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위험한 상견례2’ 진세연의 위험한 상견례
- 입력 2015. 04.27. 15:52:56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일찍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뛰어들어 2010년 SBS ‘괜찮아 아빠 딸’로 연기를 시작한 진세연은 나이나 경력에 비해 적지 않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비로소 대중에게 임팩트를 준 작품은 지난해 초 KBS2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었다.
진세연은 주인공 정태(김현중)와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며 사랑을 싹틔운 사이로 정태의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청아까지 챙기며 실질적인 정태의 아내 역할을 하는 가운데 야쿠자 중간보스로 자라는 데쿠치 가야(임수향)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SBS ‘닥터 이방인’의 확실한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지만 ‘감격시대’ 이상의 수확은 건지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당시 가장 뜨겁게 부상한 이종석이란 배우의 주가에 확실한 상한가를 매겨주는 동시에 조연 박해진이 ‘별에서 온 그대’의 착한 역할보다 악역이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줬다.
진세연이 전편의 지명도와 흥행 덕에 어느 정도 안정된 순항이 예상되는 영화 ‘위험한 상견례2’를 꼭 붙잡은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난 필모그래피에서 보듯 이번 그녀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과의 상견례’가 아니라 ‘위험한 상견례’가 될 듯하다.
시기적으로 ‘위험한 상견례’같은 코미디 장르는 가성비와 확률이 가장 높은 흥행카드다. 지난 2001년 ‘친구’를 계기로 한국영화계에 조폭을 소재나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같은 조폭코미디가 시리즈로 나오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며 조폭영화의 계보를 살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폭이 주인공이라고 다 된 것도, 조폭을 내세운 코미디라고 다 된 게 아니다. 하지만 ‘두사부일체’와 속편 ‘투사부일체’ 그리고 ‘가문의 영광’ 3편까진 확실하게 미덕이 있었다. 그것은 생활형 유머의 소재와 작품을 관통하는 사회적인 메시지였다. 조폭이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내용이 황당하긴 했지만 진짜 사회정화와 국민안녕에 이바지해야 할 지도층의 비리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그런 황당무계한 설정으로라도 위안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위험한 상견례’ 역시 케케묵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소재로 하는 위험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 ‘일베’와 ‘진보’의 대립구도의 기저에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지역감정이 개입돼 있다는 어이없는 상황이 그 영화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대준다.
만약 ‘위험한 상견례2’가 그런 정서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면 어느 정도 ‘선방’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감독도 제작사도 투자배급사마저도 그런 감각은 결여돼있었다. 아니면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정서의 차이와 왜 통일신라 때부터 있어온 그런 고리타분한 이념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성찰이 부족했든가.
속편이 꺼내든 카드가 경찰집안과 도둑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이건 초등학교 학예회에도 등장할 수 없는 억지설정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힘든 상황 하에서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배꼽을 쥐고 웃다 나올 영화라면 ‘베리 굿’이다. 1만 원 권 한 장 대비 만족도는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두사부일체’처럼 우정과 의리는 지키면서 교육문제를 비꼰다든가, ‘가문의 영광’처럼 스펙에 대한 은유적 비판과 권선징악을 얘기하는, 최소한의 ‘착한 정서’가 ‘위험한 상견례2’에선 보이지 않는다.
피터 잭슨이나 워쇼스키 남매처럼 별로 할 말도 없으면서 무려 120분씩 질질 끈다. 할리우드의 코미디나 로맨틱코미디는 100분 안팎이 정석이다.
경찰집안에서 보수적으로 자라 경찰이 된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경찰 영희(진세연)가 7년 동안 도둑집안의 아들 철수(홍종현)의 경찰시험을 뒷바라지했다는 설정부터가 억지다. 그렇게 반듯한 경찰 아버지 밑에서 가정교육을 받았다면 철수의 뒤를 봐줄 게 아니라 예비 시부모부터 설득하든가, 그게 안 되면 철수와의 관계를 끊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철수가 경찰이 되지 못하게끔 그의 부모 달식(신정근)과 강자(전수경)가 훼방을 놓는 것 역시 대중의 정서에 반한다. 이런 부모는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 더 나아가 철수는 영희와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달식을 포박해 영희의 아버지 만춘(김응수)에게 데려간다. 아무리 아버지가 도둑이라도,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부모와의 혈연보다 중요한지 몰라도 이런 행위는 정의보단 패륜이다.
더 어이없는 스토리는 영희가 이런 철수에게 “너 이런 사람이었냐”며 갑자기 이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달식이 개와의 의사소통 능력을 지녔다는 설정은 충분히 극의 코미디를 극대화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개를 범죄행위에 이용한다는 설정밖에 아이디어를 못내는 작가들의 한계는 결국 초능력을 초민망한 능력으로 폄훼했다.
진세연은 아직 갈 길이 먼 신인이다. 그 나이엔 시행착오도 겪고 전문가나 대중의 질타도 받고 해야 그 쓴 소리를 자양분 삼아 내면의 성숙으로 승화할 수 있다. 맛없는 음식을 맛봐야 맛있는 음식을 알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번 선택이 안타까운 것은 데뷔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가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공포영화로선 나름대로 선전했고 두 번째 작품 ‘사랑만의 언어’가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며 그녀의 이름값을 알리는 데 공헌한 시점에서 세 번째 영화는 정말 중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사이에 그녀는 '감격시대'와 '닥터 이방인'으로 안방극장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던 참이었기에 세 번째 영화가 질주의 동력이 될지 제동장치가 될지 매우 충요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신인 때 미모를 앞세우기 마련이고 그걸로 CF를 휩쓸며 거기서 자신이 슈퍼스타인 듯 착각하기 마련이지만 한때 이나영이 그랬고 전지현이 그렇게 느꼈을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 김태희가 내심 품었을 ‘난 CF만 하고 언제 작품다운 작품으로 진정한 배우가 될까’라는 목 타는 갈증에 오래 시달리지 않기 위해선 진세연이 일찍부터 외모를 가꾸기 보다는 연기력을 성숙시키고 작품을 고르는 혜안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미의 기준이 다 다르고 각자의 개성 역시 천차만별인데다 시간은 흘러가기에 최고의 미녀는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연기파 여배우는 관객도 평가하고 골라낼 수 있는 게 영화다.
'믿고 보는 배우'란 말이 있다. 그건 그 배우의 존재감에 대한 숭배와 연기력에 대한 만족도에서 기인하지만 그만큼 그 배우의 영화를 선택하는 '눈'을 믿는다는 의미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