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김준호와 소크라테스, 악법도 법이지만
- 입력 2015. 04.02. 10:09:17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KBS2 ‘개그콘서트’의 ‘닭치고’ 코너는 소통불가와 바보 컨셉트로 진행된다. 자칭 ‘이 학교에서 그나마 똑똑한 담임선생’이라는 똑닭(송준근)과 이상호 이상민 그리고 ‘욱’하는 성격의 불닭(임우일) 학생이 주인공이다. 똑닭이 외국의 위인 사진을 꺼내들고 누구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한결같이 ‘외국인’이라고 답하는 한심한 교실이 무대다.
이쯤 되면 이 코너가 어디서 착안해 어떤 내용을 그리고자 하는지 눈치 빠른 시청자는 안다.
그런데 이 코너와 ‘1박2일’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준호가 코코엔터테인먼트 사태로 인해 처음엔 천하에 둘도 없을 의리의 사나이로 그려졌다가 갑자기 그다지 건전하지 못한 사업가로 이미지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국내 대표적인 닭고기 사업체 H그룹의 치킨 프랜차이즈 D치킨이 오는 4일 한 지점 개점기념으로 김준호의 팬사인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회사 대표는 “고객에게 늘 맛있고 즐거운 치킨을 선사한다는 슬로건으로 고객만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코멘트로 이번 행사에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고객만족의 가치’와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김준호가 어울린다는 생각일까? 그러니까 이번 팬사인회를 기획한 것이겠지만.
물론 ‘코코사태’가 아직 현재진형형인 만큼 김준호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서 그에게 불리한 내용만 앞세우더라도 그의 행동은 범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도 피해자라 우기는 그의 마인드에 있고 그 모든 것은 결국 도덕성 차원으로 귀결된다.
김준호 혹은 그의 측근이 주장하는 의견이 100% 맞다는 전제 하에 이번 ‘코코사태’를 재점검해보자.
김우종 대표가 코코엔터에는 덜 신경 쓰고 소속 연예인의 이름을 이용한 다른 사업에 더 전념하느라 코코엔터의 경영난이 왔고 결국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됐으며 그래서 김 대표는 공금 1억여 원을 들고 튀었다. 이로 인해 소속 연예인 중 일부가 출연료 등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못 받는 피해사례가 발생했고, 거의 모든 연예인들이 코코엔터란 회사를 못 믿게 된 마당에 전속기간이 끝났거나 사실상 전속계약이 무효해진 상황에서 선배 김대희가 새로 차린 회사로 이적했다.
이에 김준호는 컨텐츠 대표 겸 개그맨들의 선배된 도리에서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고, 여기에 사비도 들였으며, 더 이상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재빠르게 회사의 폐업을 주도했다. 누가 뭐래도 코코의 ‘얼굴마담’은 자기였으니 회사가 이렇게 풍비박산 났으므로 그의 이미지가 훼손됐을 것은 뻔하니 그도 피해자다.
그가 쓴 시나리오는 대충 이 정도다.
그런데 모든 사안의 본질은 하나다. 법적인 해석을 떠나 주주들은 김준호를, 그리고 그가 가진 개그맨들과의 인맥을 보고 투자했다. 개그맨들 역시 회사를 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 김준호를 믿고 코코에 둥지를 튼 것이다. 회사는 오로지 김준호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약금과 수익배분율을 정했다.
그리고 김준호는 엄연히 회사 이름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쓰고 다녔으며 그의 시각에선 많진 않았겠지만 또래의 웬만한 월급쟁이 수준에서 상위권의 급여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대중 앞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회사의 ‘사장’임을 공표했고, 소속 개그맨들 역시 방송에서 수시로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상법상 법인의 대표는 김우종이 맞다.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대표이사다. 하지만 돈을 댄 사람들이나 이 회사의 회계를 잘 모르는 대중이 아는 한 이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은 김준호다. 그런데 김준호가 피해잔가? 최소한 법과 산술적 계산으로 봤을 때 그는 수년간 자기 출연료는 온전하게 그대로 챙기면서 따로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며 이중적 수익을 올렸다.
그가 입은 피해는 그런 회사가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뿐이다. 그건 피해가 아니라 수입감소다.
지금 코코사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오죽하면 일부 주주가 임시 대표이사를 김우종과 싸잡아 고소했을까? 하지만 주주들은 김준호에게 공개질의서만 날릴 뿐 그를 고소하진 못하고 있다. 할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준호는 ‘닭치고’에서 ‘배신당하는 꿈을 꿨다’는 둥 지극히 아전인수적 시각의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
‘닭치고’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으로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순수한 개그로 일상에 지친 서민에게 짧으나마 즐거움을 주는 게 목적이다. ‘1박2일’ 역시 주말에 모처럼 일손을 놓고 브라운관 앞에 둘러앉은 일가족이 편하게 근심걱정 놓아두고 가볍게 웃고 즐기자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거기에 도덕적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김준호가 출연해 시청자를 어떻게 위무하고 웃길 수 있을까? 그의 출연 자체를 웃음거리로 삼자는 의도가 있지 않은 바에야.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감옥에서 탈출시키려는 친구 크리톤에게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셨다는 일화를 전해오지만 최근 이 내용은 사실 소크라테스가 평소 ‘악법은 고쳐야 하지만 만약 고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인간사회는 이렇게 모든 사람의 행복추구와 합리적인 질서를 위해 법이 언행과 규범을 통제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존재한다고 봤듯이 법은 사람이 만든 만큼 모든 사람을 납득시킬 만큼 완벽하진 않다. 얼마 전 간통죄가 폐지된 점이 그렇고, 한때 여성이 지붕이 없는 곳에서 흡연할 경우 경범죄로 처벌했던 것을 봐도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게 도덕이다. 과연 김준호는 이 도덕의 잣대를 들이댔을 때도 피해자일까?
소크라테스는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혹세무민한다는 누명을 쓰고 투옥돼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음에도 결국 사약을 택했다. 법적으로 깨끗하더라도 주변에서 욕을 한다면 제 발로 감옥에 가진 않을지언정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은 지키라는 소크라테스의 교훈이 아닐까?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