이병헌이 깎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시간이 흐를수록 이병헌에게 점점 유리해지는 것은 맞다. 지난해 여름 ‘협박녀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 배우로서의 생명은 거의 끝나는 듯했다. 사건이 잇단 폭로의 공방전으로 이어지며 진흙탕싸움으로 번져가는 추세 역시 배우 이병헌의 ‘매장’을 가시권역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두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자 피해자인 이병헌이 선처를 호소하면서 분위기가 살짝 바뀌어갔다. 더구나 이민정이 만삭의 몸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언론에 도배되면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이민정이 뭔 죄길래’ 등의 여론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이 즈음 이민정은 결정적인 내조를 했다. 첫 번째는 임신이다. 대중은 아무리 이병헌을 미워하더라도 이민정과 그 뱃속의 아이에게는 그럴 의도도 동기도 없었다. 오히려 동정론이 일었다.
두 번째는 이민정의 이병헌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의리든 생존의 이유든 이민정은 대중이 던지는 돌팔매를 함께 맞으며 남편의 잘못을 용서하고 만신창이가 된 그를 감싸줬다.
그리고 이병헌은 입국장에서 언론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사과에 진정성이 담겼건 연기건 어쨌든 그는 ‘공식’적으로 잘못을 빌었다. 그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배우로서의 평가만 기다리면 될까? 그건 그렇지 않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로 되돌아온 슈왈제네거가 가정부와 바람을 피워 아이까지 낳은 뒤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터미네이터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서는 다르다. 이병헌이 결혼 전 여자친구 문제로 논란을 야기했던 것은 미혼의 신분이었기에 시간의 더께로 덮을 수 있었지만 유부남인 지금은 다르다. 게다가 결혼 1년의 신혼이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아내와 아들은 물론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진심 어린 애정과 배려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모습 안엔 봉사도 있을 것이고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도 있을 것이다. 이효리나 김장훈같은 소셜테이너는 그에게는 안 어울리고 대신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릇의 크기에 맞게끔 선행의 큰 발걸음을 옮기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난달의 입국장은 ‘협녀’나 ‘내부자들’에 대해 거론할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오직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죄는 당연했다. 앞으로도 그 사죄는 틈만 나면 계속돼야 할 것이며 동시에 배급사의 마케팅 일정에 따라 주연배우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그러나 충실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대중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계기는 오늘 아침 아들이 줬다. 그 아들의 의미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