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진퇴양난
입력 2015. 05.01. 10:38:31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막말을 했다는 게 뒤늦게 널리 퍼지면서 지난달 28일 갑작스런 기자회견까지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한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방송강행 의지는 과연 관철될 수 있을까?

이날 회견에서 세 사람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거듭 사과를 했고, 적지 않은 대중의 방송하차 요구에 대해 ‘제작진에 맡기겠다’고 살짝 본질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출연 중인 케이블TV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 등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직은 하차시킬 계획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언행의 흐름을 보면 ‘옹달샘’은 진심으로 뉘우친 사과와 반성의 기미보단 어쨌든 이 거센 소나기를 인위적으로 그치게 해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대중의 평가다. 그래서 대다수는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기 보다는 불쾌하니 일단 방송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옹달샘’은 빗발치는 시청자의 하차요구의 주도권을 제작진에게 떠넘겼다. 그들이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무려 9개. 제작진으로선 지금 당장 이들을 끌어내린다면 정상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후임을 섭외하거나 포맷의 변화를 논의해서 부족하지 않은 내용으로 바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작진은 ‘하차는 논의된 바 없다’며 ‘옹달샘’의 잔류의지를 일단 반기면서도 시청자의 반응에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옹달샘’은 “기회가 된다면 방송을 통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뭇매를 피해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대중과의 스킨십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의지가 순수하건 진심으로 뉘우치건 ‘방송의 잘못을 방송으로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하고 그래서 실효성이 안 보인다는 게 다수의 평가다.

그 이유는 그들의 직업과 캐릭터에 있다. 그들은 연예인이고 개그맨이다. 그들의 존재의 이유는 대중을 웃기는 데 있다. 그게 다소 저급해서 인간의 원초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발생하는 천박한 재미건, 촌철살인의 해학과 풍자로 대중의 가려운 곳을 후련하게 긁어주는 카타르시스건 상관없다. 무조건 그들은 시청자를 웃겨야 하는 게 사명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목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책임감이 과했거나 아니면 인기에 고무된 지나친 흥분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았으며 잔인무도한 발언조차 거리낌 없이 내뱉음으로 인해 오늘날의 위기사태를 초래했다.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한 이유는 그 발언의 편협한 시각과 잔인한 묘사에 있기도 하지만 핵심은 그런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지닌 그들의 정신세계가 과연 대중에게 공감되고 건전한 웃음을 주는 ‘스타 개그맨’으로서의 자질과 부합하느냐에 있었다.

학식이나 지식에 전혀 관계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상식과 화합, 소통과 정서의 문제다. 그렇게 대중의 공통적 이념에서 한참 벗어나는 사고방식을 개념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개그맨이 어떻게 대중에게 유쾌한 웃음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혹이 그들에게 방송하차를 요구하는 근간이다.

장동민은 이경규의 신경질적인 성향과 심형래의 다소 어눌한 슬랩스틱에 한국 개그맨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섬뜩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혼합한 독특한 캐릭터로 인기를 쌓아왔다. 특히 그는 적정수위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발언을 통해 ‘할 말 다 하는’ 통렬한 스타일로 시청자의 묵은 체증을 내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런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세윤 역시 매우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장동민이 언더그라운드적 몸개그였다면 유세윤은 키치적 이미지가 강했고 ‘돌아이’ 기질마저 엿보였다. 그래서 그는 뮤지와 함께 구성한 랩듀오 유브이 활동 때마다 화제와 인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유브이의 노래의 가사는 굉장히 소비적이고 직설적이고 뻔뻔스럽지만 그래서 억눌린 사회분위기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청소년 혹은 젊은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그리고 방점은 음주운전 자수였다. 단속에 걸린 것도 아니고 제 발로 경찰서를 찾을 만큼 정신이 멀쩡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죄를 처벌해달라고 앞장서 경찰에 자신을 고발했다.

유상무는 아직도 김지민의 개그 소재로 거론될 정도로 ‘김지민의 연인’이었으며 그만큼 잘 생긴 개그맨으로 높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인기를 누려왔다. 장동민처럼 다소 얄미운 언행을 개그의 소재로 자주 활용했지만 워낙 부드러운 이미지에 타 개그맨에 비해 걸출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어서 ‘밉상’이나 ‘진상’조차 호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방송 등 공식석상에서 공공연하게 친분을 과시하는 가운데 그 끈끈한 우정 덕에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운명은 개그다. 제작진이나 시청자는 이들에게서 손석희나 임재범이나 한석규를 원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는 그들을 통해 하루의 시름을 잊는 상쾌한 웃음을 얻고자 하고 제작진은 이를 통한 시청률을 보장받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향후 방송을 통해 ‘용서를 받겠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될까?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강호동과 김구라, 길과 노홍철이 왜 방송에서 하차했을까?

특히 노홍철은 흔히 ‘저질 개그’라고 말할 정도로 방정맞았음에도, 특유의 ‘착한 청년’ 이미지를 ‘묻지 마 폭행’ 가해자에 대한 배려로 입증했음에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주차를 위해 짧은 거리를 이동했다가 단속에 걸린 것만으로 MBC ‘무한도전’에서 자의와 타의의 합의로 하차했다.

여기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 녀석’을 지목하며 빠른 컴백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자전거나 타고 다닐 따름이다.

그건 노홍철의 양심에 근거하면서도 그가 어떡해야 대중이 자신을 용서하고 또 그래서 한때의 실수로 비롯된 자신의 ‘때’가 벗겨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도박으로 방송을 떠났다가 나쁜 이미지가 희석되자 되돌아와 단골메뉴처럼 자신을 ‘디스’했던 김준호의 ‘도박소재 개그’가 먹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숙기간을 비롯해 컴백 이후에 도박을 나쁘다고 반성하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만약 ‘옹달샘’이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각하게 시사문제를 짚거나 사회적 도덕 불감증을 꼬집는다면 과연 시청자가 그들의 풍자와 해학에 시원하게 소화불량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하루아침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인종차별 발언과 크리스 에반스와 제레미 레너의 여성비하 발언을 비방하고 풍자한다고 대중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을까? 만약 웃음이 나온다면 실소나 비소일 것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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