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K팝스타4’ 최대 수혜자는 케이티김? 박진영?
입력 2015. 04.13. 10:43:07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가 방송 5개월, 예선전까지 치면 총 10개월의 대장정을 지난 12일로 끝냈다. 최종 우승자 케이티김이 소속사로 YG엔터테인먼트를 지목하던 방송말미 19.7%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렇게 ‘K팝스타4’는 1등 케이티김, 2등 정승환, 3등 이진아로 서열을 정리했다. 그리고 케이티김은 YG로 갔고 정승환 역시 YG 행이 유력한 가운데 누가 봐도 이진아는 기존 소속사를 떠난다면 유희열의 안테나뮤직 행이 유력해 보인다.

눈길을 끈 릴리M 역시 이변이 없는 한 YG 행이다. 시즌4까지 오는 동안 여자 발라드의 재목 중 가장 돋보인 박윤하는 안테나뮤직이 색깔이 맞다. 그렇다면 또 다른 소울풀한 능력의 소유자 그레이스신과 에스더김의 행보가 시청자의 궁금증을 더해간다. 음악적 색깔 상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가 근접하다.

이날 케이티김은 소속사를 결정하라는 MC 전현무의 주문에 생방송 무대에 진출하는 결정적인 도움을 준 양현석을 거침없이 선택했다. 중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속내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이에 박진영은 자신이 그 갈등의 근원지 같다고 지레 짐작했지만 최종 무대에서 케이티김이 그 사람이 유희열이었음을 고백하면서 이래저래 모양새를 구겼다.

지금까지 ‘K팝스타’가 시즌4를 진행해오면서 가장 많은 ‘재목’을 챙긴 회사는 YG와 JYP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성적표’로만 볼 땐 악동뮤지션의 YG가 다소 앞선다.

역대 우승자는 박지민(JYP) 악동뮤지션(YG) 버나드박(JYP) 케이티김(YG), 준우승자는 이하이(YG) 방예담(YG) 샘김(안테나뮤직) 정승환(미정) 등으로 YG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하이를 뛰어넘을 만한 소울의 예비여제 케이티김을 얻음으로써 양현석은 관우 장비를 보유하고 있음에 더해 제갈공명과 조자룡을 얻은 셈이 됐다.

하지만 시즌4까지 양현석의 압도적인 승리일까?

이날 전현무는 케이티김이 소속사를 선택하기 전에 각 심사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고 박진영이 가장 의미심장한 프러포즈의 코멘트를 전했다.

“인기를 얻고 싶다면 YG를, 음악을 하고 싶다면 안테나를, 그러나 마흔 살까지 가수를 하고 싶다면 JYP를 선택하라”

사실 박진영이 양현석보다 비즈니스가 그다지 뛰어나지도, 유희열보다 음악성이 확연하게 앞서가지도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세 명 중 가장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그는 철저하게 ‘딴따라’라는 것이다. 남이 인정하고 그 전에 그 스스로 인정한다.

박진영은 백댄서로 출발했지만 정식 가수로 데뷔한 후 자작곡으로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낸 보기 드문 대중적 뮤지션이었다. 흑인음악에 대한 편식이 강해 외골수로 보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고집스런 특이한 음악을 대중에게 억지로 주입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 특유의 성적인 솔직함과 사랑에 대한 집착과 아집으로 포장한 가사와 안무에 더한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소울은 확실히 기존 팝계의 리듬앤블루스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라운아이드소울 식의 R&B와는 달랐다.

YG가 태디라는 대표 프로듀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그 외에도 열린 마인드로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받아들이는 것에 비교할 때 소속 가수들에게 자신의 곡을 많이 주고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짙게 덧칠하는 박진영에게서 핸디캡이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음악만 놓고 봤을 땐 유희열보다 편협하고 깊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양현석에게 없는 고집이 있고 유희열에게 부족한 대중성이 있다.

그것은 이날 그가 자신의 신곡을 소개한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박진영은 스페셜 무대에서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를 무대 위에서 공개했다. 양현석의 지금까지 박진영의 노래 중 가장 훌륭했다는 평가는 정확했다.

‘어머님이 누구니’는 한 마디로 흑인음악에 집착하는 박진영의 흑인음악에 대한 모든 애정이 농축된 집대성적 음악이었다. 스윙 비밥 펑키 등을 혼합하고 여기에 현대적 감각의 일렉트로닉 소울과 누재즈를 결합한 뒤 재즈적 임프로비제이션을 첨가한 이 음악은 ‘왜 박진영인가’를 보여준 ‘신의 한 수’였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노래 한 곡에 리듬앤블루스가 로커빌리를 거쳐 로큰롤로 발전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 한편 빅밴드의 스케일이 살짝 비친다.

게다가 박진영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주변에 형성된 ‘밉상’ 이미지를 ‘K팝스타4’의 심사위원을 4시즌동안 해오면서 어느 정도 씻어냈다.

세 명의 심사위원 중 그는 가장 호들갑이 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유희열의 표현처럼 그가 ‘아기처럼 순수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는 음악에 관해선 맑고 투명하고 솔직하며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했다. 그래서 그는 남의 눈치를 본다거나, 어떻게 하면 멋지고 점잖게 이미지를 꾸민다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리고 말과 행동이 가는 대로 내맡긴다.

사실 그가 자신이 작곡한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을 부른 케이티김의 무대 끝에서 기립박수를 보낸 것이나, 산울림의 ‘회상’을 부른 이진아에게 유일하게 100점을 준 것은 다소 과한 게 맞다. 하지만 그게 박진영이란 사람의 단면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유희열이 ‘아기’라 표현한 그의 순수하고 솔직함이다.

그는 그동안 2PM의 박재범 퇴출로 인해 ‘갑질’의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이 시기와 맞물린 이혼소송 등으로 이미지가 많이 깎였다. 하지만 ‘K팝스타4’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비교적 적확하며 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정서가 바탕에 깔린 심사평을 내놓으며 매 회를 거듭할수록 음악의 선배로서 경연자들을 대하는 진지하고 적절하며 깊이가 있는 자세로 프로듀서 제작자 뮤지션 그리고 ‘딴따라’로서의 이미지를 재확립했다.

박진영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시즌1 우승자인 박지민의 데뷔무대를 3 년 만에 꾸며줬다. 그리고 12일 방송에선 버나드박을 컬래버레이션 무대에 올렸다.

악동뮤지션은 YG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노래를 대중에게 알릴 기회만 주어진다면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는 뮤지션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작곡 작사 프로듀싱 연주를 해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케이티김 이하이(이상 YG)와 박지민 버나드박(이상 JYP) 등은 양현석의 시류를 읽는 상업적 논리와 박진영의 흑인음악을 기조로 한 첨단 유행언어로 포장해 맞대결을 펼칠 것이다. 이하이도 박지민도 아직은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아직은 양현석의 완승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 무시무시한 다크호스가 있다. 바로 ‘기타천재’ 샘킴이다. 그의 편곡과 연주 그리고 탁월한 해석력은 충분히 입증된 바 있지만 유희열 아래 어떤 창작능력을 갖출지 드러난 게 없다. 그게 ‘K팝스타’가 낳은 예비스타의 능력 중 가장 큰 변수다.

결국 ‘K팝스타4’는 지금까지 겉으론 양현석이 최대 수혜자이지만 내실적으로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는 장본인은 박진영이다. 그리고 이들에 비해 아직은 가내수공업 단계인 유희열은 후미진 변두리 공장에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묵직한 보검을 갈고 있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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