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타운’ 조연의 연기만큼은 건질만하다 [시네프리뷰]
- 입력 2015. 04.22. 08:40:1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오랜만에 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여성주류의 영화 ‘차이나타운’. 충무로 대표 여배우 김혜수와 주목받는 신예 김고은이 투톱으로 나선 이 영화는 반가움과 기대심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관능적인 이미지의 김혜수라는 여배우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얼굴에는 기미를 그려넣었다. 몸에는 보형물을 넣어 뱃살이 두둑한 모습으로 여성성을 버린, 거친 인물을 연기 한다는 소식은 그녀의 연기변신에 대한 호기심을 야기한다.
‘아저씨 벨트’를 하고 정장바지를 걸친 그녀는 스타일을 가늠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듯한 ‘엄마’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배역을 소화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한 그녀가 이 인물을 완벽히 해석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던 것일까?
김혜수는 데뷔 30년차 배우다.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을 거쳐 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섹시 여배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김고은은 지난 2012년 ‘은교’로 데뷔해 데뷔작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몬스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영화다.
데뷔한 지 약 3년 만에 출연한 ‘차이나타운’에서 김고은은 대선배인 김혜수와 주연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스크린에서 데뷔 27년 차의 두 여배우가 동시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칠 때 이들의 조합이 어떨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 배우의 ‘케미’는 그럴 듯하다. 말 그대로 이제 막 충무로의 ‘기대주’로 등극한 그녀는 김혜수와 한 신에 등장할 때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김고은이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다. 김혜수의 연기가 30년 연기 인생을 걸어왔다고 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한 김혜수 특유의 연기는 ‘연기 변신’이라기 보단 차라리 ‘외모 변신’이라는 말이 걸맞아 보인다. ‘타짜’에서 ‘화투판의 꽃’ 정마담을, ‘도둑들’에서 섹시한 금고털이를 연기한 그녀가 외모를 포기하고 ‘엄마’를 택한 용기는 인정할 만하다. 영화 속 그녀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만 ‘엄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아울러 그녀의 말투나 표정은 딱히 전작에서의 그녀와 달라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외모 변신’을 내세우긴 했으나 인공적으로 덩치를 키운 보형물은 움직여도 출렁이지 않는 부자연스런 뱃살로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한다. 그녀는 ‘여배우로서 어떻게 보일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역할이었으며 배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말했지만 그 열정이 ‘역도산’의 설경구처럼 연기를 위해 몸을 불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숨겨진 조연들의 활약이다. ‘엄마’의 말을 곧 법으로 아는 홍주 역을 맡은 조현철은 “밥 먹고 약 먹었으면 일해야 한다. 홍주는 엄마 말 잘 듣는다”고 중얼거리며 지능이 모자라지만 섬뜩할 정도로 ‘엄마’의 명령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단순하지만 집요한 홍주의 모습을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빛으로 소화해낸다.
쏭을 연기한 신예 이수경은 얼마 전 케이블TV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통통 튀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수경은 핑크색 머리에 화려한 손톱으로 치장하고 ‘텐프로’들을 상대로 일수를 하며 마약에까지 손대는 인물인 쏭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얼마전 ‘쎄시봉’에서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는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전직 형사 역을 차분하게 연기하며 적은 분량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인 아이가 오직 쓸모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의 대모로 군림하는 ‘엄마’ 마우희(김혜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영은 세상의 이방인들이 모여드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를 비롯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식구와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채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등 ‘엄마’의 명령에 따라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그것이 차이나타운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방식이다.
영화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무리가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전반적으로 우울하며 인물들의 생존방식은 매우 낯설다. 건조한 대사나 표정이 거의 없는 얼굴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이 상실돼있고 조직이 채무자를 처리하는 방식은 이유 없이 극도로 잔인하다.
영화의 흐름 역시 곳곳에서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보인다. 일생을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온 일영(김고은)은 돈을 받기 위해 몇 번 만난 채무자 석현(박보검)을 목숨을 걸고 지킬 정도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다.
‘엄마새끼’로 자라 독립한 치도(고경표)가 ‘엄마’(김혜수)를 배신하는 장면에서는 치도의 부하들이 갑자기 치도를 배신한다. 반전이라기 보단 불친절한 연출에 무언가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 든다. ‘엄마’가 절대 권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나 그럴듯한 활약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엄마’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는 설정이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오는 29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