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김준호와 JD브로스는 무관한가?
- 입력 2015. 05.07. 11:49:56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기원전 399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그의 사상활동이 법에 저촉되는 혹세무민 행위라는 이유로 아테네 정부가 내린 독약을 먹고 죽었다. 그가 죽기 전 절친한 친구가 탈옥시켜주려 했지만 그는 ‘악법도 법’이라며 아주 담담하게 독배를 들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오지만 이는 와전된 것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회에는 도덕과 정서라는 게 존재한다. 법은 사람이 만들었고 판결 역시 사람이 내리므로 매번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현 시점에서 간통은 무죄이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위법이었다.
이병헌이 비난을 받고 그가 주연한 영화들이 눈치를 살피며 개봉을 자꾸 미루는 것은 그가 범법행위를 해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했고 이에 정서적으로 대중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 폐업사태의 중심에 선 김준호는 그 어떤 변명과 해명으로도 도덕적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6일 티브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JD브로스의 서류가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부호를 던졌다.
코코의 김모 대표이사가 공금을 들고 잠적할 즈음인 지난해 12월 김준호의 ‘절친’이자 코코 소속 개그맨 및 콘텐츠 부문의 양대산맥이었던 김대희는 신생 기획사 JD브로스를 설립하고 코코의 주요 개그맨들을 영입했다. 이에 JD브로스라는 회사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김준호와 김대희의 이니셜의 조합으로서 이는 실질적으로 김준호가 선두에서 김대희를 이끄는 이 회사의 공동대표가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지만 김준호는 “김대희가 대표지만 나와는 관련이 없는 회사로 J는 상징적 의미일 뿐”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코코 폐업 사태 해결을 위해 이 자리(코코)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그동안 코코의 실질적인 ‘얼굴’로서 공개적인 행보를 이어온 연장선상에서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티브이데일리가 입수해 공개한 회사 개편 조직현황과 비상연락망에 따르면 김준호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미 새롭게 설립될 회사의 대표이사 위치에 있었으며, 지난달 작성된 자료에는 김대희와 함께 어엿한 JD브로스의 공동 CEO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은 김 대표의 횡령 소식이 알려져 회사가 김 대표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김준호가 회사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회사를 살리고 소속 개그맨 및 임직원들을 돕느라 노력했다고 의리 있는 모습을 보였던 시기다.
그때 새 회사의 조직도엔 김대희 김준호 김준현 김지민 이국주 등 당시 코코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개그맨 명단이 이미 들어있다. 김준호는 두 장의 서류에서 그가 JD브로스의 대표라고 주장한 김대희보다 윗자리인 1번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적 정서상 공식서류에서 이름의 순서는 곧 서열이고 그만큼의 중요성의 반영이다.
J가 상징적 의미라는 해명이 애매모호하다. 사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거늘 이런 기본적 상식이 있었다면 혹시라도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한 이런 이니셜을 아무리 ‘상징성’이 필요하다고 한들 회사이름에 붙인 이유는 다수를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아주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 특히 ‘상징’의 본질에 대한 적확한 설명은 필수다.
만약 이 서류가 100% JD브로스의 현황이라면 코코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서류가 ‘진실’임의 가정 하에 그동안 회사의 폐업에 앞장서지 않았으며 오히려 회사의 회생을 위해 희생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였고 아직도 그렇다는 김준호의 주장은 신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는 그동안 개그맨으로선 코코에 적을 두지 않고 콘텐츠 부문 대표로 ‘근무’하며 자신의 수익은 그대로 챙기는 가운데 회사에서 급여는 물론 법인카드까지 받아써온 김준호를 비롯해 김대희의 ‘먹튀 논란’이 새롭게 조명됨은 물론 소속 개그맨들의 ‘계약 위반 논란’까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 있다. 현재 이 회사에는 김대희를 비롯해 박나래 조윤호 권재관 김지민 김준현 김경아 허민 유민상 정명훈 등이 소속돼 있다.
