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가슴 적시는 김우빈의 “고맙고 우리가 미안해”
- 입력 2015. 04.16. 10:08:31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하루 전날 김우빈이 자신의 팬이었던 단원고등학교 학생 고(故) 김모 양에게 직접 쓴 편지가 공개돼 단숨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편지에 쓰인 “고맙고 우리가 미안해”란 문구가 올랐다.
김우빈은 “맑고 예쁜 00아, 어제도 오빠는 네 덕분에 중국에서 팬미팅 잘 마치고 돌아왔어. 네가 있는 그곳은 네가 겪은 이곳보다 더 아름답고 예쁘겠지?”라며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우리가 만나는 날엔 꼭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그때까지 00이도 오빠 응원 많이 해줘! 나도 00이가 그곳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 많이 하고 있을게”라고 써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김우빈 뿐만 아니라 며칠 전부터 신화 김동완, 샤이니 종현, 걸스데이 혜리 민아, 엑소 카이, 2AM 조권, 송혜교 정려원 변요한 박수진 송유빈 백보람 변정수 유승옥 김필 김제동 솔비 등 많은 스타들이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딛고 일어서야 할 아픔이지만 그 아픔의 배경과 그 사건의 원인 그리고 석연치 않은 대처과정에 대해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바르지 못한 어른들에 의해 희생된 아름다운 내일의 희망에 대한 애도와 사죄가 절실하단 자책감 역시 마찬가지인 이유다.
‘고맙고 우리가 미안해’에서 ‘고맙고’는 김우빈 입장에서 보면 ‘그토록 아름답고 착한 고인이 내 팬이어서 고맙다’란 뜻이지만 그 깊이를 보면 더욱 경건해진다.
김우빈에겐 숱하게 많은 팬이 있다. 고인처럼 여고생도 있고, 여대생도 있으며 그보다 연상의 여인들도 많다. 여고생 팬도 꼭 단원고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김우빈은 굳이 고인이 팬이어서 고맙다고 했을까?
만약 그가 세월호 희생자 중에 자신의 열성팬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는 지금 시점에서 이런 편지를 애써 쓰지 않았거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그저 형식적으로 SNS에 추모 글 하나 올리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 김 양의 존재를 알고 나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 사건의 발생부터 과정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처리과정을 보도나 자료를 통해 살펴봤을 것이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거짓말을 믿고 배 안에서 죽어간 착하고 순수한 그 영혼들 중 한 명이 자신을 지지했다는 사실에 고맙고 그래서 더욱 미안했을 것이다.
현재 상영 중인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나이의 까칠한 독거노인 김성칠(박근형)이 앞집에 이사 온 꽃집할머니 임금님(윤여정)을 흠모하게 되고 그래서 두 사람이 노년에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쌓아간다는 얘기가 겉으로 흐르지만 그 정중앙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자식은 평생 가슴 한 편에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묵직한 돌’이다.
세월호 참사 때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배 안에서 기다리라며 자신들은 빠져나와 살았다. 학생이건 교사건 우리의 ‘아들’ ‘딸’들은 어른을 믿고 죽음을 맞았고 그 와중에도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나보다 남을 구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렇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어느새 가슴 한 편에 소금물에 흠뻑 젖은 돌을 간직한 채 울먹이며 1년을 보냈지만 그 어떤 위로나 위안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속죄할 도움 역시 요원한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부모들도 김우빈의 ‘고맙고 우리가 미안해’란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자식이 태어나던 날 부모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을 테고, 지금까지 힘들고 고되던 피로가 일순간에 날아갔을 것이며,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헤매던 삶 속에서 굵고 밝은 한 줄기 출구의 빛을 봤을 것이다.
희생자 대다수의 부모들은 서민일 것으로 미뤄 짐작해서다. 적어도 사고 이후 여전히 갈등과 충돌이 계속되면서 유가족들이 전혀 위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래서 고마웠고, 그러나 그런 소중한 보물을 천재도 아닌 인재로 잃었으며 그 인재는 힘 있는 사람들의 성실한 임무수행과 투명한 논공행상에 근거한 정확한 관리감독이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 부모가 그걸 감시하고 제재할 힘이 없었기에 미안하단 의미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그건 자식의 힘이나 효심이 더 강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이 워낙 애틋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토록 강력한 부모의 사랑을 짓밟고, 또 애절함을 담아 자식의 요람을 어루만지는 부모의 손을 세게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래서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도, 그런 그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부모 혹은 예비부모도 가슴이 먹먹한 것이고 절망감에 몸서리치는 것이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한비자는 ‘부모는 장난으로라도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남의 자식에게는 거짓말을 해도 된단 뜻은 아니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