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정승환, YG 아닌 안테나 택한 이유
- 입력 2015. 04.20. 11:31:59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이하 ‘K팝스타4’)가 지난 12일 케이티 김을 우승자로 뽑으면서 10개월의 대장정을 끝마친 가운데 19일 그 뒷얘기를 다룬 특집방송이 전파를 탔다.
그리고 담당 PD는 2위 정승환과 3위 이진아를 불러 마음에 드는 소속사를 물어봤고 그 경로를 거쳐 두 사람은 2인3각으로 유희열의 안테나뮤직(이하 안테나)에 둥지를 틀었다. 의외였다. 방송 내내 누가 봐도 이진아에 대해 양현석은 그 값어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박진영은 인정은 하지만 상품으로 개발해낼 엄두를 못 냈으나 유독 유희열은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진아의 안테나 행은 당연했지만 양현석이 유독 애착을 가졌던 정승환의 안테나 선택은 허를 찌르는 ‘식스 센스’급 반전이었다.
YG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삼성그룹’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주가총액 매출 등에서 선두를 다투는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이 회사에 간다면 스타덤 진입은 시작부터 이미 절반은 보장받는다.
워낙 자체적인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악동뮤지션이 데뷔앨범을 내놓자마자 각종 음원차트를 휩쓴 배경에 YG란 소속사의 이름값이 자리 잡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없다.
정승환이 ‘K팝스타4’의 첫무대에 설 때만 하더라도 세 심사위원의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데면데면했다. 잘생기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외모에 통기타 하나 덜렁 둘러메고 나온 이 작은 19살의 소년이 뛰고 나는 실력자들을 숱하게 봐온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자 상황은 달라졌다. 세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쏟아냈고 정승환은 단숨에 ‘음원깡패’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유희열은 신승훈 김범수 등의 뒤를 이을 가장 확실한 발라드 가수라는 극찬을 쏟아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승환은 고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운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 19살의 소년이 그토록 진하게 인생과 사랑과 아픔을 담은 해석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가정은 유복해보였다.
과연 이 괴물은 누구일까?
먼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수장 박진영이 톱3에게 프러포즈한 코멘트를 되새겨보자. 그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 안테나를, 인기를 얻고 싶다면 YG를,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면 JYP를 선택하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런데 정승환은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며 안테나를 선택했다. JYP가 아닌.
그건 정승환이 추구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음악의 방향 혹은 성격이 박진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승환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지난주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그는 숱하게 많은 곡을 만들어 직접 부르는가 하면 후배 가수들에게 줬는데 ‘어머님이 누구니’는 그 중에서 가장 유니크하고 그만큼 뛰어났으며 그가 좋아하고 즐겨듣는 흑인음악의 거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엑기스였다.
아마 그 전까지 헷갈렸던 정승환은 이 곡을 듣고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으리라. 그만큼 이 곡은 박진영이었고 JYP였다. 하지만 이날 박진영이 작곡한 ‘니가 있어야 할 것’을 부른 정승환은 박진영과는 달라도 아주 많이 달랐다. 만약 정승환이 ‘어머님이 누구니’를 부른다면 그만의 감성과 시각에서 전혀 다른 정승환 식 신곡이 탄생하겠지만 박진영의 원곡과는 아주 다를 것이다. 즉, 정승환과 박진영의 음악적 궤는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정승환은 출세와 부가 보장된 YG가 아닌 ‘동네 구멍가게’ 안테나를 선택한 것이다.
YG는 JYP와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흑인음악을 기조로 한다. 그게 힙합이건 단순한 댄스뮤직이건. 여기에 이 회사는 철저하게 대중적 상업적 목표를 지향한다. 빅뱅의 음악이 첨단유행을 추구하면서도 대성에게 ‘날 봐 귀순’ 같은 트로트를 취입하게 만드는 회사가 바로 YG다. 또한 이 회사는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철저하게 방임형으로 풀어놓는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음악성 자체가 이미 훌륭하게 정립돼 있기에 굳이 조련하거나 가이드를 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승환은 아직은 트레이닝과 길잡이가 필요하다. 그는 작곡능력도 부족하고 음악적 방향을 설정할 프로듀싱 능력은 더더욱 백지상태다. 그래서 그에게는 클래식의 기초에 발라드의 취향이 풍부한 유희열 같은 멘토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유희열은 양현석만큼의 상업적 센스도, 박진영 같은 딴따라의 끼도 부족하다. 게다가 회사는 좁디좁은 지하실이다. 방송사를 쥐락펴락할 만큼의 ‘파워’도 못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찬미나 이설아를 루시드 폴에 비유하며 그 값어치를 높게 평가할 줄 아는 유희열의 시각은 정승환에게는 충분한 자양분이고 광합성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렇다면 정승환, 이 괴물은 진짜 ‘괴물’이다. 이제 만 19살의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에서 평탄하게 자랐을 이 어린 소년은 스스로 음악을 통해 인생을 깨우쳤고 유희열을 통해 더욱 깊이를 파고들려 한다.
어쨌든 YG와 안테나는 충분히 각자의 정체성에 걸맞은 신예를 건졌다. 관건은 JYP다. 에스더 김과 그레이스 신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만약 그곳이 JYP라면 이하이나 케이티 김과 맞서거나 혹은 능가할 ‘괴물’로 키울 수 있을지에 박진영의 숨은 실력의 진수가 가려질 것이다. 4개의 시즌을 거친 ‘K팝스타’의 수확을 거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악동뮤지션만 두드러지지만.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