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냄보소’ 윤진서와 박유천의 엇박자
- 입력 2015. 04.24. 11:21:23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연기의 기본이 ‘대사’란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연기학원에선 으레 배우 지망생에게 볼펜이나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대본을 읽도록 하는 것을 연기지도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드라마는 당연하고 영화조차도 동시녹음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과한 목소리 대역이 후시녹음하던 낙후된 환경 아래의 예전의 영화와 첨단 디지털 시대의 지금은 많이 다르다. 물론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시몬’처럼 컴퓨터가 배우를 만들어내는 이 시대적 흐름에 근거해 앤디 서키스의 골룸이나 ‘어벤져스’의 헐크 같은 디지털 배우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서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앞선다.
첨단기술이 ‘스타워즈’의 추바카나 R2D2를 만들어내도 결국 해리슨 포드나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게 현실이고 그것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영화 속 배경은 가상공간이지만 ‘반지의 제왕’ 역시 일라이저 우드가 있었기에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건 드라마건 중요한 것은 배우고 배우에게 기본은 연기력이며 연기의 기초는 대사 소화능력이다.
그런데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최무각(박유천)과 오초림(신세경)의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염미 역을 맡은 윤진서는 문소리도 김태희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에서 시청자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고 있다. 14년째 되는 중견배우라는 수식어가 낯 뜨거울 만큼 어설픈 대사처리 능력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태부족한 연기력 탓이다.
포털사이트에 ‘윤진서’를 입력하면 ‘윤진서 연기력’과 ‘윤진서 대사’라는 제목 아래 그녀의 턱없이 부족한 대사처리 능력 때문에 발생하는 어설픈 연기 탓에 집중해서 보다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대사는 입 밖으로 뱉는 것인데 누리꾼의 지적대로 그녀의 대사는 마치 목소리를 삼키는 듯 웅얼거리는 식이다. 시청자에게 제대로 염미의 의사가 전달될 리 없고, 염미의 캐릭터가 시청자의 감정에 이입될 리 없으며 당연히 윤진서라는 배우가 이 드라마의 ‘민폐’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재 수목드라마의 판도는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두 자리 수 시청률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가운데 SBS ‘냄새를 보는 소녀’가 간신히 2위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MBC ‘앵그리 맘’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앵그리 맘’의 타이틀롤을 맡은 김희선은 그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던 ‘외모만 되고 연기는 전혀 안 되는 여배우’의 꼬리표를 떼고 열연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연의 김유정 역시 17살의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발군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당연히 경쟁 프로그램인 ‘냄새를 보는 소녀’ 속의 신세경 윤진서와 비교된다.
분위기 상 ‘앵그리 맘’의 화제성과 메시지는 가장 강력하다. 이에 비교해 ‘냄새를 보는 소녀’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서 23일까지 약 3억 7000만 번의 조회 수, 78만 8000개의 댓글을 받아 중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드라마 카테고리를 통틀어 전체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웨이보에서 ‘냄새를 보는 소녀’는 드라마 부분 핫 토픽 랭킹 1위, 콘텐츠 파워 지수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드라마 자체의 재미도 작용했겠지만 JYJ 박유천의 중국 내 뜨거운 인기에 바탕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이는 정작 중국 팬들은 박유천과 신세경에 주력하느라 윤진서의 부족한 연기력은 간과하고 있는 ‘덕’이다. 하지만 예리한 국내 팬들은 다르다. 중국 시청자들이야 한국어 발음에 대해 둔감하겠지만 한국 시청자는 다르다.
‘윤진서 민폐론’의 근거다.
윤진서는 2001년 영화 ‘버스, 정류장’을 통해 데뷔한 뒤 2004년 ‘올드보이’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초기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바람 피기 좋은 날’ ‘비스티 보이즈’ 등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최정상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주조연의 몫은 해냈다.
하지만 그녀가 안방극장에서 제대로 활약한 것은 2009년 MBC ‘돌아온 일지매’, 2010년 KBS2 ‘도망자 플랜비’, 2012년 케이블TV tvN ‘일년에 열두 남자’가 고작이다. 필모그래피에서 보듯 그녀의 브라운관 진출은 철저하게 실패였다.
그 배경은 영화와 드라마의 닮은 듯 사뭇 다른 제작시스템에 있다. 드라마는 ‘생방송’ ‘쪽대본’이란 자조 섞인 말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시간에 쫓긴다. 100~120분을 위해 최소한 3달을 찍고 3달을 후반작업에 매달리며 크랭크인 전에 몇 달씩 프리프로덕션으로 사전준비를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70분 분량을 일주일도 안 돼 찍어낸다.
즉 영화는 촬영 전 배우의 핸디캡을 보완할 수 있는 준비도 철저하고 촬영 후 후반작업을 통해 영상과 사운드를 손볼 수 있기 때문에 배우를 캐릭터에 충분하게 녹여내지만 그에 비교해 드라마는 배우가 스스로 진화하지 않는 한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진서는 영화 쪽에서 감독과 스태프의 조력에 의해 과대포장됐다는 의혹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준 ‘올드보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고 그만큼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은 유니크하다. 당시 ‘듣보잡’에 불과했던 윤진서였고 그녀가 맡은 우진의 누나 역의 비중이 작았음에도 상을 받은 배경이라는 의혹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다.
그녀가 드라마보단 영화 체질이란 사실은 2013년 SBS ‘상속자들’ 1편에 차은상의 언니로 특별출연해 원거리 샷으로 카메라에 잡혔을 때 오히려 ‘도망자 플랜비’보다 돋보였다는 게 증거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