그렇다면 김준호와 김대희 등이 관련된 소송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왜냐면 코코에 남은 주주들이 배임 등으로 소송을 제기한 김준호, 김대희, 곽모 씨, 명모 씨가 모두 JD브로스의 임원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코코의 2대 주주이자 회사의 파산 신청을 진행 중인 투자회사 BRV에서 CFO로 파견했던 전모 씨마저 JD브로스로 옮겨와 CFO를 맡고 있다는 점은 그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정황이다. 물론 그 서류에 적힌 내용이 전부 사실일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JD브로스와 김준호 측은 이 내용과 관련해 “서로 관계가 없다”고 다수의 매체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티브이데일리가 입수한 서류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코코가 경영난에 빠져 폐업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을 당시 김대희와 더불어 코코 직원 일부가 새 회사 설립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 김준호와 김대희가 함께 손잡을 것을 염두하고 짠 가상의 조직도일 뿐”이라며 “코코가 이런 사태를 맞은 이후 두 사람은 JD브로스와 관련해 어떤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올 초부터 김대희가 JD브로스에서 함께 일하자는 의사를 김준호에게 전하고 있지만 김준호는 코코 사태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그게 해결되면 JD브로스와 함께할 의사는 있다고 김대희에게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JD브로스와 김준호의 해명을 기준 삼는 게 순서일 것이다. 왜냐면 논란에 대한 진실은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고, 사건의 핵심이라 할 김 대표가 오리무중이니 지금은 김준호의 김대희의 육성을 믿는 게 정답이다. 그렇다면 이런 해명과 공개된 서류를 종합할 때 다음과 같은 추측 혹은 1차적 추론은 열려있다.
우선 공개된 서류의 출처가 JD브로스라는 게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이 서류가 과연 김대희나 김준호가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작성될 수 있었을까? 그들의 해명에서 ‘김준호는 코코사태가 해결되면 JD브로스에 합류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김대희가 김준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JD브로스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코코사태의 발발을 전후해 김대희는 김준호를 영입할 마음이 있고 김준호 역시 그 마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코코사태 선 해결’이 전제다. 하지만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의례적이고 상투적이며 지극히 형식적인 내용이다.
현재까지의 과정으로 봐선 코코는 회생보단 폐업 쪽이 가깝고, 기사회생하더라도 코코 소속 연예인이 아닌 김준호를 경영인으로서 코코의 주주들이 영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김준호 역시 새삼스레 코코와 전속계약을 맺을 가능성 역시 희박하고 명분도 없다.
김준호와 김대희는 코코사태의 소송에 연루돼 있다. JD브로스를 일찍이 설립한 김대희나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알았던 김준호가 코코사태가 발생할 것이나 법정투쟁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 없다. 그렇게 철두철미한 그들이 혹여 법망에 걸릴 만한 어리숙한 행동을 저질렀을 리 없다.
김준호가 JD브로스에 연관됐는지 그렇지 않은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회사 주식보유 현황을 공개하면 된다. 두 번째는 혹시라도 김준호의 자금이 이 회사에 흘러들어갔는지, 아니면 회사의 수익 중 1원이라도 김준호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밝히면 그걸로 끝이다. 일일이 이런저런 설명하는 게 김준호도 김대희도 구차하고 체면도 깎일 것이니 그게 정답이다.
그리고 향후 코코사태가 깔끔하게 해결된 뒤 김준호가 당당하게 ‘나 의리 지키러 김대희랑 손 잡는다’고 선언한 뒤 JD브로스로 가면 된다. 법에 저촉될 리 없다.
김대희는 서류에 김준호의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계약도 안 했는데 비상연락망에 이름을 넣은 이유는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함께 갈 사람이니까”라며 “김준호가 돌아올 때까지 그의 자리를 비워놓겠다고 했다”고 두 사람 사이에 ‘암묵적 언약’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즉 지금은 코코사태 해결이 우선이고 또 남의 눈도 있으니 모든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당연히 JD브로스에 김준호가 합류한다는 뜻이다. 단지 법과 시간이 문제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향후 법적인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된 뒤라도 대중의 감시의 눈은 감기지 않을 것이다. 이병헌이 움츠리고 있는 것은 그가 범죄행위를 저질러서가 아니다.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가 기자회견을 갖고 90도로 허리를 꺾어 대 국민 사과를 한 것 역시 장동민의 말대로 명예훼손 관련 소송을 낸 원고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의도가 아니라 국민들의 불쾌감을 달래기 위해서다.
법적 잣대와는 별도로 대중은 사실에 입각하고 사회의 보편타당한 정서에 기준해 나름의 도덕적 바로미터를 휘두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연예인은 그런 대중의 기준과 판단에 몸을 사려야 한다. 왜냐면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로 돈을 벌고 지지로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옛날 우스갯말 중에 새끼줄 도둑이 있다. 장터에서 새끼줄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기에 집에서 유용하게 쓰려고 가져왔더니 소가 따라오더란 얘기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