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2’ 딱 1만원짜리 히어로의 어메이징한 액션 [시네 프리뷰]
- 입력 2015. 04.22. 11:40:56
-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긴말은 천천히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은 기대하지 말자, 그냥 1만원어치 입장료만큼만 즐기자’다.
전편 ‘어벤져스’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은 전편에 비해 화려하다. 캐릭터도 더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전편이 아이언맨의 원맨쇼에 헐크와 토르가 조력자였다면 이번엔 어벤져스 멤버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비중도 크다. 그만큼 액션이 화려하고 스토리가 풍부하단 뜻이다.
서울의 강남북을 오가며 로케이션 했다는 점 때문에 한국 관객들에겐 과연 서울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어떻게 그려질까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풀리기 마련.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의 서울이야 어차피 미래의 판타지인지라 CG와 특수효과 등으로 비현실적인 그림이었지만 이번엔 있는 그대로의 실사라 흥분지수가 다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흥분은 건강을 해친다. 최소한 이 영화에 대한 한국 팬들의 그런 심리는 그렇다. 영국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20여개 지역을 돌며 로케이션 했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게 그려지는 장소가 동유럽의 가상국 소코비아라면, 한국은 세빛섬을 제외하면 한류열풍으로 전 세계에 문화돌풍을 일으키는 선진국가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리들리 스캇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린 미래사회의 중심도시의 모티브를 도쿄에서 따온 것처럼 워쇼스키 남매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미래를 서울에서 창조하며 오마주한 것에 비교할 때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2’에서 보는 서울은 LA 밀라노 파리부터 모나코의 몬테 카를로까지 재해석한 청담동이 아닌 문래동 철강단지가 전부였던 것 같다.
인트로는 장황한 설명으로 속빈 강정에 불과한 속살을 포장하는데 급급한 ‘트랜스포머’ 시리즈보단 낫다. 어벤져스가 로키의 창을 되찾기 위해 소코비아 고산지대에 위치한 하이드라의 본거지를 습격하는 과정에서 펼치는 액션만으로 1만원의 절반은 건진다. 하지만 그 후부턴 슬슬 본전 생각이 나게 만든다.
공간을 초단위로 쪼갤 정도로 빠른 퀵 실버(아론 테일러 존슨)와 염력과 장풍 능력을 가진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의 쌍둥이 남매가 등장해 어벤져스와의 갈등 혹은 협력을 예고한 뒤 팀원들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능력 혹은 위험성에 대해 고뇌하고 갈등한다.
토니 스타크는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비전, 폴 베타니)를 기초로 브루스 배너(헐크, 마크 러팔로)의 힘을 빌려 첨단의 전투형 인공지능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을 창조해내지만 그는 스스로 진화해 자신만의 지능과 판단능력을 갖춘 독립적 개체로 바뀌어 지구의 평화를 위해선 인류를 멸종시킨 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벤져스는 물론 전 인류와의 전쟁에 돌입한다.
그래서 그는 하이드라의 복수를 하려는 쌍둥이 남매를 휘하에 거느린 채 소코비아의 하이드라의 본거지에서 인류를 말살할 행보를 빠르게 이어간다.
울트론의 어마어마한 힘에 놀란 스타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으로 울트론의 공격에 숨었던 자비스를 불러내 새로운 슈퍼히어로 비전으로 창조해낸다. 하지만 나머지 어벤져스들은 스타크의 ‘망상’을 겁내 이를 저지하려 하고 토르의 등장으로 결국 스타크가 옳았음을 깨닫는다.
