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2’, ‘4차원’은 있고 ‘코미디’는 없다 [시네프리뷰]
입력 2015. 04.24. 19:08:20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러닝타임이 뭐 이리 길어?’라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120분은 로맨스 코미디 영화의 러닝타임 치고는 상당히 길다. 정말 웃기든가, 아니면 진한 감동이라도 있어야 관객이 엉덩이를 들썩거리지 않을 거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안 그러니 120분은 과한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강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감동이 있거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큰 웃음을 주기라도 하는 것이 돈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얻고자 극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예의일 텐데.

절대 만나선 안 될 두 남녀, 경찰가문의 딸과 도둑가문의 아들의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경찰집안과 도둑집안의 대결'. 여기서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의 코미디 버전이겠거니 하는 느낌을 매우 쉽게 준다. 전편 ‘위험한 상견례’가 전라도와 경상도 집안의 갈등을 다룬데 이어 ‘위험한 상견례2’는 경찰과 도둑 집안의 갈등을 다룬다.

‘4차원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단 이 영화에는 ‘4차원’은 있지만 코믹 요소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용감할 정도로 과감한 설정은 만화에 가까울 정도다. 사람이 개와 말이 통해서 개를 이리저리 조종한다든지 하는 대범한 설정은 과한 만큼 큰 웃음을 줘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과도한 설정 앞에서 관객이 ‘저게 말이 돼?’라며 실소를 터뜨리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관객이 관대하게 영화를 바라본다 해도 어설픈 유머는 유치한 장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울러 이것저것 생략하고 덤벼드는 갑작스런 전개 역시 당황스럽기 마련이며 정말 당황스런 나머지 헛웃음이 ‘픽’ 나오기도 한다.

도둑집안의 아들 철수(홍종현)는 경찰집안의 사위가 되고자 7년 동안 도전하지만 번번이 경찰시험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영희(진세연)는 7년이란 긴 시간을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한다. 반면 철수의 부모인 달식(신정근)과 강자(전수경)는 자신의 아들이 경찰이 되는 것을 막고자 그의 시험 성적을 조작, 시험에서 떨어뜨린다.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려는 철수에게 온갖 훼방을 놔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한다.

7년 동안 경찰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만 한 아들을 시험에 떨어뜨리려 제 손으로 성적을 조작하고 끊임없는 방해를 통해 아들을 좌절하게 한다는 설정은 좀 과한 것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런 부모의 참된 모성애나 부성애 혹은 도덕적 결핍에 대한 설명이 없는 불친절을 뻔뻔스럽게 자행한다.

부모의 방해공작으로 시험 전날 밤 잠을 거의 잘 수 없었던 철수는 눈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모습으로 집을 나선다. 그런데 과도하게 크고 검은 다크서클은 웃음이 아니라 선을 넘은 분장으로 인해 민망함을 부른다. 과도한 분장이 가져오는 억지스러움에 웃음이 싹 사라질 정도다.

부모의 훼방에 화가 난 철수는 제 손으로 부모를 잡아 밧줄로 묶어 그들을 잡기 위해 청춘을 바친 영희(진세연)의 아버지 만춘(김응수) 앞에 데려다 놓는다. 이때 영희(진세연)가 갑자기 대문을 열고 달려 들어와 그토록 애정을 쏟던 남자친구를 향해 갑자기 “너 이런 사람이었냐”며 “우리 헤어져”라고 흥분해 소리친 뒤 나가버린다. 7년 동안 경찰고시생인 남자친구를 뒷바라지 해온 여자가 이토록 쉽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아서는 모습은 의문과 허무함을 동시에 남긴다.

달식은 개와 대화가 통하는 초능력을 지녔다. 개들의 말은 자막으로 처리되고 달식은 개들과 대화를 하듯 울부짖는다. 개와 대화가 통하는 그는 개를 잘 타일러 범죄를 포함한 여러 상황에서 두루 이용한다. 유치한 설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자막으로 처리되는 개의 대화나 상황을 좀 더 재치 있게 설정했더라면 웃음을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능한 경찰인 영희가 범인과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갑자기 펜싱 검을 꺼내드는 장면 역시 엉뚱하다. 그렇다고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다. 전 국가대표 펜싱 금메달리스트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왜 굳이 펜싱이었는지 의문이다. 이 장면을 위해 배우가 두 달 동안 매일 6시간을 펜싱 연습에 매진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반적으로 스토리 대비 긴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해 질질 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긴장감도 없고 웃음 포인트가 뚜렷하지 않다. 90년대 국내에서 유행하던 코미디 영화의 느낌을 지닌 이 영화에서 트렌디한 유머를 찾기란 좀처럼 힘들다. 반복적으로 듣는 것의 대부분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진부한 코미디로 전락한다. 개그는 유행에 민감하다. 듣는 사람은 웃지 않아도 끊임없이 개그를 하는 독불장군형 코미디는 결국 트렌디한 코미디가 아닌 짜증을 부르는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잔인한 현실이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처럼 영화계엔 전작만 한 후속이 없다고 했지만 '에이리언' 시리즈,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이 보란 듯이 그 불문율을 깼다. 그런데 이 영화는 케케 묵은 법칙(?)을 먼지 가득한 장롱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우를 서슴지 않는다. 상황이 이쯤 되니 베테랑 김응수와 신정근의 연기는 주인공 홍종현과 진세연을 충분히 이끌지 못 한다. 물론 지난 해 초 드라마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으로 신데렐라로 우뚝 선 진세연 역시 아직은 커다란 스크린에 적당하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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