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장동민 막말, ‘사과’로 수습할 수준 아니다
입력 2015. 04.13. 15:30:48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막말 논란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져가는 가운데 장동민이 13일 오후 KBS 라디오 쿨 FM)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 생방송을 통해 이에 대해 사과했다. 구구절절 수식어를 많이 늘어놨지만 장문의 사과 속에 담긴 핵심은 ‘과거에 한 얘기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를 줄 몰랐지만 어쨌든 국민과 부모들에게 죄송하고 실망시켜 드린 것에 사죄한다. 앞으로 더 좋은 웃음으로 보답하겠다’였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갑작스럽고 의아한 돌발행동이었다.

이날 오전 ‘화장’을 제작한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장동민의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일침을 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때만 해도 잠잠했었다. 심 대표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을 모욕하고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예능인들,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끔찍하다”고 썼다. 이는 그날 온라인 상의 여론을 뜨겁게 달군 장동민의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날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으로 장동민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대해 여론이 반대의견을 집중포화처럼 쏟아내며 과거의 막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와 때를 같이 해 적지 않은 매체들이 장동민을 재조명하며 ‘무한도전’ 팀을 압박했다. 언론과 대중은 2인3각으로 장동민의 ‘무한도전’ 출연금지는 물론 자숙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충언 PD는 13일 오전만 해도 사과나 하차에 대해서 팔짝 뛰었다. 한 매체와의 접촉에서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장동민의 발언은 과거 일이고, 이미 소속사를 통해 사과를 했기 때문에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이미 사과까지 한 일로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사과까지 한 일 때문에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에서 사과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장동민 역시 소속사와 이 PD 뒤에서 조용히 있었다.

우선 이 PD의 ‘상관없는 프로그램을 통한 사과는 불가’라는 생각은 얼추 틀리지 않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전파가 장동민이란 일개 연예인 한 명의 생존을 위해, 혹은 그에 대해 분노하는 대중의 화를 가라앉히는 회복제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장동민이 ‘장동민 레이지 제인의 두시!’를 통해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했던 막말을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동민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사과를 해야 하고 그 반응에 따라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의 하차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 PD는 마치 ‘일베’기자를 입사시킨 최근 KBS의 마인드를 따르려는 듯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둔감한 태도를 보였다.

먼저 장동민의 막말의 수위와 수준이 어땠는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장동민은 지난해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진행하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연인의 과거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시X’ ‘개 같은 X’ ‘이 X’ ‘개보X’ 등의 욕설은 물론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 된다” “창녀야”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등 여성을 크게 비하하는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또 자신의 여성 코디네이터가 일을 잘 못한다며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망치로 대가X를 치고 싶다” “창자를 꺼내서 구운 다음에 그녀의 엄마에게 택배로 보내 버리고 싶다” 등의 입이 떡 벌어지는 막장 연쇄살인 호러영화의 장면 같은 얘기를 쏟아냈다.

군대 생활 회상에선 더 이상 그가 대한민국의 사랑받는 연예인의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게끔 만들었다. 그는 “군 생활 중 내가 너무 괴롭혀서 나 때문에 못 살겠다고 (유서를) 써놓고 자기 몸에 손을 대는 후임병이 있었다. 그 후임병을 불러서 왜 죽으려고 했냐고 물었더니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라고 했다”며 “그래서 구둣발로 (후임의) 턱을 걷어찼다. 내가 죽여줄게. 너 지금 죽어라고 말하며 삽으로 후임을 땅에 묻었다. 죽였다. 근데 아무도 모르지. 왜인 줄 알아? 비무장지대에 묻었으니까. 아무도 몰라, 나 완전범죄”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대한민국 사회는 군대 내 폭행 및 성폭행 문제로 수많은 군인과 그 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 그래서 한효주는 공군 장교 동생이 연루된 문제 때문에 자신이 직접 연관된 것도 아니고 그 동생의 범죄행위가 입증된 것도 아닌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장동민은 논란이 일자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사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과를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당시 그의 사과를 듣거나 보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되고 더 나아가 그가 그런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줄 모르는 사람조차 적지 않았다. 심지어 방송제작관계자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신화는 공식 석상에 나설 때마다 자신들의 도박 전과를 사과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잊었을 법한데도, 그들의 팬들은 모두 용서했을 법한데도 사과한다. 그들이 도박자금을 남들한테 빌려 쓴 뒤 안 갚은 것도 아니고, 도박장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다.

그건 그들이 공인이고 계속해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좋건 싫건 대중의 마음을 달래고 고개를 조아림으로써 겸손한 이미지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알면서도 그렇게 성의를 보이는 게 기특해서 어여삐 봐주는 것이다.

지금 장동민에게 중요한 것은 사과나 하차가 아니다. 왜 자신이 그렇게 욕먹어야 하는지, 과거에 한 발언이고 당시 이미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거론되는지에 대해 본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강호동은 거액의 세금을 덜 냈다. 김구라는 위안부할머니를 비하했다. 두 사람은 무조건 모든 방송에서 스스로 하차했다.

강호동은 국세청이 달라는 대로 안 낸 세금을 냈고 김구라는 위안부할머니를 계속해서 찾아가 그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중이 컴백한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장동민은 지금 자숙은커녕 사과조차 인색해 눈치를 보거나 혹은 버티다가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당사자인 전 여자친구, 전 코디네이터, 전 군대 후임에게 직접 사과를 했느냐다. 만약 했다면 평소 ‘입싼’ 장동민의 성격상 방송에서 떠들지 않았을 리 없건만 그런 소리를 들려오지 않는다.

장동민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줘도 모자랄 판인 ‘장동민 레이디 제인의 두시!’의 담당PD는 장동민보다 더 뻔뻔하게 버틴다는 사실도 놀랍다. 만약 이게 KBS 전체의 공영방송사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라면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

‘과거가 뭔 상관이냐, 더구나 우리 방송사도 아닌데. 그냥 시청률(청취율)만 보장하면 되지’라는 저급한 자본주의의 논리만 앞세운다면 그들 스스로 외치는 ‘유일한 국가 기간방송’이란 자긍심과 책임감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손석희를 보도 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JTBC도 이제는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장동민은 현재 ‘나홀로 연애중’과 ‘크라임씬2’에 출연중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TV MBC 에브리원 ‘결혼 터는 남자들’에도 나오고 있으니 모회사인 MBC 차원에서 ‘무한도전’ 팀과 더불어 심각성에 대한 올바른 판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만약 해당 방송사들이 장동민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론은 하나다.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것이다.

‘너희들이 떠들어대도 무식한 다수의 시청자는 다 본다. 우리는 그저 시청률 높여서 광고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과한 자신감 혹은 ‘남존여비’ ‘군대에선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인격을 무시해도 된다’라는 장동민의 이데올로기와 궤를 같이 하는 의지거나.

현대사의 대표적인 조직폭력배인 고 김태촌과 조양은도 공식석상에서 ‘창자를 꺼내 구워서 부모에게 보낸다’는 끔직한 폭언을 했단 소식을 들려준 적이 없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장동민(왼쪽) 심재명 대표,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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