감독은 전편과의 차별화를 넘어선 묵직한 무게감을 싣기 위해 스칼렛 위치를 이용해 각 멤버들의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 등을 삽입한다. 토르는 과연 자신이 아스가르드의 진정한 차기 왕인지 의심하는가 하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70년 이상을 뛰어넘은 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환상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배너는 헐크로 변하면 이성을 잃는 자신이 과연 세계평화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존재인지 갈등하고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그런 그에게 강한 연민에서 비롯된 사랑을 느끼면서 함께 속세를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유일하게 제 정신을 차리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편에서 로키의 세뇌에 놀아나 어벤져스에 대적했던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다. 그는 더 나아가 혼란에 빠진 팀원들에게 잠시나마 아늑한 휴식을 취하게 해줌으로써 제대로 인간의 삶다운 일상을 즐기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적어도 ‘어벤져스2’의 주인공 첫 번째가 누구냐면 울트론이 아니라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 중에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궁수 레골라스(올랜도 블룸)보다 더 많이 활시위를 당긴다.
하지만 막상 비전이 인류의 친구로서의 위치를 설정하고 어벤져스에 합류한 이후 영화는 틀에 박힌 스토리 안에서 편하게 달리면서 뻔한 결말을 향해 정해진 노선을 정속주행한다. 물론 소코비아 마을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스케일과 수백 명(?)의 울트론의 분신들과 대적하는 어벤져스 군단의 전투 신은 ‘트랜스포머’보다 훨씬 더 화려해서 눈부시고 손에 땀을 쥐게 해 흥분된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나 흥분하게 만드는 영화 중에는 나름대로 메시지와 교훈이 있는 ‘작품’도 꽤 많다.
그에 비하면 헐크와와 블랙 위도우의 뜬금없는 러브라인을 구성하는가 하면 그토록 빗발치던 총탄 속에서도 끄떡없던 멤버 하나를 죽이는 억지 설정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울트론이 광고만큼 그다지 공포감을 주지 않는데다 비전 역시 의외로 활약지수가 낮아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편의 챔피언이었던 헐크의 액션이 준 대신 캡틴 아메리카, 호크 아이, 블랙 위도우 등 상대적으로 약했던 멤버들이 진짜 히어로 역할을 해내는 만큼 재미가 크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초능력자도 아닌 그들이 맨주먹으로 울트론의 로봇들을 때려 부순다는 설정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적의 총알에 중상을 입고 인공피부를 이식받아야 할 정도로 나약한 ‘인간’ 호크 아이였는데 클라이맥스 전투 신에선 갑자기 엑스맨이 된다.
한국 관객에게 실망스러운 것 한 가지 더. 애초 수현이 주요 역할로 캐스팅됐다 해서 화제가 됐지만 그것 역시 이병헌 수준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임팩트 있는 악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원하게 어벤져스급의 활약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조조연 중의 하나이고, 루시 리우도 아닌, 영어 잘하는 동양의 미녀배우 중 하나일 따름이다.
슈퍼히어로 영화 중 뛰어난 완성도를 인정받는 작품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라면 가장 장중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은 ‘왓치맨’이 손꼽힌다. ‘왓치맨’은 신보다 더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닌 닥터 맨해튼(빌리 크루덥)에게 그의 연인이자 왓치맨 멤버인 실크 스펙터(말린 애커맨)가 “지구를 구해달라”고 애원하자 닥터 맨해튼은 “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의 본성만은 못 바꿔”라고 말한 뒤 지구를 떠나는 내용을 그린다. 그 위협은 왓치맨 멤버 중 하나인 모스맨(나이얼 매터)이 세계대전을 막아 80억 인구를 구하겠다고, 수천 명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핵무기로 세계 주요도시 몇 곳을 파괴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결국 모스맨의 의도대로 수천 명이 희생된 대신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벤져스2’에서 고뇌하는 브루스 배너는 “지구에 위협이 되는 건 인간뿐이겠지”라고 말하며 자신이 떠날 것을 암시한다. 이 영화가 미국의 패권주의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상업적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나름대로 ‘작품’이랍시고 내놓는 유일한 메시지다. 과연 어벤져스 멤버나 왓치맨 멤버는 영웅일까, 괴물일까?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