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4’ 이진아의 의미와 탈락의 늦은 감
- 입력 2015. 04.06. 09:35:42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의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케이티김과 정승환이 결승에 진출했고 이진아가 탈락했다. 이는 충분히 예고된 일이지만 어찌 보면 때늦은 감이 짙다. 이진아는 진작 탈락시켰어야 옳았다.
‘K팝스타’는 MBC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이나 KBS2 ‘불후의 명곡’이 아니다. 케이블TV Mnet ‘슈퍼스타K’ 같은 아마추어의 프로 등용문이다. 하지만 이진아는 순수한 아마추어가 아니다. 아무리 인디 신 출신이라고 해도 엄연히 그녀는 음반을 낸 적이 있고 이미 유희열과 박진영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 정도의 작편곡과 프로듀싱 능력을 지닌 실력자다.
가창력과 가능성 그리고 스타로서의 기질을 평가해 미래의 스타를 발굴해내자는 ‘K팝스타’의 정체성과 달라도 많이 다른 ‘뮤지션’이다. 심지어 유희열과 박진영은 조심스레 ‘아티스트’란 표현까지 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K팝스타4’는 지난달 8일 16회에서 12.6%의 시청률을 찍은 뒤 17회 11.8%, 18회 11.5%, 그리고 이날 방송의 11.3%로 시청률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이건 시청자들이 진출자와 탈락자를 충분히 가늠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에서의 긴장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청률의 정점을 찍은 지난 16회는 생방송에 진출할 TOP8을 뽑는 내용이 방송됐다. 박윤하와 릴리M이 탈락 예비후보로 뽑히는 등 이때까진 매 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반전이 계속됐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바뀐 17회부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가 나오며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생방송이다보니 제작진의 어설픈 진행실력과 더불어 아직 아마추어인 출연자들의 부족함이 더해 지상파 상업TV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다.
특히 박윤하 에스더김, 그리고 릴리M이 탈락한 이후론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동력인 ‘반전’은 사라지고, 심사위원들의 캐스팅 전쟁만 남아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날 방송에서 정승환은 JYP엔터테인먼트의 미쓰에이의 수지와, 케이티김은 YG엔터테인먼트의 이하이와, 이진아는 안테나뮤직의 권진아와 각각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여기서 이미 이 프로그램은 역시나 세 명의 심사위원을 위한 오디션이고, 그래서 시청자를 이용해 방송사와 제작사는 돈을 챙기고, 각 기획사는 새 재목을 뽑는 ‘마당놀이’에 불과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누가 뭐래도 이진아는 안테나뮤직 스타일이다. 양현석은 이미 릴리M과 정승환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바 있다. 케이티김은 이번에 이하이와 무대를 꾸몄지만 흑인음악에 조예가 깊은 박진영을 따라갈 수도 있다.
앞서 탈락한 그레이스신도 JYP와 YG 모두 탐낼 만하고 박윤하는 안테나와 어울린다.
물론 의외의 카드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유심히 지켜본 기획사는 3사 외에도 많다. 진작 탈락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출신 이설아도 유희열이 눈여겨 볼 재목이다.
이날 경연무대에서 정승환은 비교적 안정된 노래솜씨로 심사위원들에게 1위로 꼽혔다. 반면 케이티김은 다소 실망스런 무대였다는 평가 속에 2위로 턱걸이했다.
과연 이 점수는 공평할까?
이는 그동안 ‘K팝스타4’나 ‘슈퍼스타K’는 물론 ‘나는 가수다’ 등에서 그랬고 요즘 트렌드가 그렇듯 R&B스타일의 보컬리스트가 주류를 이루는 데 대한 식상함과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차별성에 근거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10여 년째 신곡발표가 없는 환갑에 가까운 이문세의 콘서트에 대중이 몰리는 것도, 6일 박효신의 발라드가 아이돌을 평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한 아이돌을 제작하는 양현석과 박진영은 정승환의 값어치를 각별하게 평가한다. 오히려 유희열보다 더.
이렇게 ‘K팝스타4’는 거창한 출발과는 사뭇 다르게 회를 거듭할수록, 이제 파이널 무대를 남겨두고서 가솔린 엔진에 디젤 연료를 넣는 듯한 엇박자로 생명력이 다했지만 릴리M이나 이진아를 우승자로 만드는 우는 범하지 않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이진아를 뒤늦게나마 탈락시킨 것은 거듭된 악수 중에서 그나마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번 ‘K팝스타4’는 전문가는 물론 음악에 문외한인 시청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심사위원들의 ‘자기 몫’ 챙기기가 불편했지만 그나마 이진아와 케이티김이 대중에게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강습은 해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북미대륙의 역사와 흑인노예의 아픔이 만든 미국 발 록과 팝음악에 대해 자세하게 모르는 다수의 대중은 R&B와 블루스가, 혹은 블루스와 재즈가 각각 다른 음악인 줄 안다. 하지만 이날 케이티김은 재즈의 느낌을 가득 담은 소울풀한 창법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Rehab’을 소화해냈다.
더불어 ‘K팝스타1’ 준우승자인 이하이와 함께 픽시 로트의 ‘Mama Do’를 부르며 소울이 뭣인가를 확실하게 들려줬다. 특히 뒷부분에서 이하이와 함께 펼친 두왑 애드리브는 한국 가수에게선 보기 드문 실력이었다.
이진아의 창법은 재즈나 블루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녀의 편곡과 연주는 블루스와 재즈를 기초로 클래식과 뉴에이지를 고루 섞는 독특한 대위법 등으로 재즈와 블루스, 여기에 재즈록퓨전과 뉴에이지가 모두 한 뱃속에서 탄생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게 바로 이진아의 진가였다.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 끌려온 흑인노예들은 그들의 설움을 아프리카 토속음악에 기초한 콜앤리스펀스 형식을 블루노트 음계에 담아 부르며 블루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들의 주머니가 조금 불룩해지며 비싼 악기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되자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인 더 그루브’의 잼 세션을 펼치면서 임프로비제이션이라는 연주형식을 만들어냈고 이게 서서히 재즈라는 고유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