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엑소 인터뷰까지 조종하는 ‘뮤직뱅크’
- 입력 2015. 04.15. 14:36:02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10일 오후 일부 연예 매체가 작성한 KBS2 ‘뮤직뱅크’(이하 ‘뮤뱅’)의 이날 출연가수인 엑소 신보라 등의 인터뷰 기사가 포털사이트 연예뉴스 메인 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터넷 매체 오에스이엔은 이 ‘하사품’ 같은 인터뷰 기사의 이면에 담긴 과정을 폭로했다.
KBS 홍보실의 담당직원이 ‘뮤뱅’ 방송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뿌린 문자 메시지였다.
하지만 다수의 매체들이 이를 무시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사안의 무게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홍보실의 입맛대로 ‘뮤뱅’의 ‘자랑거리’를 기사화한 일부 매체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4일 다시 뉴스엔은 이런 KBS 측의 불쾌한 ‘낚시질’에 항의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감상은 다 집어치우고 공무적으로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기탱천하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기사를 청탁하고 마치 선물인 양 인터뷰 행사를 주최한 건 처음 봤다”며 개탄했다. 또한 문자 메시지가 보내는 심각한 진짜 메시지를 좌시한 데 대해 통탄했다.
이건 어디서 많이 봐온 행태다. 기자가 원하는 것은 특종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받는 보도자료가 아닌 ‘단독취재’다. 만약 이슈가 되는 유명인의 직접 인터뷰라면 아주 구미가 당기는 밥상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위층에서 흔하게 써먹는 ‘언론 길들이기’와 ‘언론을 이용한 홍보’ 방법이다.
‘김영란법’을 떠나 언론을 움직일만한 액수의 ‘촌지’나 스케일 큰 ‘접대’는 법에 저촉된다. ‘갑’의 입장에선 이런 방법이 가장 쉬운 줄 알지만 내막이 드러날 경우 역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법의 그물망을 피할 정도의 틈새가 넓은 그물로 낚시질을 하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그게 이런 식의 ‘당근’이다.
한 마디로 ‘니들이 이래도 안 쓸래?’라는 식의 주도적 기자 길들이기 방법의 전형이다. 기자 입장에선 스타의 인터뷰 기회를 경쟁 매체에게 빼앗길 경우 ‘물 먹는 것’이기 때문에 징계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갑’의 낚싯바늘에 혀를 꿸 수밖에 없다.
매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굴욕적이긴 하지만 담당기자가 그 제안을 수용하도록 유도한다. 더 나아가 그 ‘잔치’에서 소외됐을 경우 책임소재를 물을 수밖에 없다.
언론사인 KBS는 그 속사정을 잘 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권이 그들을 어떻게 길들였는가 역시 잘 안다. 한마디로 그 방식에 도통했다.
그런데 여기서 각 매체들이 간과한 게 있다. 인터넷 매체가 없고 지면만 존재하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신문사 연예 담당 기자가 연예스타를 인터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건 사고로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시점만 빼면 오히려 연예스타 쪽에서 유력 매체와의 인터뷰를 반가워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는 지금 새 작품 발표로 인한 홍보의 목적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웬만해선 연예스타가 인터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불어 연예인의 위상 급상승으로 가능하면 대중매체와의 접촉을 꺼리는 게 일반화됐다.
소수 매체와의 밀착된 인터뷰란 더욱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엑소나 신보라의 소속사도 아닌 방송사가 인터뷰를 주도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이번 주부터 방송된 MBC 드라마 ‘화정’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MBC가 YG와 충분한 상의도 없이 출입기자들에게 ‘우리가 뿌리는 보도자료를 써주면 선별해 차승원과의 인터뷰를 주선해주겠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KBS는 엑소의 SM이나 신보라의 YMC와 평소 어떤 관계였는지 손쉽게 이들의 인터뷰를 주도했다. 이건 KBS나 최소한 ‘뮤뱅’ 제작진이 음반기획사에게 ‘갑’의 위치에서 ‘양해’가 아닌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증거 아닐까? 일주일 전도 아닌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인터뷰를 하라 마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권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5일 KBS는 걸그룹 달샤벳의 새 미니 음반 ‘조커 이즈 얼라이브’의 타이틀곡 ‘조커’(JOKER)에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노래 가사 중 반복되는 ‘조커’가 욕설을 연상케 한다는 게 이유다.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이 있을까? 그럼 왜 진작 노사연의 ‘만남’은 가사 안에 여성 성기를 연상케 하는 단어가 독립적으로 가창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를 판정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었겠지만 이번의 ‘조커’에 대한 KBS의 심의의 기준이 창작자는 물론 다수를 어이없게 만드는 것을 감안할 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쉽지 않다.
‘조커’의 뮤직비디오에는 ‘배트맨’ 혹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가 분명하게 등장한다. 조커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포커 게임에서 엑스트라 카드로서 와일드 카드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게 조커다. ‘배트맨’ 시리즈에선 선과 악의 애매모호한 경계와 주인공들의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굉장히 심오한 뜻을 내포하는 캐릭터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는 배트맨이 아니라 조커가 주인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조커라는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조커’ 속 조커가 그런 의미에서 잘난 남자, 그러나 나쁜 남자를 가리키는 중의적 의미라고 생각의 영역을 팽창할 줄 모르는 편협한 사고가 이런 판정결과를 낳은 게 아니란 증거는 어디 있을까? 그게 ‘뮤뱅’의 인터뷰 주선이나 ‘조커’를 바라보는 국가 유일의 기간방송 KBS의 시선이라면 좀 심각하다.
만약 KBS 보도국에 ‘뮤뱅’에 관한 홍보실의 문자메시지 같은 제안이 대기업으로부터 온다면 과연 기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점점 ‘기자’와 ‘기레기’의 갈림길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사회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