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오정연 서장훈, 이혼 연예인으로 사는 법
- 입력 2015. 04.17. 16:19:05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더불어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이혼율도 1위다.
자살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삶이 지난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 없다는 의미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가장 저조한 겨울에 자살의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지만 정작 봄에 자살이 많은 것은 겨울에는 마음은 가지만 몸이 힘들어 차마 자살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봄에 몸에 기운이 돋으면서 겨우내 마음먹었던 자살을 실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결혼이 잦아들었는데 이혼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것은 기성세대의 황혼이혼이 느는 원인이 클 뿐만 아니라 새로 결혼한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지수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끝이 안 보이는 암울한 경제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샛길로라도 빠지자는 차선책 혹은 불안감의 결과다.
연예인 혹은 유명인들의 이혼은 많이 다르다. 일반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혼하지만 그들은 그 많은 돈을 나눠주기 싫어 결혼을 안 하거나 이혼을 안 하려 한다. 우리나라 이혼율의 대부분은 경제적 문제다. 유명인의 이혼은 진짜 ‘성격차이’ 혹은 ‘성적 차이’다. 왜냐면 할리우드의 경우 웬만해선 결혼도 이혼도 안 하려는 이유가 이혼할 경우 상대방에게 지불해야 할 위자료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혼하면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날린다.
아직까진 한국에서 일반인과 달리 연예인의 이혼은 이미지에 치명타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은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르고 우리 연예계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가 과거와 첨단서양식의 중간에서 뒤섞이고 있다. 이혼 연예인의 몸가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선진국의 유명 스타들이 자유롭게 연애하고 쉽게 결혼하며 또 자주 이혼하는 것을 충분히 봐왔다.
지난달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영국 연예매체 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랑은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또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녀는 지금까지 2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으며 그 과정에서 두 아이를 낳았고 2012년 제이슨 트라윅과 교제하다 약혼식까지 올린 뒤 결별했고 2달 만에 루카도와 사귀었으며 최근 영화 프로듀서 겸 작가인 찰리 에버솔과 열애 중에 있다.
압권은 첫 결혼과 이혼이었다. 그녀는 지난 2004년 제이슨 앨런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55시간 만에 이혼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게 할리우드다. 브래드 피트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결혼했다 이혼했고, 안젤리나 졸리도 영화배우 자니 리 밀러와 그랬다. 그리고 두 사람은 9년간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하며 3명의 아이를 낳고 3명의 아이를 입양한 뒤 지난해 비로소 결혼식을 올려 정식부부가 됐다.
과거 우리나라 연예계의 정서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피어스와 ‘브랜졸리나’ 커플이다. 이는 성과 결혼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 1960년대 당시 최고의 남녀 영화배우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이 결혼할 때 온갖 추잡한 헛소문이 나돈 데서 알 수 있듯 대중의 정서는 연예스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연예스타는 당연히 몰래 연애했고, 심지어는 유부남이나 유부녀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스타덤에 오르면 기혼사실을 숨기려 했다.
여기에 이혼은 여자 연예인에겐 치명적 핸디캡이었다. 한때 ‘다른 남자의 여자’였단 사실은 마치 ‘주홍글씨’ 같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순결에 대한 편견이 강하던 당시의 성에 대한 정서 탓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런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잔재해있고, 장동민처럼 남존여비의 편견이 정서의 바탕에 똬리를 틀고 있기에 이혼한 연예스타의 처신은 쉽지 않다. 현재 방송인으로 각자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오정연과 서장훈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대한민국 대학과 프로농구의 간판스타였던 서장훈과 KBS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오정연은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일 때 결혼해 정상을 내려오며 이혼한 뒤 각자 농구와 KBS를 떠나 현재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서장훈은 예능인으로서 ‘제 2의 강호동’을 노리고 있으며 재직 당시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오정연 역시 거대 기획사 SM C&C에 적을 두고 소속사 동료인 전현무의 여자 분야를 꿰차기 위해 도약 중이다.
오정연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서장훈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화제다. 지난 16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 오정연은 MC 김구라의 직접적인 서장훈 언급에 피하지 않고 요즘도 서로 통화하고 방송활동에 대해 상의한다고 밝히며 서장훈의 평소 언어습관이 유행어가 됐다는 뒷얘기까지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오정연보다 먼저 예능인으로서 브라운관에 선 서장훈은 이미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듯 누가 묻기도 전에 먼저 자신의 이혼경력을 토크나 웃음의 소재로 삼았으며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에게 ‘정 궁금하면 일단 갔다 온 다음에 얘기하자’고 여유로운 개그감각을 발휘할 정도다.
한국은 이혼하고 나면 대부분 ‘웬수’가 된다. 하지만 서양은 밉건 아쉽건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고, 오정연과 서장훈처럼 자식이 없이 한 분야에서 일한다면 굳이 피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다. 비록 오정연과 서장훈이 ‘쿨’하게 서로에 대한 거론을 피하려 들지 않고 심지어는 웃음의 소재로 승화시키는 것은 생존의 이유다.
이미 개그맨 김국진이 이를 보여줬다. 그는 10여 년 전 여배우 이윤성과 결혼했다가 1년 반 만에 이혼했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그 사이 이윤성은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의사 홍지호와 재혼해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서 그나 주변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지만 결혼과 이혼 얘기는 자주 꺼낸다. 김국진은 어색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이에 대해 굳이 불편하거나 불쾌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냥 사실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혼이란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정연과 서장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혼과 이혼은 그들이 결정한 것이고 그래서 그 점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나 변화보다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런 아쉬움 등에 얽매인다면 방송인 혹은 예능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지금까지의 대처방식은 아주 훌륭해 보인다. 타인이 개개인의 사생활을 옳다 그르다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최소한 오정연과 서장훈이 공인이란 지위 하에서 활동한다면 대중은 그들의 사생활에 어느 정도 점수를 매길 순 있다. 현재로선 훌륭하다.
왜냐면 굳이 그 나이에 동거냐 별거냐를 거론할 이유가 없을 신성일과 엄앵란의 ‘따로 또 같이’ 결혼생활마저도 대중이 왈가왈부하는 점이나, 여러 가지 사정상 보도를 못하고 있긴 하지만 언론이 파악한 서너 커플의 ‘쇼윈도 부부’ 역시 공개석상에서 잉꼬부부인 양 연기하는 데 근거할 때 그렇다.
서세원-서정희도 사건이 터지기 전엔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포장됐었다.
그건 그들의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기혼 연예인으로서 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한 연예인으로 사는 것은 더 어렵다. 그만큼 결혼 전이나 혼인 중보다 주시하는 눈이 많다. 그렇지만 그 아픔조차 예능인이므로 딛고 일어서야 필수과정이기에 그들은 ‘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JT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