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룸메이트’, 용두사미 ‘명불허전’
- 입력 2015. 04.15. 09:36:49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쥐를 몰 땐 최소한의 돌파구는 주라’고 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면 사람을 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조기종영의 굴욕을 맛보는 프로그램에 대해 쓰디쓴 독설을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자는 게 관계자들의 불문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마지막 회를 내보낸 SBS ‘룸메이트 시즌2’는 왜 화려한 출연진과 화제성, 그리고 셰어하우스(Share House)의 유행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한 기획력에도 불구하고 예정과 달리 일찍 문을 닫아야 했는지 스스로 만방에 광고하는 듯한 인상이 들어 도저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룸메이트’는 요즘 1인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한 생활패턴에 발맞춰 늘어나는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이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서로 다른 개성과 직업을 공유하며 성숙해간다는 데 착안해 지난해 5월 유명스타들이 한 집에 살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미와 메시지를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 ‘진짜 사나이’가 국지적인 얘기라면 ‘룸메이트’는 좀 더 열려있고 20~40대의 폭넓은 연예 전문직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직업얘기까지 담고 있어 재미를 줄 가능성이 풍부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기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억지설정 역시 많이 배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1’은 신성우 이소라 이동욱 홍수현 찬열(엑소) 조세호 송가연(격투기 선수) 서강준 박민우 나나(애프터스쿨) 등 화려한 멤버로 출발을 알렸지만 4개월만의 멤버교체로 ‘시즌2’에 밀려났다.
이는 제작진이 시작부터 아예 ‘짝짓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노골적으로 ‘셰어하우스 안의 우리 결혼했어요’를 만들고자 억지연출을 하면서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의 셰어하우스 판에서 벗어나지 않는 포맷으로 이끌어가면서 금세 시청자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구축에서 ‘시즌1’은 완전히 실패했다. 신성우가 ‘엄마’ 역할을 해내며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로 주목을 받은 것 외에는 ‘까칠한’ 이소라부터 ’마약 논란‘의 박봄까지 그 어느 인물 하나 새롭거나 재미있는 캐릭터 창출에 실패한 채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과 손가락질만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시즌2’에 신성우 이소라 홍수현 찬열 송가연을 빼고 박준형 배종옥 써니(소녀시대) 잭슨(GOT7) 이국주 허영지(카라) 그리고 오타니 료헤이 등의 ‘일곱색깔 무지개’를 투입해 ‘시즌1’과는 전혀 다른 채색으로 새 그림을 그리려 했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남자 중 최고령이지만 한국인인 듯 한국인이 아닌 박준형(GOD)의 ‘허당매력’과 함께 당시 ‘대세’였던 이국주의 음식과 남자에 대한 집착, 그리고 허영지의 순수한 매력이 산업디자인 터치의 그림처럼 정형화된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한 편의 수채화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잭슨과 료헤이가 쏠쏠한 재미를 줬다. 이미 한국생활에 적응할 만큼 체류기간이 오래됐지만 밤섬처럼 여의도가 될 수 없는 두 사람의 절반의 한국인 셰어하우스 일상은 조세호나 이국주 같은 다소 과한 표현력의 개그맨들의 ‘모’난 곳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주는 완충제 역할을 해내며 프로그램의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역시 닫힌 공간 안에서의 관찰예능의 한계와 각 캐릭터의 고착화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그리 긴 생명력을 담보로 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제작진은 화려한 게스트를 초대해가며 기사회생을 노렸으나 그건 정작 요리에 맛과 질에 전념하지 않고 서비스 여종업원의 노출에만 신경 썼다 자진퇴출한 ‘후터스’였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 방송은 제작진의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방점을 찍었다.
다른 컷은 차치하더라도 이국주 허영지 조세호 료헤이 등이 남산으로 봄꽃놀이를 떠난 프레임은 보는 내내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화면이 지나갈수록 이들이 스스로 기획한 나들이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봄을 맞아 L아웃도어 회사에서 홍보 차 신민아를 모델로 내세우고 시민들을 불러 모아 5km 남산 꽃길을 걷는 행사를 마련했고 이들은 단지 행사참가 시민 중 일부에 불과했다.
업체와 결탁해 싼 제작비로 교묘하게 방송분량을 채웠을 뿐만 아니라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브라운관에는 수시로 회사 브랜드의 로고가 버젓이 노출됐다.
결국 ‘룸메이트’는 용대가리인줄 알았는데 허리로 내려갈수록 이도 저도 아닌 이무기였고, 결국 꼬리에 이르니 사악한 뱀이었다. 그것도 아마존에서 온 늠름한 아나콘다도, 우리 금수강산 곳곳에 퍼진 아름다운 꽃뱀도 아닌, 난잡한 교잡종이었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